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LG화학(051910)이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미국 혁신 항암제 기업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합병으로 LG화학은 단숨에 미국 항암제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
LG화학은 ‘아베오 파마슈티컬스’(AVEO Pharmaceuticals, 이하 아베오)를 5억6600만 달러(약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아베오는 FDA의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를 보유한 회사다. 국내 기업이 FDA 승인 신약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화학은 아베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
아베오는 지난 2002년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톤에 설립, 임상개발·허가·영업·마케팅 등 항암시장에 특화된 종합적인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돼 지난해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FOTIVDA)의 FDA 허가를 받았다.
올해 아베오의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5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오는 2027년에는 매출 5000억원(미국 증권사 컨센서스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진행 중인 포티브다와 면역항암제 병용임상 성공시 치료제의 적용범위가 확장돼 추가적인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는 게 LG화학측 설명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LG화학이 보유 자산 등을 활용해 미국 보스톤 소재 생명과학 자회사인 ‘LG 켐 라이프 사이언스 이노베이션 센터’(이하 LG CBL)에 인수자금을 출자하고, 이후 LG CBL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신규 설립해 진행하게 된다. 향후 아베오의 주주총회에서의 과반 승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진행되며, 이번 이사회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시 항암 파이프라인만 ‘12개’...美항암시장 상업화 역량 선제 확보LG화학은 이번 인수로 단기간에 미국내 항암 상업화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다양한 자체 개발 신약을 출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미국은 보험, 약가제도, 유통구조 등이 국내와 다른 체계로 운영돼 신약개발 단계부터 현지 특화된 상업화 역량이 요구된다. 직접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시장이지만 항암 분야는 암 전문 소수 의료기관 중심의 판매 조직으로도 사업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LG화학은 성공적으로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아베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아베오가 판매 중인 FDA 승인 항암 신약 포티브다는 지난 8월 미국항암치료가이드라인(NCCN Guideline)의 권고 약제 지위(Category 1 Recommendation)를 획득, 신장암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아베오는 포티브다 외 임상 3상 진행 중인 두경부암 치료제(성분명: Ficlatuzumab) 등 임상개발 단계 항암 파이프라인을 3개 확보하고 있으며, 적기 개발 성공 시 모두 2030년 이전 FDA 승인이 기대된다.
LG화학은 고형암 세포치료제 등 9개 항암 파이프라인을 포함해 통풍,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비만 치료제 등 총 20개의 개발단계(전임상 및 임상)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상업화 역량을 조기 확보함으로써 향후 신약 출시 초기부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2027년 매출 2조원 달성”LG화학은 △친환경 소재 △전지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해왔다. 이번 인수는 신약 부문 글로벌 사업 기틀을 공고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약 부문의 경우, 항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글로벌 혁신 제약사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아베오의 상업화 및 임상 역량을 내재화해 2027년 생명과학부문에서 매출 약 2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학철 부회장은 “이번 인수 결정은 LG화학 바이오사업 40여년 역사상가장 중요한 이정표이자 이 사업이 글로벌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미국 상업화 역량 지속 강화를 통해 현지 매출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항암 중심의 미국 임상 및 허가 역량을 한층 높여 글로벌 혁신 제약사 도약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