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간다는 이른바 ‘위드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세계의 시선이 홍콩과 싱가포르에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막바지 방역 규제와 완화 정책 결과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한때 코로나19 방역 실패 사례로 언급됐던 싱가포르는 위드코로나 전환에 선제적으로 나선 상태다. 반면에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로 회자됐던 홍콩은 확진자 급증으로 엄격한 규제 속에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인 ‘머라이언’ 동상.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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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위드코로나 전환 선언..‘실외서 마스크 벗는다’
먼저 싱가포르가 이번 주 위드코로나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총리가 직접 나서 전환점에 돌입했음을 선언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24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2년여간의 코로나와 싸움에서 중요한 전환점,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결단력 있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서도 “더 많은 정상적인 생활을 다시 시작하시라”며 “더 많은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모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실외로 나가고 해외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과 재회하시라”고 재차 강조했다.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실질적인 조치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스스로 자택 격리를 하는 전제에서 오는 29일부터 방역 규제가 확 바뀐다. 코로나19 시대의 상징이었던 마스크 착용 의무는 감염 위험이 적은 야외에서 선택이 된다. 공동주택 1층 거주자들의 공동사용 공간을 비롯해 버스 정류장, 지붕이 달린 옥외 보도와 다리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외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은 의무다.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10명까지 함께 모여 호커 센터나 커피숍, 식당 등 요식업소에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오후 10시 30분 제한됐던 시간도 사라진다. 요식업소를 포함해 모든 공간에서 라이브 공연이나 길거리 연주도 할 수 있게 된다.
마스크를 벗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인원도 기존 5명에서 10명으로 늘어난다. 대규모 생일 또는 기념일 행사, 댄스파티 등도 테이블당 최대 10명, 각 테이블당 거리 1m의 조건만 지킨다면 개최할 수 있게 된다.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최근 1만명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인구 약 545만명 중 92%가 백신 접종을, 71%는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각각 완료했다. 최근 28일간 확진자 38만 7000여명 중 99.7%가 무증상 또는 경증이다. 산소호흡기와 중환자실 치료 환자는 각각 0.3%와 0.04%를 기록하고 있다. 하루 사망자는 10명 내외로 낮은 수준이다.
| 4일 홍콩의 한 슈퍼마켓에서 시민이 텅 빈 매대 앞을 지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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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하루 사망자 100명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혼란 여전’
비슷한 인구 규모(600만~700만명)의 홍콩은 정반대 상황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명 이하로 비슷한 규모지만,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다. 이달 중순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사망자가 300명에 육박하면서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최근 100명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아직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렵다.
이로 인해 홍콩 당국은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앞서 예고했던 740만 전 시민 강제 검사 계획을 뒤로 미룬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지난 26일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여객기의 운항 제한 기간도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하는 등 다음달 1일부터 항공기 운항 규정도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홍콩에서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5차 확산 속 40여개 여객기 노선이 감염자 발생으로 14일씩 운항이 중단돼 큰 불편을 초래했다. 도시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사재기 등 사회적인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