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이데일리 프리미엄 기사를 무단 전재·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팜이데일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합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헬릭스미스(084990)가 사실상 개발 중단 상태인 유전자 치료제 ‘엔젠시스(VM202)’의 미국 임상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팅을 통해 임상 3상 프로토콜에 대한 긍정적 답변을 받으면서 미국 임상 재개 가능성이 열렸다.
 | 헬릭스미스 본사 전경.(제공= 헬릭스미스) |
|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최근 FDA와의 타입D(Type D) 미팅에서 중증하지허혈증(CLI) 임상 3상 설계를 논의했다. 서면 회신(WRO)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미팅에서 FDA는 헬릭스미스가 제시한 대상 환자군과 적응증, 주요 평가변수에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FDA는 ‘6개월 완전 궤양 치유율’을 임상적·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로 인정했는데, 이는 헬릭스미스의 중국 파트너사 노스랜드 바이오텍이 설정한 1차 지표와 동일하다. 즉 미국 임상에서도 중국에서 입증된 지표를 그대로 1차 평가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FDA는 보조 변수로 ‘절단 없는 생존율(AFS)’을 추가할 것을 권고했으며 당뇨병성 족부궤양(DFU) 환자 제외 근거가 불명확하다며 추후 포함 가능성을 검토할 것 등을 주문했다.
노스랜드 바이오텍은 지난 2004년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로부터 엔젠시스를 기술이전 받아 중국에서 임상 3상까지 수행했다. 현재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기술 심사를 마쳤으며, 행정 절차만 남은 상태다. 승인 통보가 나오면 엔젠시스는 첫 상용화에 성공하게 된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이번 FDA 회신은 중국에서 이미 진행된 임상 3상 결과와 높은 정합성을 보인다”며 “중국에서 품목허가가 나오면 헬릭스미스 미국 임상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랜드가 중국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CLI 환자 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기관·이중맹검·위약대조 임상시험(HOPE CLTI-2)에서 치료군의 6개월 완전 궤양 치유율이 41.8%로, 위약군 15.8%보다 26.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p값은 0.001 미만으로 통계적으로도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생존 분석에서도 치료군은 위약군보다 약 2.3배 높은 치유 가능성을 나타냈다.
주요 절단률은 치료군 1.9%로 위약군 8.8%보다 낮았고, 사망률도 치료군에서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위약군에서는 3명(3.7%)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궤양 면적 50% 이상 감소율, 러더포드 분류(CLI 진행 정도를 구분하는 국제 분류 체계) 개선 등 2차 지표에서도 치료군의 우월성이 확인됐다.
LO → JV → 직접임상 헬릭스미스는 중국 품목승인을 전제로 글로벌 기술이전(LO)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LO가 성사되지 않으면 조인트벤처(JV)를 통한 공동 임상, 최종적으로 직접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품목허가가 나야 이러한 계획들이 실행에 옮겨질 수 있다”며 “미국 직접 임상을 할 준비도 돼 있지만 일단은 LO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는 과거 CLI 영역에서 이미 미국 임상 경험을 쌓았다. 2008년 1상에서는 12명 환자에게 최대 16mg까지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했고, 일부 환자에서 허혈성 궤양 개선 신호가 관찰됐다. 2010년 진행한 2상에서는 고용량 투여군의 62%에서 1년 내 완전 궤양 치유가 나타났으며, 통증 관련 지표에서도 개선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후 FDA와 논의 끝에 환자 모집이 용이한 당뇨병성 족부궤양(DFU)으로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미국 DFU 3상은 환자 모집 지연과 비용 부담으로 조기 종료됐다. 일부 긍정적 데이터가 나오긴 했지만 주평가지표 달성에는 실패해 엔젠시스 개발은 수년간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CLI는 하지 혈류 부족으로 발생하는 만성 궤양과 절단 위험이 높은 질환으로, 현재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다. 글로벌 환자 수는 약 2500만~3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7조6000억원에서 2032년 13조8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만 해도 환자 수가 200만~260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