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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양곤 HLB 회장 “홈런 아니지만 2루타까진 간 것”[화제의 바이오人]
  • 2019년부터 준비해온 美 FDA 신약 허가의 꿈 ‘불발’
  • 신약허가 대신 CRL 수령…재심사 신청 시기 불투명
  • “FDA, 사소한 문제만 지적…약효 문제는 넘어간 셈”
  • 등록 2024-05-19 오전 5:59:14
  • 수정 2024-05-19 오후 5:31:28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HLB(028300)가 2019년부터 준비해왔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의 꿈이 불발됐다. FDA가 16일(현지시각) HLB와 중국 파트너사 항서제약에 신약 허가 대신 보완요구서한(CRL)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진 회장의 낙관적인 시각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처음엔 홈런을 치려고 했다”며 “메이저한 간암에 대해 1차 치료제로, 그것도 한 번도 (FDA) 허가 받지 않은 2개의 약물을 글로벌하게 허가 받겠다는 원대한 꿈을 꿨는데 2루타 정도까지만 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는 “10개월간의 본심사 기간에 여러 가지 약효 전반의 문제는 넘어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HLB는 지난해 5월 16일 FDA에 자사의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을 병용하는 요법으로 간암 1차 치료제를 시판하기 위해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FDA는 1년 안에 신약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에 CRL을 보내면서 신약 허가가 불발됐다.

문제는 신약 허가 재신청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FDA에 보완 서류를 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 회장도 기자간담회 내내 “항서제약과 협의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바이오업계에선 화학·제조·품질관리(CMC)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FDA가 보완서류를 받고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데 걸리는 기간만 최장 6개월이다.

진 회장은 “저는 신약 개발을 해오면서 40대, 50대를 다 바쳤다”면서 “참담한 심정은 말로 표현을 못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 회장이 희망적인 이유는 FDA가 이번에 지적한 사항은 약효와 관련된 중대한(major) 문제가 아닌 사소한(minor) 문제들이기 때문에 재심사 준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한 진 회장은 간암 신약 허가가 불발된 원인에 리보세라닙의 문제는 없고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리보세라닙에 관한 이슈는 없으나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이슈가 있었고 이에 대한 답변이 충분치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글로벌 의약품을 17개나 보유한 항서제약의 제조 공정에 근본적이고 수정 불가능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빠르게 수정 가능한 부분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진 회장은 임원 회의를 마치고 임직원들에게 “우리의 도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우리에게는 문제를 극복할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다독였다. 이어 “신약 허가의 지연이 가져오는 총체적인 어려움은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HLB는 2019년부터 내년에 NDA를 제출하겠다고 공언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이 리보세라닙 미국 시판 허가를 기다려온 기간은 5년에 달한다. 또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된 만큼, 투자자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시장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은 상태다. 지난 17일 HLB, HLB생명과학(067630), HLB제약(047920), HLB테라퓨틱스(115450), HLB이노베이션(024850), HLB글로벌(003580), HLB바이오스텝(278650), HLB파나진(046210)과 코넥스 시장에 상장된 HLB사이언스 등 HLB그룹 상장사 9곳의 주가는 일제히 하한가에 도달했다. 16일까지만 해도 16조8096억원이었던 HLB그룹의 시가총액은 17일 11조7821원으로 내려앉으며 하루 만에 시가총액 5조275억원이 증발했다.

올 들어 HLB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코스닥 시총 2위로 올랐던 만큼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러한 주가 급등에는 진 회장의 신약 허가에 대한 자신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진 회장은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서 “다음달 FDA의 리보세라닙 허가를 확신한다”고 발언해 업계 안팎에서 이목을 끌었다. HLB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로 회사 규모를 불려왔던 만큼, 신약 허가 실패 시 바이오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바이오업계에선 “HLB가 제발 FDA 품목허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번 일로 신약 허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대됐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FDA가 지적한 문제가 사소한 문제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실사 과정에서 중대한 문제가 새롭게 발견될 경우 신약 허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양곤 HLB 회장 약력

△1966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1990년 원광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3년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5년 부산은행 서울지점 근무

△1998년 평화은행 국제부 근무

△2002년 골든라이트 대표

△2006년 현대라이프보트 회장

△2009년 2월 하이쎌 회장

△2013년 3월~현재 HLB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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