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꼽히는 RNA 분야에서 한국이 글로벌 선두로 평가받고 있어 주목된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국내 기업인
올릭스(226950)는 ‘siRNA’(짧은간섭 리보핵산) 플랫폼을 이용해 5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3개월이면 이뤄내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올릭스는 이 플랫폼 덕에 100명 남짓 협소한 회사규모에서도 무려 13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간 4차례 신약 기술수출을 했다. 그 규모는 1조 4460억원에 이른다. siRNA 관련 특허는 올릭스를 포함 글로벌 소수 기업이 독점한 상태다. mRNA(메신저 리보핵산)와 달리 siRNA에선 우리가 특허장벽을 쌓고 있는 셈이다. ‘miRNA’(마이크로 RNA)는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가 세계 최고 실력자로 손꼽힌다.
| (자료=기초과학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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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서울대 책임연구원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연구위원은 “인류 최대 난제인 암도 RNA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며 “RNA는 인공적인 합성과 설계가 쉬워 단시간 내 약물이나 백신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비용도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mi·siRNA를 이용하면 mRNA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RNA 치료제 개발에 있어 핵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miRNA, siRNA는 단백질 설계도 역할을 하는 mRNA를 조작하는 물질이다. miRNA은 자연물질이고, siRNA는 인공합성 물질이다.
RNA 기술을 이용하면 감염병을 넘어 암 백신도 만들어낼 수 있다. 희귀질환, 만성질환, 유전병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 RNA 진단으로 암 징후도 미리 포착할 수 있다. 치료제 개발이 케미칼 → 항체 → 세포·유전자 → RNA 순으로 흘러가는 이유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현재 RNA 기술 패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mRNA 기술은 펜실베니아대와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개발돼 모더나, 바이오앤테크, 큐어백, 아뷰터스, 제네반트, 화이자 등 소수 기업에만 특허권이 이전됐다.
한국은 특허장벽으로 막힌 mRNA 분야에서도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RNA 불안정성을 낮추고 기능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기술은 몇몇 회사가 개발해 특허로 보호하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는 이들 특허를 피해갈 방법을 모색해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진단했다.
대표적으로 이혁진 이화여대 교수는
에스티팜(237690)과 특허를 회피하는 mRNA 전달체 기술 ‘차세대 LNP’(지질나노입자) 개발에 착수했다. 코넥스 등록기업 ‘펨토바이오메드’는 LNP 없이 세포에 mRNA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엠큐렉스는 셀스크립트의 특허를 회피하는 자체 변형 뉴클레오타이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변형 뉴클레오타이드 기술이 없으면 우리 몸이 mRNA를 외부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면역반응)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