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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비만 치료제 개발이 단순한 체중감량에서,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근육량 유지가 새로운 비만치료제 개발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128940)이, 글로벌 무대에서는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이 근육량은 유지하면서 체중을 줄이는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선두주자였던 릴리가 최근 일부 연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이 ‘지방 감량, 근육 증가, 기능 개선’이라는 복합 효능을 동시에 지향하는 ‘계열 내 최초’(First In Class)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약품은 해당 파이프라인을 비만약 파이프라인 3종의 마지막 퍼즐로 꼽고 있는 만큼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Clinical Trials)에 따르면 릴리는 지난 26일 ‘비마그루맙’의 임상 2b상 시험 관련 환자 등록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철회’(withdrawn)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릴리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이들 약물은 임상에서 운동성 개선에는 실패했고, 특히 간·췌장 효소 일시적 상승 등 안전성 이슈가 제기된 바 있다. 이런 점이 이번 연구개발 철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마그루맙은 릴리가 ‘버사니스 바이오’를 19억달러(2조6600억원)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물질이다. 릴리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비마그루맙 단독 혹은 비미그루맙·터제파타이드 병용 요법을 비교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임상 철회 결정으로 개발에 차질이 예상된다.
 | | 체중감소·근육유지 비만치료제 글로벌 개발 현황.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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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주자 리제네론과 한미약품, 가능성은 현재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기반 비만치료제는 체중을 15~20%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가 근육 손실에서 기인한다는 통계가 있다. 또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약물 중단 시 기초 대사량 감소, 지방 재축적(요요 현상) 등 부작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어 이를 넘어서는 차세대 비만약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기대주였던 릴리가 비마그루맙 개발을 일부 철회하면서 차기 주자인 리제네론으로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리제네론이 임상 2상 중인 트레보그루맙·게어토스맙 역시 릴리의 비마그루맙과 같은 기전의 약물인 만큼 향후 개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비마그루맙, 트레보그루맙·게어토스맙은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마이오스타틴과 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액티빈의 신호를 차단해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리도록 설계된 항체 치료제다.
반면, 한미약품 HM17321의 경우 아직까지 전임상 단계로 개발 속도 측면에서는 다소 늦었지만 완전히 새로운 기전을 가진 ‘지방 감량, 근육 증가, 기능 개선’ 비만치료제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HM17321은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 인자2(CRF2) 수용체’를 타깃하는 우로코르틴-2(UCN2) 유사체로,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됐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UCN2는 심혈관계 보호 뿐 아니라 골격근에 직접 작용해 근육 비대(hypertrophy)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기전은 기존 비만치료제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근손실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HM17321 비임상 연구(동물실험)에서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올해 안으로 HM17321은 임상 1상에 돌입해 계열 내 최초 약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전세계 여러 기업에서 UCN2 기반 후보물질의 개발을 고려하거나 초기 단계 연구를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UCN2 기반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들어간 사례는 없는 만큼 HM17321는 계열 내 최초 약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비만약 마지막 퍼즐 ‘HM17321’ 한미약품은 근육을 늘리면서 체중을 줄이는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를 비롯해 비만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임상 2상), 경구용 비만치료제 ‘HM101460’(전임상) 등 총 6개 영역에서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HM15275는 2030년, HM17321는 2031년 출시가 목표다. HM17321는 한미약품 비만 파이프라인의 가장 마지막 퍼즐이며 궁극적인 목적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글로벌 협력을 통한 기술수출과 독자적인 상용화 추진 등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내년에 이어 2030년, 2031년 연달아 비만약을 출시하면서 비만 치료에 있어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각각의 파이프라인은 기술수출에 국한하지 않고, 성공적인 상용화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