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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해외 인맥 수원지…20주년 맞은 KASBP
  • 재미한인제약인협회…美바이오업계 한인 과학자 단체
  • 삼바·LG화학·종근당·HLB·올리패스·레코켐 임원 포진
  • 인력·정보 교류 속 K바이오 신약개발 및 美진출에 한몫
  • 등록 2021-04-25 오후 3:01:23
  • 수정 2021-04-27 오전 10:10:27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최근 한용해 에이치엘비생명과학(067630) 사장은 생일 축하곡 ‘해피 버스데이’와 ‘걱정말아요 그대’를 틈틈이 연습중이다. 그만이 아니다.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부터 박영환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장은 물론 김재훈 올리패스(244460) 상무, 김영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팀장, 정재욱 목암연구소 소장까지 같은 노래를 준비중이다. 국내 간판급 제약·바이오 기업 및 연구소 요직에 있는 이들이 모두 올해 20주년을 맞는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Korean-American Society in Biotech and Pharmaceuticals) 회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과학자 모임인 KASBP 출신들이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를 이끄는 핵심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바이오 사관학교’라 불리는 LG화학(생명과학) 출신들이 ‘국내파’ 바이오 인력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면 KASBP는 K바이오의 ‘해외 인맥 수원지’ 및 ‘해외 전문 인력의 핵심 국내 유입 경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SBP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약바이오기업·학계·정부기관 종사자 2000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학술교류 단체다. 화이자, 노바티스, 머크 등 글로벌 빅파마(150여개)근무자는 물론 대학 및 연구소(80여개) 종사자와 식품의약국(FDA), 미국국립보건원(NIH)등 정부기관 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학부를 거쳐 미국 등 현지에서 박사를 받은 뒤 현지 다국적제약사 등에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001년 창립한 KASBP는 올해 6월 20주년을 맞는다. 미국 노바티스에서 근무 중인 박수희 현 KASBP 회장(17대)은 23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2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이벤트로 전임 회장님들과 회원 40명이 합창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 탓에 한곳에 모이지는 못하지만, 각자 노래를 녹음해 본부로 보내오면 편집을 통해 버츄얼(가상) 합창단으로 꾸밀 것”이라고 했다.

KASBP는 2000년 뉴저지를 포함한 미국 동부 지역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한인 과학자들의 교류에서 출발했다. 신약개발이 생물학, 화학, 약학 등 다양한 생명과학분야의 융합 연구 활동의 결과라는 문제의식에서다. 여기에 국내 제약업계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해외 네크워크 부재도 협회 창립에 영향을 미쳤다. KASBP 초대 회장을 지낸 배진건 이노큐어 수석부사장은 “당시 유한양행 연구소장이었던 이종욱 박사가 협회 창립 아이디어를 주고 지원을 약속했다”며 “바이오기업과 제약회사 인력을 중심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종욱 현 우정바이오 회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의 신약개발 1세대이자 업계 거물로 통한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유한화학 사장, 대웅제약 부회장을 지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 유한양행 연구소장 시절 개발한 위궤양 치료제의 기술수출을 하려다 미 현지 네크워크 부재의 한계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회장은 2001년에 KASBP 창립 당시 KASBP 후원을 약정하는 MOU를 맺고 재정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KASBP 출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이다. KASBP 1·2대 회장이었던 배진건 수석부회장과 박영환 단장이 귀국해 업계에 자리를 잡으면서 KASBP 출신의 국내 귀국의 물꼬를 텄다. 배진건 수석부회장은 쉐링푸라우 연구소에서 24년간 근무하다가 2008년 JW중외제약(001060) 연구 개발총괄전무로 복귀했다. 박영환 단장도 15년간의 머크 연구소 근무를 끝내고 2009년 대웅제약 연구본부장으로 돌아왔다. KASBP 선후배를 잘 아우르면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한용해 사장(KASBP 7대 회장)은 “1세대 배진건 박사님과 박영환 박사님이 귀국한 뒤 국내에서 자리를 잘 잡은 것이 선례가 됐다”며 “한국에 와서도 보람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회원들이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선진 미국 시장의 값진 경험을 쌓은 KASBP 임원과 회원은 국내로 들어와 K바이오의 핵심 요직을 꿰차면서 국내 신약개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김성곤 종근당(185750) 효종연구소장, 홍성원 LG화학(051910) 생명과학사업본부 신약연구센터장, 최순규 하나제약(293480) 연구본부장, 강신홍 온코크로스 부사장, 이창선 레고켐바이오(141080) 신학연구소장, 진용환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상무 등이 모두 KASBP 임원 출신이다. 이밖에 윤태영 오스코텍(039200) 사장과 이진화 퍼스트바이오 부사장 역시 KASBP 회원이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KASBP는 인력과 정보 교류 면에서 국내 신약개발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글로벌 진출과 기술수출, 개방형 혁신이 필수가 된 시대에 KASBP의 네크워크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KASBP는 매년 봄·가을 정기 심포지엄을 열고 신약개발 최신 트렌드에 대한 학술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이 행사에는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006280),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 종근당 등 국내 제약회사 인력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엽회 역시 2019년부터 KASBP와 MOU를 맺고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을 위해 협력중이다.

박수희 KASBP 현 회장은 “현재 신약개발은 한 회사로는 안 되고 코로나19 이후로는 신약개발 주기도 짧아져 세계적으로 콜라보(협력)를 해야 한다”며 “미국, 유럽 회사의 회원이 많기 때문에 KASBP는 한국의 제약 바이오 기업이 콜라보를 하는 데 실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브릿지(가교)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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