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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00여 년간 신약개발을 위해 지속해 오던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를 공식화했다. 비윤리적 문제가 제기됐던 동물실험을 인공지능(AI), 오가노이드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럽도 EU를 중심으로 동물실험 폐지를 준비하고 있어 신약개발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AI와 오가노이드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시험법 기술과 관련 기업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 및 유효성 평가 서비스를 하는 비임상 CRO는 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AI와 오가노이드 기술 불안정으로 당장 동물실험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FD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10일) 신약개발을 위한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다. 동물실험보다 효과적이고 인체에 적합한 방법으로 대체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독성 및 세포주에 대한 AI 기반 계산 모델, 실험실 환경에서의 오가노이드 독성 테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활용해 동물실험이 축소되거나 잠재적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틴 마카리 FDA 국장은 “새로운 접근법은 의약품 안전성을 개선하고 평가 프로세스를 가속하는 동시에 동물실험을 줄이고 연구개발(R&D) 비용을 낮춰 궁극적으로 의약품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동물실험 폐지를 준비 중이다. 빠르면 2분기 내 EU가 동물실험 폐지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실험 없이도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게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로 알려졌다. 의약품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동물실험 폐지가 공식화되면서 신약개발 환경에서 AI와 오가노이드 등 혁신 기술이 주목받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실험이 단계적으로 폐지가 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AI와 오가노이드 기술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시장이 커지고, 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투심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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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대체 기술, 왜 AI·오가노이드일까FDA와 업계에서는 동물실험 대체 기술로 왜 AI와 오가노이드를 첫손에 꼽았을까. 신약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과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동물실험의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5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5년간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개발 등으로 약 1256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실험은 윤리적인 이슈와 더불어 종간 유전적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임상에서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완벽하게 예측하지 못한다는 한계점도 지적됐다.
비임상 CRO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에서 동물이 활용되는 단계는 스크리닝과 동물실험이다. 스크리닝 단계는 때에 따라 비용이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실험의 경우 수천만원부터 수억원, 영장류의 경우 수십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동물 대신 AI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바이오 벤처 비용 절감과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신약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와 오가노이드 각각의 장점과 이들의 융합에 따른 장점도 크다는 평가다. 먼저 AI의 경우 동물실험의 주 용도였던 독성과 효능 예측이 가능하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장기와 유사한 구조물인 미니 장기로 동물 대신 독성 평가 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다. AI 신약개발 기업 사장은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약물 효능과 독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 특히 AI 플랫폼 기술은 유전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약물 반응성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AI와 오가노이드 결합은 더욱 다양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유래 오가노이드(PDO)와 결합하면 맞춤형 약물 효능 평가, 분자 구조 기반 독성 예측 알고리즘의 정확성 향상이 가능하다. 임상 데이터와 통합 해 임상 결과 예측 능력에 대한 다양한 결과물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동물대체 시험법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측도 “인체 특성을 모사하는 기능을 가진 오가노이드는 미세한 인체 환경을 구현하고 다양한 평가 지표를 반영할 수 있다. 기존 시험법으로는 정확한 평가가 어려웠던 질병 치료제 효능과 기전을 규명할 수 있다고”고 언급했다.
실제로 AI 신약개발 기업인 신테카바이오(226330)와 온코크로스(382150),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 쓰리빌리언(394800) 등 국내를 대표하는 AI 신약개발 기업들의 주가는 모두 10일부터 15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16일부터 코스닥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비임상 CRO 하이리스크?...업계 “환경 급변 없지만 변화에 대비해야”AI 신약개발 기업과 오가노이드 기업이 동물실험 폐지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동물실험 서비스를 하는 비임상 CRO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동물실험 서비스 기업으로는 우정바이오(215380), 코아스템켐온(166480), 오리엔트바이오(002630), HLB바이오스텝(278650)(구 노터스) 등이 있다.
벤처캐피털(VC) 바이오 심사역은 “동물실험 폐지가 현실화 된다면 비임상 CRO, 마우스와 영장류 등 실험동물 판매업체, 시약업체 등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동물실험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FDA에서 독성 쪽은 동물실험 폐지한다고 해도 리서치 단계에서 POC(개념증명)를 보기 위해서는 계속 동물실험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비임상 CRO 업계에서는 AI와 오가노이드의 약물 효능 및 독성 평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아직 해당 기술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재진 오리엔트바이오 대표는 “AI와 과학이 발전하면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해 줄 수 있고, 오가노이드도 인간 유사 장기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장기에 대한 독성 평가 등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장기와 적응증에 대한 독성 평가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현지 비임상 CRO에서도 즉각적인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CRO 업계 관계자도 “오가노이드의 경우 기술은 아직 미완성 수준이고, 검증이 되지 않았다.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위해 동물실험 대신 오가노이드를 활용한다고 해도 오히려 동물실험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며 “오가노이드 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오가노이드를 배양해서 디테일한 실험을 하려고 하면 동물실험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신약은 사람한테 사용된다는 점에서 완벽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장 동물실험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약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동물실험 폐지를 기조로 잡은 만큼 향후 어떤 식으로든지 비임상 CRO도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비임상 CRO 국내 1위인 HLB바이오스텝은 지난해부터 강스템바이오텍 등과 함께 오가노이드 기반 의약품 평가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코아스템켐온도 오가노이드 대체시험센터를 설립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FDA가 동물실험 폐지를 선언했지만, 당장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다. 비임상 CRO들이 이번 발표에 큰 반향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하지만 유럽은 몇 년 전부터 동물실험을 줄이고 있고, 올해를 기점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실험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AI와 오가노이드 기술이 아직 불안정하고, 동물실험이 아예 사라지기까지는 아주 먼 얘기라고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비임상 CRO들도 사업 전략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