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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난치성 항암치료제 개발사 압타바이오(293780)가 ‘세계 3대 암 학회’로 꼽히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아직 임상 1상에도 진입하지 않은 후보물질로 포스터 발표에 나선다.
암관련섬유아세포(CAF) 저해제가 차세대 면역항암제의 항암신약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CAF 저해제를 표적 면역항암제로 개발 중인 압타바이오가 함께 주목받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선례를 감안했을 때 해당 물질이 최소 3억 달러(약 4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닐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22일 공개된 ASCO 2025 초록 중 압타바이오 관련 부분 발췌 (자료=압타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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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임상종양학회서 포스터 발표 27일 압타바이오에 따르면 오는 6월 2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SCO에서 압타바이오가 APX-343A의 임상 1상 프로토콜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초록은 이미 지난 22일 공개됐다.
주목할 점은 APX-343A가 아직 임상 1상도 진입하지 않은 신약 후보물질이라는 것이다. 압타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APX-343A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고, 현재 APX-343A 임상 1상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실제로 전임상이나 초기 임상 연구가 많이 발표되는 미국암학회(AACR)와 달리 ASCO는 후기 임상 결과 중심의 발표가 많다. 이 때문에 당장의 상업화 기대감이 높은 약물들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압타바이오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AACR에서의 발표에 이어 임상 프로토콜만으로 ASCO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며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그만큼 요즘 CAF에 대한 관심이 글로벌 항암제 개발사들 사이에서 뜨겁기 때문에 선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CAF란 암 세포 주변을 둘러싸 암 세포의 전이와 침습을 돕고 면역억제제가 암 세포로 가는 것은 막는 종양미세환경(TME)의 핵심요소다. APX-343A는 체내에서 다양한 염증과 섬유화를 조절해 CAF를 생성하는 녹스 효소(NOX·세포막효소)인 녹스1, 녹스2, 녹스4를 저해함으로써 CAF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한다. APX-343A 자체가 암 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면역항암제가 암 세포에 잘 침투할 수 있도록 암 세포 주변 성벽을 무너뜨리는 역할은 탁월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면역항암제의 표적으로서 CAF를 억제하는 것의 중요성에 비해 임상단계의 CAF 저해제 개발사는 아직까지 스웨덴의 칼리디타스 테라퓨틱스와 압타바이오 두 곳뿐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포 표면에 발현된 다른 표적단백질에 비해 녹스 효소의 경우 타깃에 약물이 달라붙는 부위, 즉 바인딩 사이트를 찾는 것이 어려워 연구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실제 후보물질 도출 및 동물실험, 임상실험까지 간 케이스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ASCO 발표를 통해 압타바이오가 CAF 저해제 개발사로서의 선도적인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큰 성과다.
압타바이오는 APX-343A를 개발할 때 매출액 기준 글로벌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개발사 머크와 임상 프로토콜 설계부터 함께했다. 그만큼 키트루다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CAF 저해제에 대한 머크의 관심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키트루다가 다른 항암제 대비 적용가능한 적응증이 많고 부작용 위험이 낮아 ‘만능 면역항암제’로 여겨지지만 키트루다가 유독 듣지 않는 환자의 비율도 만만치 않아서다.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양 이상의 종양 감소를 나타낸 환자 비율, 즉 객관적 반응률(ORR)은 키트루다를 포함한 면역관문억제제에서 20~3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부터 T세포가 종양에 침투하지 못하거나 키트루다 치료 중 CAF가 활성화돼 내성을 획득한 환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머크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짝꿍’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회사는 APX-343A가 궁극적으로 항암제가 암 세포에 잘 작용하도록 돕기 때문에 키트루다 외 다른 면역항암제와의 병용요법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TME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는 신약후보물질과 관련된 최근 딜의 규모는 3억~5억 달러다(△2023년 노바티스, 3B테라퓨틱스와 섬유아세포 활성화 단백질(FAP) 표적 펩타이드 기술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확보를 위한 4억6500만 달러 규모 계약 체결 △2015년 BMS, 리겔 파마수티컬스와 TGF-β 수용체 키나제 억제제에 대한 글로벌 독점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3억3900만 달러 규모 계약 체결). 압타바이오는 APX-343A가 이보다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APX-343A는 모든 고형암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입증한다면 더 큰 규모의 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만 면역항암제를 보유한 잠재적 파트너사들이 공통적으로 압타바이오에 요구하는 것이 인체에서 최소한의 개념입증(PoC)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임상 1상이 마무리 단계에 가면 본격적인 딜이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트렌드가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항암제 개발사들과 초기 단계 공동연구를 하면서 데이터를 같이 취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내부적으로도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동물모델에서 APX-343A를 키트루다뿐 아니라 PD-1, PDL-1, CTLA-4와 같이 다른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는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사용했을 때 암이 거의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번 ASCO에서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 중인 다른 업체들과도 만나 공동연구나 파트너십 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전망(자료=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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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저해제 상용화 신약 아직 없어 CAF 저해제는 아직 상용화된 신약이 없는 상태로 구체적인 시장 데이터는 없지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CAF 저해제가 타깃하는 TME 시장은 2023년 기준 16억 2921만 달러(약 2조2000억원)에서 오는 2032년에는 48억 8640만 달러(약 6조7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2025년 기준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가 약 1327억 달러(약 182조8000억원)에 달하며, 이중 면역관문억제제의 비중이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때문에 APX-343A가 가능성을 보일 경우 병용요법을 시도해볼만한 파트너사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압타바이오 관계자는 “녹스는 과발현시 암 세포의 성장을 돕지만, 정상세포에서는 꼭 필요한 효소이기도 하다. APX-343A는 녹스를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아니고 정상수치로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APX-343A의 임상 1상 IND 승인이 예상대로 이뤄질 경우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