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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지노믹스, 美 클리아랩 인수 전략…惡手 됐나
  • 등록 2025-06-08 오전 9:10:49
  • 수정 2025-06-08 오전 9:10:49
이 기사는 2025년6월8일 9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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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는 랩지노믹스 인수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미국 클리아랩 인수를 통한 매출 회복 전략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수 후 악화된 美 클리아랩 실적, 랩지노믹스에 부담 전가

루하PE는 2022년 8월 랩지노믹스 인수 결정 끝에 두 차례 경영권 인수가 연기되고 계약 규모가 줄어드는 등 우여곡절 끝에 2023년 1월 인수를 마쳤다. 이후 미국 클리아랩을 다수 인수해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의 매출을 회복하겠다는 성장 전략을 추진했다. 클리아랩이란 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인 클리아(CLIA)를 보유한 시설이다. 식품의약국(FDA) 인증 없이 자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됐다.

랩지노믹스는 2023년 8월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클리아랩 큐디엑스(QDx)를 768억원에, 지난해 10월 IMD를 130억원에 각각 인수하면서 모두 900억원을 클리아랩 인수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미국 동부, 중부, 서부에 클리아랩을 갖추면서 미국 전역에 자체 개발 진단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클리아랩 인수 이후 랩지노믹스의 실적은 오히려 악화됐다. 랩지노믹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1년 2024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1448억원, 2023년 731억원으로 내려앉았다가 2024년 859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목표치였던 1000억~2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살짝 반등한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선 2021년 1045억원→2022년 662억원에서 2023년 69억원 적자로 전환한 뒤 2024년 185억원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루하PE 인수 이후 적자를 내며 수익성 면에서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회사 측은 이러한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미국 클리아랩 인수 등에 따른 일회성 비경상적 비용 증가를 지목했다. 설상가상으로 인수 후 연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현지 클리아랩의 실적도 인수 전보다 악화됐다.

‘클리아랩 만능론’의 허상…엔데믹으로 바뀐 美 시장 판도

미국 100위권에 드는 QDx의 인수 전인 2022년 매출은 5000만달러(약 665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770만달러(약 102억원)였다. IMD의 경우 인수 전 재무상태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연매출이 약 1000만~5000만달러 사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29일 환율(1375.9원)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약 138억~688억원 규모이다.

QDx는 2023년 매출이 213억원으로 인수 직전인 2022년 대비 3분의1로 매출이 떨어졌고, 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매출이 486억원으로 2배 이상 뛰고 순이익도 4억원을 기록했지만 인수 전 실적엔 못 미치고 인수비용(768억원)을 고려하면 여전히 손실 상태다. IMD 역시 지난해 22억원의 매출을 내고 7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랩지노믹스 실적 개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에 클리아랩 인수라는 전략이 패착 아니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클리아랩 인수가 만능이 아니었는데 기대감이 과한 측면이 있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적이 부풀려진 상태에서 현지 클리아랩을 인수하다 보니 인수 비용 대비 수익이 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싸이토젠, 엔젠바이오 등도 클리아랩 인수 이후 손실이 커지는 등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 이에 엔젠바이오는 클리아랩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클리아랩 시장은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가 엔데믹 이후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2019년 약 8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됐던 미국 클리아랩 시장은 2020년 약 900억달러로 급성장하고, 2021년 930억달러→2022년 950억달러→2023년 959억달러→2024년 1017억달러로 더디게 성장했다. 2022년부터 엔데믹이 도래하면서 코로나19 진단에 의존했던 랩 중심으로 수익이 감소하고 폐업하는 곳이 속출했다. 2023년부터는 액체생검, AI 기반 병리진단 등 고부가가치 특화 진단 랩 위주로 살아남게 됐다.

CB 담보 제공에 현금 절반 묶인 랩지노믹스, 유동성 우려 ↑

랩지노믹스를 인수한 루하PE 역시 손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루하 PE는 랩지노믹스 전환사채를 주당 7260원에 인수하고 진승현 대표의 구주 287만1395주를 주당 2만880원에 사들였다. 랩지노믹스의 주가는 지난 29일 기준 2700원에 불과하다. 전환사채 인수 주가 기준으로는 62.8%, 구주 인수 주가 기준으로는 87.1%나 각각 떨어진 셈이다.

루하 PE가 400만원 규모로 납입한 전환사채(CB)의 경우 최저 전환가액(2729원)보다도 낮은 금액에 주가가 형성된 상태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6월 11일 해당 CB의 만기금리를 6%에서 2.5%로 대폭 하향했다. 대신 랩지노믹스가 보유한 현금 395억원을 담보로 잡았다. 투자원금 보전을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같은날 랩지노믹스 이사회는 사채조건 변경 합의서 및 근질권 설정 계약 체결 승인에 대한 안건을 가결했다. CB 만기금리 인하를 위한 것으로, 법률적 검토를 받아 진행된 적법한 절차였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실제로 이사회 의사록을 살펴보면 법무법인 율촌은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해당해 업무상 배임의 책임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일각에선 현금 담보가 실행될 경우 랩지노믹스가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랩지노믹스의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00억원이다. 이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담보로 제공되면 최근 3년간 평균 판매관리비 392억원을 감안할 때 외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랩지노믹스는 올해부터 현지 클리아랩을 통한 미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해 8월 개발을 완료한 호흡기 LDT 진단키트 ‘RPP 에센셜’(RPP Essential)을 미국 자회사인 랩지노믹스 USA를 통해 현지 클리아랩인 QDx, IMD 등에 공급해 미국 전역에 판매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향후 RPP 뿐만 아니라 GPP, STI, UTI 등 다양한 LDT 진단키트를 미국 진단 시장에 도입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 진단 사업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류재학 전 대웅제약 컨슈머헬스케어(CH)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랩지노믹스는 6월 23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올해 1월부터 재직 중인 류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류 부사장은 20년 이상 대웅제약에서 근무하며 제약 마케팅, 사업개발, 연구개발(R&D), 헬스케어 영업 등 다양한 부문을 두르 거쳤다. 2015년부터 대웅제약의 CH 본부장을 역임하며 5년 연속 매출 성장과 함께 수익성 개선 성과를 냈던 인물이다.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선 만큼,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강도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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