[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길리어드)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에이즈) 치료를 위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을 두고 올해 본격적으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각각 ‘카베누바’와 ‘선렌카’를 확보해 미국과 유럽 연합(EU)등 주요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을 진입하기 위한 에스티팜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회사는 “선행약물이 있더라도 신기전 에이즈 치료제에 대한 요구도가 높다”며 “퍼스트인클래스 신약후보 ‘STP0404’의 기술수출을 통한 개발 전략을 촘촘하게 세우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제공=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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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 ‘선렌카’ 日승인 신청도...아시아 확장 박차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로 인한 감염질환으로, 경구나 주사용 항레트로바이러스제들이 다양하게 개발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에이즈 치료제 시장은 292억 달러(당시 한화야 33조4000억원)이며, 이중 95% 이상이 경구제다.
길리어드는 트루바다(미국 승인 기준 2004년)와 젠보야(2012년), 빅타비(2017년) 등 1일 1회 경구용 에이즈 치료제를 차례로 개발하며 관련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세 가지 약물의 매출은 2021년 기준 총 124억6600만 달러(한화 약 14조2690억원)로 전체 에이즈 시장의 42% 가량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경구용 에이즈 치료제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길리어드는 올해 장기지속형 주사제 분야 후발주자로서 무대를 넓히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이달 초 길리어드는 자사가 개발한 연2회 투여 방식의 에이즈 환자 대산 피하주사제 ‘선렌카’(성분명 레나카파비르)에 대한 승인신청서를 일본 의약 당국에 제출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 사이 EU와 캐나다, 미국 등에서 차례로 승인된 선렌카가 아시아 시장 진출을 빠르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지속형 에이즈 주사제 시장을 선점한 GSK를 길리어드가 추격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카베누바·선렌카, 치료 단계 달라...동반 성장 예상GSK는 1일 1회 투약하던 에이즈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 왔다. 회사는 미국 화이자, 일본 시오노기제약 등과 합작해 세운 ‘비브 헬스케어’를 통해 월1회 주사제 ‘보카브리아’를 2020~2021년 사이 유럽에서 처음으로 승인받았다.
이와 동시에 GSK는 얀센과 공동으로 개발한 ‘카베누바’(성분명 카보테그라비르·릴피비린)를 2021년 미국과 한국 등에서 승인받기도 했다. 카베누바는 단일 제품이 아니며 두 가지 항바이러스 성분을 최초 한달간 경구용으로 1일 1회 섭취한 다음, 이후부터 최대 2달에 한 번씩 병용해 주사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최소 10여 년 전에 나온 경구용 에이즈 치료제가 대부분이고, 내성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경구제나 최근 나온 주사제를 병용하는 다양한 요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베누바처럼 자금력있는 빅파마는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에 대해, 여러 제형과 다양한 요법으로 동시에 임상개발을 진행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카베누바’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선렌카’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치료를 위한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을 이끌고 있다.(제공=GSK, 길리어드사이언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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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의 다크호스인 선렌카와 카베누바는 각기 다른 시장을 타깃하고 있다. 카베누바는 기존에 빅타비나 젠보야 등 주요 경구제과 경쟁적으로 1차 치료 단계에서부터 시도할 수 있다. 반면 선렌카는 다양한 경구제의 다제 요법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됐다. 두 약물이 경쟁적으로 전체 에이즈 치료제 시장 내 지속형 주사제의 비중을 늘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GSK 측은 카베누바를 통해 2026년까지 약 20억파운드(한화 3조 1553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카베누바는 3억4000만 파운드(한화 약 5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빠르면 2~3년 내 연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길리어드도 2026년경 선렌카를 통해 8억 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분석 중이다.
에스티팜 ‘STP0404’...“임상 2a상 후 기술수출 노려”GSK와 길리어드 이외에 장기지속형 에이즈 주사제를 선보일 곳은 1~2년 내로 없을 전망이다. 미국 머크(MSD)가 진행하던 1~2달 간격의 지속형 경구제 후보물질 ‘이스트라비르’의 임상 3상에서 활성 T세포 감소 부작용이 발생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에스티팜이 경구용 에이즈 환자 대상 임상 1상을 완료한 STP0404이 주목 받고 있다. 회사는 해당 물질의 장기주사제 제형에 대한 전임상 연구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P0404는 기존에 여러 항레트로바이러스제처럼 바이러스의 역전사효소인 인테그라제의 활성 부위를 붙지 않고, 비활성 촉매 부위에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TP0404가 기존에 어떤 에이즈 약물과도 겹치치 않는 새로운 기전을 가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내달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레트로바이러스학회에 초정받았은 바 있다. 해당 학회에서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가 STP0404에 대한 메인세션 발표를 진행하며, 그외 포스터 발표 2건 등도 공유할 예정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STP0404에 대한 연구를 연구자 주도로 진행했고, STP0404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결과 2건이 포스터 발표에 담길 것이다”고 귀띰했다. 이어 “STP0404와 비슷한 기전을 가진 약물을 길리어드도 시도했지만, 전임상에서 부작용으로 1상에도 못 올라갔다”며 “우리 물질이 안전성까지 확보하면서 관련 국내외 업계와 연구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에스티팜은 경구용 STP0404의 미국 내 임상 2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자금상 3상을 직접할 계획은 없다”며 “우리 예상대로 2a상이 허가되면 내년 1분기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은 인원으로 빨리 효능을 확인해 기술수출하고, 미래 파트너사와 경구 및 주사제를 동시 개발하는 것을 논의해 나가려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