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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녹십자(006280) 자회사이자 유전체 분석 기업 GC지놈(지씨지놈)이 올해 폐암 조기진단 제품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암 조기검진 시장은 아직 국내외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진단 기업으로 성장하겠단 목표다.
 | 기창석 지씨지놈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석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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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안하는 폐암으로 ‘노크’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지씨지놈은 이르면 올해 액체생검(혈액 속에 떠다니는 암 관련 분자 정보를 분석해 암의 존재나 특성을 파악하는 검사)기술을 기반으로 한 첫 폐암 조기검진 제품을 미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액체생검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는 가던트 헬스(Guardant Health), 그레일(GRAIL), 이그잭트 사이언스(Exact Sciences)가 있는데, 이들 중 폐암 조기진단 제품을 상용화한 곳은 아직 없다. 지씨지놈은 경쟁이 비교적 덜한 분야에서 먼저 시장 기반을 확보한 뒤,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 나가려는 전략이다.
지씨지놈은 혈액에서 세포 유리 DNA(cfDNA)를 분석해 폐암을 검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유전자 단편 말단 및 크기(Fragment End Motif by Size; FEMS)’ 기술과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폐암 조기 검출의 정확도를 크게 향상시켰으며, 폐암 조기 발견에서 민감도(암에 걸린 사람 중 검사 결과 양성인 비율)는 91.0%, 특이도(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 중 검사 결과 음성인 비율)는 85%를 각각 기록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폐암 조기 진단 제품을 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임상을 거쳐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및 미국 보험청(CMS) 가이드라인 등재를 목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FDA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클리아(CLIA) 인증을 받은 실험실을 통해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씨지놈 미국 파트너사인 지니스 헬스(Genece Health)는 CLIA 인증을 받은 임상검사실을 운영 중이다.
지씨지놈이 미국에서 보험 등재에 성공할 경우 매출은 보다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실제 참고할 만한 사례도 있다. 미국 액체생검 기업 바이오데식스(Biodesix)는 폐결절 환자들만 대상으로 한 폐암 진단 제품을 상용화했다. 출시 첫 해인 2020년 매출은 918만 달러(약 124억원)에 머물렀으나, 2023년 보험 등재가 된 후 2024년 매출은 4760만 달러(약 643억원) 규모로 5배 넘게 급등했다.
글로벌 톱티어 수준 성능 지씨지놈이 미국 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국내외 액체생검 기술 수준이 대체로 비슷한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씨지놈 관계자는 “액체생검 기술이 상용화된 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국내나 해외 기업의 기술 수준은 정확도가 80~90%대로 사실상 비슷하다”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진단 기업이 나올 수 있는 분야가 액체생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가총액 6700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액체생검 기업 가던트 헬스가 개발한 대장암 조기진단 제품 ‘쉴드’(Shield)의 경우 민감도는 83%, 특이도는 90%다. 지씨지놈의 폐암 조기진단 기술(민감도 91.0%, 특이도 85.0%) 수준과 유사한 수치다. 가던트 헬스는 폐암 조기진단 제품이 없어 지씨지놈과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혈액 속 암세포에서 유래된 DNA 조각을 분석하는 ‘ctDNA’ 기술을 활용한다. 가던트 헬스의 쉘드는 올해 1분기에만 약 2000만 달러(약 270억 원)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2028년까지 약 2억9700만 달러(약 401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씨지놈은 단일 암이 아닌 다중 암을 진단하는 기술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기업 대비 경쟁력 있다는 설명이다.
지씨지놈은 혈액 10㎖ 만으로 6종 이상의 주요 암을 동시에 선별할 수 있는 다중암 조기 스크리닝 검사 ‘아이캔서치’를 국내에서 상용화했다. 아이캔서치의 민감도는 82.2%, 특이도는 96.2%다. 비슷한 제품으로는 미국 대표 액체생검 기업이자 일루미나에서 분사한 바이오테크 기업 그레일이 만든 ‘갤러리’(Galleri)가 있다. 50종 이상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갤러리는 민감도 평균 51.5%, 특이도 99.5%로 알려진다. 갤러리의 경우 많은 암종을 대상으로 하지만 민감도는 50%대에 그쳐 시장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창석 지씨지놈 대표는 “반드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해서 액체생검 조기암 진단 기업인 이그잭트 사이언스나 가던트 헬스, 그레일 사와 어깨 나란히 하는 것이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지씨지놈은 2028년까지 보수적으로 매출 추정치를 7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달까지 95억원 가량의 매출과 2억원의 순이익을 이미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조기진단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12억1000만 달러(약 1조 6335억 원)에서 2033년 약 42억5000만 달러(약 5조7375억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기간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4.9%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