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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O+신약개발' 한지붕서 가능할까…베링거인겔하임이 보여준 해법
  • 등록 2025-10-09 오전 9:20:26
  • 수정 2025-10-13 오후 5: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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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고객사의 바이오의약품을 위탁개발 및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인적분할 형태로 떼어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특허만료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데, 모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주사업을 펼치는데 있어 고객사들이 경계심을 갖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데일리는 글로벌하게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처럼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신약개발을 병행하는 사례가 존재하는지, 이해상충(COI)을 이유로 기업분할의 길을 선택한 경우가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특히 작년 연매출 44조원으로 세계 제약사 순위 16위를 기록하면서 CDMO 법인도 운영하는 베링거인겔하임 그룹에 주목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베링거인겔하임, 이해상충 이유로 시밀러 사업 중단

독일에 모태를 둔 베링거인겔하임은 ‘자디앙’, ‘오페브’ 등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잘 알려졌지만 CDMO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위탁개발생산 부문은 그룹 내 독립 법인인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오파마슈티컬스 GmbH를 통해 운영된다. 이 법인은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오엑설런스(BioXcellence)라는 브랜드로 CDMO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바이오엑설런스는 스위스 론자, 중국 우시, 미국 캐털런트,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더불어 메이저 바이오의약품 CDMO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40년간 49개 바이오의약품을 상업화까지 이끌었고 전세계 10대 제약사 중 7곳이 30년 이상 장기 고객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점은 베링거인겔하임이 별도법인으로 CDMO 사업을 펼치면서도 지난 2018년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해소를 위해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전면 중단한 점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자가면역질환 블록버스터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사이텔조’를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받아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에서는 손을 완전히 뗐다. 고객사들에 제공하는 CDMO 서비스가 주로 바이오시밀러 품목이어서 이해상충의 문제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데일리의 취재에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보유한 여유 생산능력을 시장에 CDMO로 제공하는 것은 흔한 관행”이라며 “베링거인겔하임은 자사 NBE(New Biological Entity, 신규 생물학적 제제)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2018년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은 종료, 고객사와의 이해상충을 제거했다”고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CDMO 부문에서는 잠재적인 이해 상충을 제거하고, 특히 독점적 제조 노하우가 관련될 수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해 상충은 특히 바이오시밀러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당사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가 크지 않고, 이 분야를 전략적 타깃으로 삼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사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CDMO와 신약개발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을 실행하고자 하는 삼성이 면밀하게 들여다 봐야할 대목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CDMO 매출 2조원, 전체매출의 4% 불과…핵심은 ‘신약’

가족경영 체제 비상장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자체 발간 경영보고서를 통해 매출 현황을 알리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작년 그룹 전체 매출은 268억 유로(약 44조 1148억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CDMO 매출은 12억 3500만 유로(한화 2조원)로, 직전연도 대비 13.2% 늘어난 수치였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에 불과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생산시설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독일 비베라흐, 미국 프리몬트, 중국 상하이에 위치했다. 생산 범주는 DNA부터 완제의약품(fill and finish)로, 제품 전주기를 맡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의약품 관세 소식에 주목받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생산시설은 30만 평방피트 규모로, 포유류 세포배양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단일클론 항체 및 기타 단백질 의약품 생산에 특화되었고 다양한 상업용 세포배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두 개의 생산라인과 초기 임상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한 개의 생산라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로써는 국내 송도에 생산시설을 집중하고 있으며, 단순 CDMO 매출 만으로는 작년 3조 4971억원의 성과를 내 베링거인겔하임의 바이오엑설런스 사업부문을 능가한다. 다만 베링거인겔하임이 집중하는 부가가치 창출 사업은 신약이며 CDMO는 공장의 여유 캐파(CAPA)를 활용하기 위한 수단 정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에 따르면 작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2형 당뇨 및 심장질환약 ‘자디앙’으로, 연매출 83억 유로(약 11조 7360억원)를 기록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전체 매출의 30%에 달한다. 이어 폐섬유증약 ‘오페브’가 37억 유로(약 6조 2000억원) 매출로 전체의 13.7%를 벌어들였다. 이 같은 블록버스터 신약 대비 CDMO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회사는 나아가 신규 블록버스터를 도출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 베링거인겔하임의 R&D 비용은 연매출의 23% 수준인 62억 유로(약 10조원)에 달했다. 관심 분야는 심혈관질환-신장질환-대사질환(CRM) 및 호흡기질환, 면역질환, 항암제다. 나아가 정신질환과 망막질환 쪽으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25년~2026년 상반기 사이 임상 2상~3상 후기 프로젝트를 10건 이상 진행, 2030년까지 20가지 신규 치료제를 상업화시킨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신약과 CDMO를 병행하려면 그룹 계열사간 이해 상충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제거, 고객사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약개발과 CDMO를 각각 전담하는 계열사 분리는 물론 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사업을 벌이는 의약품을 망라해서 각 계열사간 겹치는 분야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나아가 의약품 산업에서 ‘빅파마’로 도약하려면, 먼저 신약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고, 이후 여력이 남는 생산캐파를 CDMO 사업으로 활용해 시장에 안착한 베링거인겔하임의 전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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