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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암이 면역세포를 피하는 데 쓰는 ‘섬유세포 방패’를 해체하는 게 핵심이다.”
신혜성 압타바이오 임상전략 이사는 자사의 신약 후보물질이 암의 면역 회피를 막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면역항암제가 잘 듣지 않던 고형암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2025년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다.
 | 압타바이오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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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지난 20일 연구개발본부 연구위원(이사)을 전화 인터뷰했다. 암의 방패막이이자, 은신처 역할을 하는 암 관련 섬유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s, CAF)와 이를 제거하는 APA-343A의 연구 및 임상 상황을 듣기 위해서다.
“암의 방패막이 CAF, 근본부터 무너뜨려야 치료 효과” ‘암 관련 섬유세포(CAF)’는 암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CAF는 종양을 딱딱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섬유화를 유도한다. 암세포가 딱딱해지니 약도 못들어가고 T세포 같은 면역세포도 못 들어간다. 화학항암제든, 면역항암제든 암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박에 없다.
신혜성 이사는 “많은 바이오회사와 연구자들이 섬유화를 막기 위해 TGF-β 같은 특정 경로만 타깃하려 한다”면서 “이 방식은 한쪽에선 계속 불을 피우고, 반대편에선 불을 끄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섬유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섬유화를 억제를 방식을 쓸 게 아니라, 섬유화 원인이 되는 물질을 없애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GF-β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초기 암 단계에선 종양을 억제하지만, 암이 진행되면 종양을 촉진하고 섬유화를 유도한다.
‘김치찌개로 못 변하게 물부터 뺐다’ 이번에 압타바이오는 암세포 섬유화를 억제하기 위해선 TGF-β가 아닌, CAF를 타깃해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찾아냈다.
신 이사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는 M1과 M2가 있다”며 “이 중에서 M1은 암을 공격하는 좋은 면역세포다. 반면, M2는 암을 도와주는 면역 억제 세포”라고 정리했다. 이어 “암세포 주변에서 CAF가 대식세포를 M2로 유도해 치료를 방해한다”고 덧붙였다.
CAF가 암세포 방패막이 역할을 넘어, 적군의 창끝까지 무디게 만든다는 얘기다.
그는 “이번 실험에선 CAF가 NOX2 효소를 이용해 대식세포 M1을 M2로 바꾼다는 걸 정확히 규명했다”며 “압타바이오의 NOX 억제제 ‘APA-343A’를 쓰면 NOX2 활성도가 감소한다. 그러면 대식세포가 M2로 전환되는 흐름이 확 꺾인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입증됐다.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CAF는 NOX2라는 효소를 이용해 면역 억제형 대식세포 ‘M2’를 만들어낸다. 암을 돕는 M2 대식세포를 만들어내는 재료가 NOX2 효소인 셈이다.
바꿔말하면, 김찌찌개를 끓이는 데 물을 없애면 요리를 완성할 수 없다. APX-343A는 김찌찌개를 못 끓이도록 주변의 물을 치워주는 치료제라는 얘기다.
NOX1, NOX2, NOX4는 산화 관련 효소로,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ROS)를 만들어낸다. 원래는 면역 반응이나 세포 신호전달 등에 쓰이지만, 암을 포함한 병적 상황에서는 종양 성장, 면역 억제, 섬유화 등 악영향을 미친다. 압타바이오 APX-343A는 NOX1, 2, 4를 선택적으로 억제한다.
“CAF 무력화로 치료 극대화…고형암 돌파구” APA-34A를 이용하면 치료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는 “CAF가 암을 돕는 방식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단일 기전으로는 안 된다”면서 “APX-343A처럼 다중 기전으로 작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차적으로 APX-343A는 NOX1, 2, 4 억제를 통해 CAF를 분해한다. 2차적으론 면역세포가 대식세포가 암세포 우군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다.
그는 구체적으로 “NOX 신호를 억제하면 CAF가 만드는 섬유화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종양이 부드럽게 바뀌어 T세포를 비롯한 면역세포가 침투 가능한 상태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식세포가 암친위 세력으로 돌변하는 걸 막고, 반대로 암 세포를 공격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신 이사는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NOX 억제라고 하면, 그냥 전신적인 산화스트레스를 막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APX-343A는 단순한 항산화제가 아니다. 실제 질환 부위에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넘쳐나는 활성산소가 문제인데, APX-343A는 그 질환 부위 활성산소를 정확히 타깃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작적 활성산소를 없애는 게 아니다”며 “정상부위의 정상수준의 활성산소엔 반응이 없다. 하지만 질환 부위에 과도하게 생성된 활성산소만 없앤다”고 덧붙였다.
“면역 사각지대 뚫는다” 압타바이오의 CAF 억제 전략은 단순한 신약 개발을 넘어 ‘면역 치료가 불가능한 암’을 다시 치료 가능하게 만드는 판을 바꾸는 접근으로 평가받는다.
신 이사는 “CAF는 면역 억제뿐만 아니라 암의 섬유화, 전이, 재발 등 다양한 문제의 중심에 있다”며 “APX-343A는 CAF가 개입된 거의 모든 고형암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동물실험에서 키트루다, 옵디보, 티센트릭 등의 면역항암제 단독으로는 효과가 없던 종양에서도, APX-343A와 면역항암제 병용 투여 후 면역세포 침투 증가와 종양 크기 감소라는 성과가 확인됐다. CAF가 만들어내던 면역억제 신호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면역세포가 종양에 다시 침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 이사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CAF 억제제는 전무하다”며 “APX-343A가 동물실험 직후 키트루다가 수백 억대 무상지원 병용투여 임상을 지원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압타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키트루다+APX343A’ 병용요법 1상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고 협의 중이다. . 앞서 압타바이오는 지난해 7월 머크와 ‘APX-343A+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시험 협력을 체결했다. 압타바이오는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제공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