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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레이더] '초고속 성장' 암젠에서 찾는 K바이오 성장전략
  • 기존 빅파마 공략 불가능한 신규시장 목표
  • 증거와 실적 기반 대규모 자본조달 성공
  • 버블붕괴와 기업간 인수합병, 퇴출, 성장의 시장 순환
  • K바이오, 연 유상증자 1300억 불과...M&A 없는 고인물
  • 등록 2020-09-13 오전 11:00:00
  • 수정 2020-09-14 오전 11:04:02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가 국내외 주요 신약개발 동향을 한달에 한번 전한다. 주목해야 하는 신약개발 기술과 회사, 효과 등을 톺아본다. 특히 제약 바이오 투자자의 관점에서 그런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짚는다. 김 대표는 기술경제학 박사(영국 리즈대학)로 ‘신약 후보물질 감별사’로 통한다.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K바이오의 해외 기술수출을 지원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본부장)에 몸담았다. 그 기간 700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600개의 가치를 모두 평가했다. 국내 신약 후보물질의 현황과 수준, 해외 신약개발 동향 등을 꿰뚫고 있다는 평이다.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 간질치료제 하나로 미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SK바이오팜(326030) 시가총액은 최고가 기준 32조원이다. 이 정도의 시가총액은 세노바메이트의 경쟁약물인 빔팻(Vimpat)을 보유·판매하고 있는 UCB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UCB의 2019년 매출액이 7조원 수준인데 반해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1238억원으로 70배 이상 매출액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시가총액을 기록한 것은 아마도 SK바이오팜이 우리나라 제약 역사상 최초로 블록버스터 제품을 가질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인정 혹은 기대했기 때문이다. 만약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로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게 된다면 신약개발이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 약 30년만에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거둔 사상초유의 성과가 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글로벌 빅파마의 영업이익율은 50% 내외, 순이익율은 약 20%로 그 어떤 산업보다 높으며, 향후 성장률 역시 GDP 성장률의 최소 4배인 6~10%이다. 그야말로 수익성과 성장성이 보장된 알짜배기 산업이다. 하지만 글로벌 빅파마 50위권(연매출 3조원)에 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경우 1993년에 시작해서 27년간 총 1조원 내외를 투자한 결과 글로벌 시장진출에 성공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1980~1990년 사이 미국에서 창업한 바이오의약기업 4000여개 중 300개 내외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는데, 그중에서 6개 기업만이 2019년 기준 연매출 3조원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상장업체수를 기준으로는 2%, 창업된 기업을 기준으로 본다면 0.1%에 불과하다. 게다가 가장 빨리 글로벌 빅파마 10위권에 진입한 암젠조차 10년만에 연매출 2조를 달성했고, 길리어드는 18년만에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신약개발을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진입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제약산업 환경이 이렇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오너가 뚝심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었던 게 성공의 비결이며, 그렇기에 대기업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한다. 일면 타당한 이야기다. 신약산업의 특성상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자금동원 능력은 필수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전략적 투자지원이 없는 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 활동에 진입하기 이전에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구해야 한다. 빅파마로 성장하기 위한 자본조달 전략은 무엇이며, 그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지, 선택한 비즈니스 모델에 가장 적합한 연구개발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전략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암젠의 성장사를 살펴보자. 암젠은 2020년 현재 시가총액 150조원 연매출 27.7조원으로 제약산업 역사상 가장 빠르게 창업 후 10년만에 빅파마 대열에 진입한 기업이다. 암젠은 1981년 VC로부터 190억원을 투자받아서 창업한 이후 아주 넓은 영역에 걸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면서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를 탐색했다. 1983년에 나스닥에 상장으로 400억원을 조달하는데 성공한 암젠은 첫 번째 공략목표로 에포젠(Epogen, 빈혈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

이 당시 암젠의 연구개발투자비는 연간 300억원 내외였는데, 암젠은 애보트(Abbot), 업존(Upjhon)등과의 공동연구 협약을 통한 자본조달, 1985년 EPO 공동개발 및 판매를 위해 일본 기린(Kirin)사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120억원 추가 자본조달에 성공했다. 개발에 착수한지 2년만에 Epogen 개발의 가능성과 그 시장성을 설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창업 후 5년만인 1986년에는 예산적자를 벗어나면서 7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다. 또한 1989년 Epogen 시판허가 받은 것을 근거로 1990년 50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1992년 마침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섰다. 1992년 이후 암젠은 실적에 기반한 자본조달 능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출시에 필요한 파이프라인을 외부로부터 확보하는 동시에 항암과 면역질환 분야 항체 치료제 개발을 본격화하게 된다.

간단하게 살펴본 암젠의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타겟질환과 타겟 기술선택의 중요성이다. 1980년 바이오창업 열풍이 불던 시절 바이오의약 개발기술은 재조합단백질, 항체, 핵산, 유전자 치료제 등 적어도 4개 이상의 중요 기술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고 대부분의 신생 바이오업체는 고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술수준이나 복잡성을 기준으로 본다면 재조합단백질 분야는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분야였는데, 암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진을 보유했음에도 재조합단백질 기반의 적혈구성장인자(EPO) 개발전략에 집중했다. EPO 결핍질환의 경우 기존의 합성의약품으로는 공략이 어려운 질환으로 체외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넣어주는 방식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합성의약품 기반의 기존 빅파마들은 공략이 불가능한 반면 바이오의약 기술로는 상대적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고, 아예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에 신생 업체라도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질환을 선택한 것이다.

둘째, 증거와 실적 기반의 대규모 자본조달 전략의 중요성이다. 암젠은 1980년대 연간 300-500억원 정도의 연구개발 투자비를 조달함에 있어서 빅파마와의 공동연구, 파이프라인 기반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기반으로 유상증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 당시 미국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현재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매우 높은 버블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가버블과는 별개로 대규모 유상증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암젠은 빅파마 공동연구를 통한 연구역량의 우수성 입증, 마케팅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Epogen의 상업적 가능성을 연달아 입증하면서 대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했고, 마침내 블록버스터 제품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바이오의약분야 VC 연간 투자액 1조원 시대에 기상장된 바이오제약기업들의 연간 유상증자 총액은 1300억원 내외에 불과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 문제가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얼마나 심각한 장애물인지에 대해 혁신금융 관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셋째, 미국의 경우 1980년대 이후 5년 주기의 소규모 버블붕괴, 10년 주기의 대규모 버블붕괴를 경험하면서 바이오의약기업간 인수합병, 퇴출, 성장이 이루어졌다. 산업생태계의 진화가 활발하게 진행됐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황우석 사태에 따른 버블붕괴를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버블붕괴를 경험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제약산업 생태계의 진화를 이루지도 못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창업열풍 후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매출액 1000억을 기록한 회사도 없고, 대규모 인수합병된 회사도 없으며, 상폐를 통해 퇴출된 기업 역시 극소수인 상태, 즉 고인물이 되어가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나라 바이오의약 주가는 세계 최고를 넘어 미국 바이오의약 주가 버블의 10배가 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적절한 수준의 버블은 바이오의약 산업의 특성상 불가피하며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기적인 버블붕괴를 통해 인수합병, 퇴출, 실적에 기반한 유상증자 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의 본질이자 그 핵심기능인 대규모 자본조달 통로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 거래소 등이 기술특례상장 기업수의 증가에 쏟는 관심의 절반만큼이라도 바이오의약 산업생태계, 혁신 진화적 금융생태계의 진화에 관심을 두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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