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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지옥'되는 바이오벤처의 초기 신호들
  • 등록 2025-05-11 오전 9:30:54
  • 수정 2025-05-11 오전 9: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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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근 아미코젠(092040), 셀리버리, 오스코텍(039200) 등 창업주를 소액주주들이 잇달아 해임시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바이오벤처 1세대’ 헬릭스미스(084990)는 2019년부터 2023년 말 경영권이 현재 최대주주인 바이오솔루션(086820)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약 4년간 경영권 분쟁에 시달렸다.

경영권 분쟁에서 소액주주가 승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소수 사례에 그친다. 경영권 분쟁에서 소액주주가 승리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애초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만한 바이오벤처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킬 바이오벤처의 초기 시그널은 과연 무엇일까?

오랜 주가 하락에 참다 못한 주주들, 연대할 수밖에…

팜이데일리 취재 결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바이오벤처들은 대부분 주가 변동성이 큰 기업이었다. 특히 소액주주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는 시점은 대체로 주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하락할 때였다. 즉 주가 하락은 직접적으로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촉발하는 이벤트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소액주주들이 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주가 하락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바이오 소액주주 이미지 (사진=ChatGPT)
헬릭스미스는 2019년 3월 29일 17만813원(이후 무상증자 반영한 수치)까지 올랐으나 2019년 9월 30일 4만5337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6개월 만에 주가가 73.5% 급락했다. 이는 9월 23일 발표한 핵심 파이프라인 ‘엔젠시스’(VM202)가 글로벌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임상 3상 결과가 실패한 탓이 컸다. 헬릭스미스는 같은달 24일, 25일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가라앉았다. 헬릭스미스 경영권 분쟁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도 2019년 9월로, 임상 실패와 주가 하락의 책임을 물으면서 촉발됐다.

셀리버리 역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1년 1월 29일 최고가 10만3460원(무증 반영한 수치)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주가가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해 거래정지 직전인 2023년 3월 24일에는 6680원까지 떨어졌다. 결국 상장폐지 결정되고 정리매매를 개시한 첫날 주가는 여기서 97.8% 급락한 14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셀리버리의 소액주주 운동은 2023년 9월 15일로 소액주주 55명이 셀리버리 주주연대를 결성하고 공동보유 약정을 통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2023년 3월 셀리버리 주식이 거래정지된 지 6개월 정도 후에 경영권 분쟁을 공식화한 셈이다. 최고점 대비 무려 주가가 93.54%나 떨어진 뒤 주주연대가 결성돼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당시 주주연대는 셀리버리가 주주들과 소통 없이 회사를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뭉쳤다.

아미코젠도 2020년 9월 장 중 한 때 2만3013원(무증 반영)까지 올랐던 주가가 지난해 3월 초 571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고점 대비 약 75.2% 급락하자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일부 소액주주들이 항의하러 주총장에 방문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아미코젠 소액주주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해 뭉치기 시작한 지난해 8월 4일 전거래일(2일) 아미코젠의 주가는 4940원으로 고점 대비 78.53% 떨어진 상태였다.

최대주주 지분율 낮고 소액주주 비율 높고

소액주주 비율이 90%대로 높으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이라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곳이라는 특징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을 뿐 아니라 해당 업체의 파이프라인이 유망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걸었다. 파이프라인의 가치가 별로 없는 경우 소액주주들이 경영권을 탐낼 이유가 없다는 분석에서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헬릭스미스의 경우 경영권 분쟁 촉발 조짐이 보이던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김선영 전 대표의 지분율은 7.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83.89%에 달했다. 셀리버리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 최대주주인 조대웅 대표의 지분율이 13.32%였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77.89%였으며, 이 중 주주연대가 확보한 지분율은 27.8%로 조 대표의 지분율의 2배를 넘어섰다.

아미코젠의 창업주인 신용철 회장이 해임당할 때 그의 지분율은 12.6%였으며, 소액주주 지분율은 83.7%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주주들에게 해임당한 김정근 전 오스코텍 대표 역시 지분율이 12.46%로 소액주주(66.71%)에 비하면 턱없이 낮았다. 오스코텍의 소액주주 수는 3만9324명으로 소액주주 비율은 99.97%에 달했다.

시장과 소통 원활해야…오너 자녀 입사도 요주의?

시장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바이오벤처가 향후 소액주주와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건이 있을 때만 발표하는 게 아니라 (임상에 실패하는 등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도 시장과 계속 호흡해야 소액주주와 갈등이 불거지지 않는다”며 “소액주주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소통을 해야 향후 분쟁의 소지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HLB(028300)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HLB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재차 보완요구서한(CRL)을 수령하면서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가 불발됐지만 끊임없이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분쟁까지 이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이다.

반면 평소 투자자들과 소통에 소홀히 하다가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만 주주들과 소통에 나서는 바이오기업들은 빈축을 샀다. 차바이오텍(085660)의 경우 지난해 12월 시가총액의 40%에 달하는 2500억원 규모의 유증을 결정하면서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기업설명회(IR)만 총 4회 개최했다. 이 중 일반 투자자 대상 IR은 2회 실시했지만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유증 규모가 250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축소됐다.

주주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는 회원수가 늘어나는 등 소액주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는 것도 소액주주운동의 전조로 지목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소액주주 카페가 활성화돼있어서 온라인 소통을 하다 대면으로도 소통하기 시작하면 자산을 지키자는 명분으로 결집력이 강화된다”면서 “점차 대표성을 내세우면서 회사와 소통에 나서기 시작하는 게 시그널”이라고 짚었다.

소액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의 부상도 소액주주 결집에 힘을 보탰다. 최근 소액주주들은 단체행동을 하기 위해서 액트 가입을 독려하며 의결권을 모았다. 단 액트는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으는 것을 돕는 역할이기 때문에 액트 자체가 소액주주운동을 촉발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일각에선 최대주주의 자녀가 회사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하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구조적으로 보면 자식들이 회사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회사가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면서 “기술은 개발하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초기 시그널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스코텍의 경우 김정근 대표의 아들 김성연 씨가 제네스코의 보스턴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채용 의혹이 일었다. 또 김 씨는 제노스코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어 편법 증여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2018년 5월 김선영 전 대표의 장남인 김홍근 씨가 입사한 뒤 경영 수업을 받았다. 크리스탈지노믹스(현 CG인바이츠(083790))도 미국 자회사 CG파마슈티컬스에서 조중명 전 대표의 아들인 조진영 전무가 근무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너 가족이 회사에 합류하면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임직원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오너 2세한테 승계를 하는 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순 없다”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바이오벤처를 이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오너의 판단력이 중요하게 작용할 때도 많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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