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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줄기세포 파킨슨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스바이오메딕스가 국내 임상 1상 후 곧바로 미국 임상 3상 진입을 시도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 회사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할 경우 국내 임상 1상 후 미국 후기 임상에 곧장 진입하게 되는 국내 기업 최초 사례가 된다. 문제는 한국 임상 1상 후 미국 후기 임상 진입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업계와 회사 측은 가능성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줄기세포 파킨슨 치료제 ‘TED-A9’이 국내 임상 1상 후 미국 임상 3상 직행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사진=송영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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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는 이달 말 FDA와 사전 미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DA 사전 미팅에서는 일반적으로 임상 디자인 관련 협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측은 협의를 통해 FDA가 요구하는 수준의 갭을 확인하고 이를 보완해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하게 된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줄기세포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 ‘TED-A9’ 국내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후 임상 2상을 건너뛰고, 미국 임상 3상 직행을 노리고 있다. 이미 같은 줄기세포 기반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미국 블루락 테라퓨틱스가 임상 1상 완료 후 미국 임상 3상으로 직행한 사례가 있어, 회사 측도 이같은 전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와 블루락의 파킨슨 치료 기전은 유사하다. 뇌 신경세포를 환자 뇌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머리에 작은 구멍을 낸 후 그 사이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중뇌 복 측 부위에 직접 이식한다. 블루락은 임상 1상에서 1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도 블루락과 같은 12명을 대상으로 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는데, 유효성에서 더욱 뛰어난 수치를 나타냈다.
블루락 BRT-DA01 임상 1상(12명)에서 유효성 측면 중 가장 객관적인 운동기능 점수를 보여주는 ‘MDS-UPDRS Part III’ 평균 점수가 저용량 -7.6점, 고용량 -12.4점이었다. 반면 에스바이오메딕스 TED-A9은 임상 1상(12명) 저용량 -12.7점이었고, 고용량 -13.0점이었다. 저용량과 고용량 모두 블루락 대비 우수한 증상 개선 수치를 보여줬다.
따라서 블루락이 FDA와의 협의를 통해 임상 1상 후 2상을 건너뛰고 임상 3상에 진입한 만큼, 에스바이오메딕스도 임상 3상 직행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임상을 하고 미국에서 곧바로 임상 진입이 가능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韓 1상 후 美 2상 진입 사례 다수...3상 진입 사례는 없어 업계 관계자는 “에스바이오메딕스가 목표대로 미국 임상 3상 승인을 받는다면 상당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임상 1상을 하고 미국 임상 3상으로 직행한 사례가 없어서 IND 신청 후 FDA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임상과 후기 임상을 각각 다른 국가에서 한 사례는 다수 확인된다. 고바이오랩은 마이크로바이옴 건선 치료제를 호주에서 1상을 완료한 후 FDA로부터 임상 2상을 승인받아 미국에서 진행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도 고형암 치료제 GI-101 임상 1상을 국내에서 한 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승인받은 바 있다. 종근당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은 국내 임상 1상 후 노바티스에 기술 이전됐고, 임상 1상 결과를 토대로, FDA로부터 미국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한미약품 벨바라페닙, 포지오티닙, 오락솔도 국내에서 임상 1상 후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측은 국내에서 초기 임상을 하고 다음 단계 임상을 미국에서 문제없이 승인받아 진행한 사례는 다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TED-A9’이 미국에서 IND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는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국내에서 1상 진행 후 임상 2상을 미국에서 승인받아 진행한 사례는 여럿 존재한다”면서 “다만 우리는 임상 1상에서 임상 3상 직행이라는 그동안 없었던 케이스다. 따라서 FDA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현지 컨설턴트들과 오랜 기간 논의하고 있는데, 승인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미국 임상 3상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FDA는 임상 1상 데이터에 대해 유효성도 보지만 안전성에 중점을 둔다는 설명이다. 블루락도 임상 1상 후 임상 3상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FDA에 IND 신청 시 제출하는 것은 동물실험과 1상 데이터, 임상 3상 계획서, 비임상 및 임상 CMC(제조생산공정) 자료”라며 “이 중 가장 관건은 임상 1상의 주목표인 안전성 데이터와 CMC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블루락과 똑같은 임상 디자인으로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했다. FDA에서는 블루락의 임상 3상 승인에 대해 안전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 후 승인했는데, 우리도 똑같은 기준으로 FDA가 심사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올해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현장에서 블루락이 임상 1상 후 임상 3상을 직행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미국 FDA 출신들이 속한 현지 컨설팅 기업들과 관련 논의와 전략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CMC 부분도 미국 현지 CMO(위탁생산) 파트너사들과 점검을 하고 있는데, 그들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계속 받고 있다”면서도 “혹시 나올 FDA의 지적 사항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해 2~3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속승인 옵션 약점...현지선 “큰 문제 안돼” 다만 블루락이 FDA로부터 첨단재생의료치료제(RMAT)로 지정받은 반면 에스바이오메딕스는 RMAT으로 지정받지 않았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RMAT은 FDA가 운영하는 의약품 우선 심사 제도(패스트트랙, 혁신의약품, 가속승인) 중 하나다. 세포치료, 조직공학치료, 인체 세포와 조직 제품 등이 지정 대상이다. 여기에 정의되는 재생의료치료(RMT)와 중증 및 생명 위협 질병, 예비 임상 근거로 미충족 의료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제가 지정 자격을 갖는다.
RMAT 지정에 따른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허가 심의 기간이 기존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된다. 롤링리뷰 자격도 주어지는데, 롤링리뷰는 FDA와 의약품 개발 기간 동안 자주 미팅이 가능해 허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임상 설계 등이 가능하다. 에스바이오메딕스 측도 RMAT 지정 여부가 FDA 임상 승인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미국 현지에서 다각적인 분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우리가 블루락과 다른 점이라면 RMAT 승인을 신청하지 않아 그 지위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임상 3상 승인에 어느 정도 변수가 될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현지에서 다양한 컨설팅을 받았는데, 큰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란 답변을 받았다. 블루락과 같은 줄기세포치료제인 데다 기전이 동일하다는 점, 데이터 안전성을 중점으로 본 만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에스바이오메딕스의 미국 임상 3상 승인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