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테라베스트는 국내 최초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유래 NK(자연살해) 세포치료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기술의 난이도는 생각보다 상당히 높지만 테라베스트는 훌륭한 연구진들을 통해 어떻게든 만들어냈습니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테라베스트 기평석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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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평석 테라베스트 대표는 자사의 기술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테라베스트는 iPSC 유래 CAR-NK치료제 ‘TB-100’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CAR-NK 세포치료제는 없다. iPSC 유래 CAR-NK치료제 분야에서는 미국 페이트테라퓨틱스(Fate Therapeutics)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임상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 대표의 선구안과 김신일 CSO의 시너지 덕에 개발속도 ↑iPSC는 성인의 세포를 거꾸로 되돌려 미분화 상태의 세포로 역분화시킨 줄기세포다. 모든 조직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무한 증식이 가능해 균일한 품질의 세포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고 기존 자가 유래, 동종 유래 세포치료제의 한계점을 극복할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TB-100은 동물실험을 통해 항종양 효과를 확인해 곧 독성평가 전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계획(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계획이다. 기 대표는 “TB-100이 임상에 진입하면 글로벌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순위에 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라베스트가 비교적 발빠르게 iPSC 유래 CAR-NK치료제 개발을 진척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기 대표의 선구안과 김신일 CSO(최고과학책임자, 이사)의 시너지가 한몫했다. 기 대표는 “우리나라는 iPSC 측면에선 좀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최신 줄기세포 논문을 보면 iPSC가 90%고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게 10%다. 이미 10년 전부터 글로벌에서는 iPSC를 연구하지 않으면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짚었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테라베스트 기평석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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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은 iPSC 연구 불모지였다. 테라베스트는 일본에 있던 김 CSO에게 SOS를 보냈다. 김 SCO는 iPSC를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다. 김 SCO는 9년간 교토대 iPS세포연구소(CiRA)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며 iPSC를 연구해왔다. 국내의 열악한 연구환경을 개선시키고 신약개발에 기여하고자 흔쾌히 테라베스트로 합류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iPSC 플랫폼기술 보유…기술이전 중복 추진 가능테라베스트가 개발한 iPSC 유래 NK세포치료제는 iPSC를 고효율로 분화시켜 품질이 균일한 NK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기술이다. 이론적으로는 1개의 iPSC만으로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균일한 품질의 NK세포를 공급할 수 있다. iPSC의 이러한 특성은 억대에 달하는 세포치료제의 가격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 대표는 “CAR-T 치료제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우리가 그걸 100만~200만원대로 만들어서 제공한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했다”며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이번에 이연제약과 공동개발 계약을 통해 마련했다”고 언급했다. 테라베스트는 지난달 이연제약과 고형암 치료를 위한 TB-100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테라베스트는 이연제약 외에도 다양한 제약·바이오기업과 추가적으로 기술이전이 가능하다. iPSC를 이용한 특정 신약후보물질이 아닌 플랫폼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외 기업들의 의뢰를 받아 암항원 특이적 항체를 탑재한 iPSC 유래 CAR-NK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파트너쉽을 중복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테라베스트는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과 물질이전계약(MTA) 체결 후 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 대표는 “테라베스트의 기술은 일종의 플랫폼기술”이라며 “이를 활용해 이용한 여러 가지 타깃을 목표로 정해서 잘 활용한다면 아마 많은 질환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인의학적 면역치료 제공하며 신약개발 벤처 차려기 대표는 이 날 인터뷰에서 내내 면역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근본적인 암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며, 암세포가 일부 체내에 있더라도 면역시스템이 잘 작동된다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 대표는 부천에서 운영 중인 500병상 규모의 가은병원을 통해 환자 중심의 전인의학적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은병원은 2002년 부천에서 최초로 승인된 노인 전문병원으로 2012년 통합암치료센터를 열었다. 같은해 말에는 면역세포치료제를 개발해보자는 생각에 테라베스트의 전신인 지엔에스바이오를 강석창 소망화장품 회장과 설립했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테라베스트 기평석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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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엔에스바이오는 2019년 강 회장과 동업관계를 정리하면서 기 대표의 개인회사인 가은글로벌이 단독 최대주주가 됐다. 이 무렵 사명도 ‘테라베스트’로 변경하면서 동종 iPSC 유래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업체로 거듭났다. 면역세포에 관심이 많았던 기 대표는 T세포 대신 NK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인 CAR-NK치료제를 개발하기로 했다.
테라베스트가 창립 이후 7년간 자체 자금으로만 운영해오다 외부 자금 투자 유치를 시작한 것도 2019년부터다. 기 대표 단독 경영 체제로 변동되면서 주요 기술의 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외부 자금이 필요해진 측면도 있었다.
기 대표는 “그간 NK세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그걸 뒷받침할 실력이 없었다”며 “이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그 때부터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테라베스트는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 중 기술성평가를 신청하고, 하반기에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iPSC 유래 CAR-NK 플랫폼 공동개발을 통한 추가적인 기술 매출과 내년 상반기 TB-100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