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잔인한 가을을 맞고 있다. 9월 한 달 새 27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데 이어 10월에도 25조원이 사라졌다. 미진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성과와 함께 해외에서 전해진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으로 인한 부진이라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KRX헬스케어지수는 3834.00으로 장을 마쳤다. KRX헬스케어지수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종목의 대표기업들을 산업군별로 나눠 산출하는 지수다. 주요 제약·바이오주 93개가 포함된 지수다.
| KRX헬스케어지수 시가총액 1~5위 종목 시총 추이 및 전체 시총 추이(자료=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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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헬스케어지수는 지난 8월31일 4715.91을 기록한 이후 9월 한달간 지속적으로 우하향했다. 9월30일 이 지수는 4259.35까지 내려앉았다. 약 10.7% 하락한 것이다. 이 기간 KRX헬스케어지수에 포함된 93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27조5000억원이 사라졌다.
KRX헬스케어지수를 구성하는 시가총액 1~5위 기업만 따져봐도 이러한 흐름은 단번에 파악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8월31일 63.6조원에서 9월30일 57.8조원으로 급락했고
셀트리온(068270)도 40.7조원에서 35.7조원으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도 23.6조원에서 20.6조원으로 찬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문제는 10월에도 제약·바이오기업들의 부진이 심화됐다는 점이다. 9월30일 기준 KRX헬스케어 기업 시총이 247조원7742억원이었는데 10월8일 기준 224조156억원까지 떨어졌다. 약 25.7조원이 열흘도 되지 않아 사라진 셈이다. 지난 5일 미국 제약사인 머크가 코로나 알약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주가가 출렁였다.
그나마 10월6일 KRX헬스케어지수가 3681.41로 최저점을 찍은 뒤 다소 회복한 것이 위안이다. 1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주를 향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에이치엘비(028300)가 291억원,
셀트리온제약(068760)이 270억원,
씨젠(096530)이 216억원의 외국인 순매수가 이뤄졌다.
| KRX 헬스케어 지수 지난 한 달 간 추이(자료=한국거래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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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호재를 입었던 기업들에 부정적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