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최호일 펩트론 대표 (사진=펩트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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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최호일 펩트론(087010) 대표가 플랫폼 기술평가 종료 시한을 불과 3개월가량 앞두고 돌연 폭탄 발언을 내놓으면서 바이오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일각에선 시장이 형성해온 핵심 기대와 회사가 실제로 인지한 내용 사이의 괴리를 장기간 바로잡지 않았다면 투자자 오인을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지난 9일 대전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신한 바이오 포럼 in 대전 2026’에서 “우리가 L사와 공동연구할 때 전혀 다른 펩타이드 제형을 같이 개발하고 있고, 터제(터제파타이드)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 터제파타이드는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와 ‘젭바운드’의 주성분이다.
최 대표의 발언은 시장이 펩트론 기업가치의 핵심 전제로 삼아온 ‘월 1회 마운자로’ 시나리오를 뒤흔든 것이다. 투자자들은 펩트론의 약효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터제파타이드에 적용한 월 1회 제형이 개발될 경우 지난해 매출만 229억6500만달러(약 34조4797억원)인 마운자로를 기반으로 빠른 상업화와 대형 기술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최 대표가 이번에 터제파타이드가 공동연구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해당 발언이 시장에 확산되자 펩트론 주가는 애프터마켓에서 곧바로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은 3조7145억원에서 2조6022억원으로 단숨에 1조1122억원이 증발했다. 릴리의 다른 차세대 비만·당뇨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공동연구가 계속되더라도 개발 기간과 상업화 가시성은 이미 출시된 터제파타이드보다 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이데일리는 최 대표에게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를 물었지만 유의미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시장의 혼란에도 펩트론은 당일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음날인 10일 아침 일부 주주들은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펩트론 본사를 찾아 출근한 최 대표와 대화를 나눴다. 당시 최 대표는 테이크아웃 아이스 음료를 손에 들고 주주들과 마주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주주들에게 “어제 말을 잘못했다”며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펩트론은 두 차례 공지를 통해 릴리와의 공동연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는 오전 8시 차세대 비만·당뇨 후보물질과 중추신경계(CNS)를 포함한 복수 물질의 공동연구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특정 상업화 제품 하나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터제파타이드가 공동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고, 주가는 오전 10시18분부터 하한가에 진입했다.
회사는 정오께 입장문을 수정해 “포럼에서 언급된 제품을 포함해 차세대 비만·당뇨 후보물질과 CNS 등 복수 물질에 대한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서 언급된 제품’이 터제파타이드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주가는 오후 12시24분 하한가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났다. 하지만 최초 공지와 수정 공지, 최 대표 발언 사이의 간극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오후 1시41분 다시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펩트론은 2023년 이후 지난 10일까지 주가가 최저 6831원에서 최고 39만2500원으로 약 57.5배 급등했던 종목이다. 이 같은 기업가치 상승에는 터제파타이드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한 월 1회 제형 개발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특히 터제파타이드 기반 월 1회 제형인 ‘PT404’가 릴리와의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 이후 공식 IR 자료의 파이프라인에서 사라지면서 해당 물질이 릴리와의 협업 범위에 편입됐다는 시장의 추정은 확신에 가까워졌다.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도 “릴리의 원료의약품(API)로 진행했던 게 공식 IR 자료의 파이프라인상에서 없어졌으니 시장에선 그것이 공동연구계약에 포함된 것 아니냐고 봤을 것이고, 회사에서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시장에서 그러한 추정을 한 것이 논리적으로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고 평했다.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터제파타이드는 과거 릴리와의 물질이전계약(MTA) 범위에 포함돼 스마트데포 적용 시험까지 진행됐지만 현재 공동연구 대상에서는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펩트론은 초기 평가 물질과 현재 공동연구 물질, 최종 라이선스아웃 대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터제파타이드가 향후 본계약 협상 과정에서 다시 후보물질로 검토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가 플랫폼 기술평가 종료 시한을 불과 3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돌연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펩트론과 릴리가 2024년 10월 7일 체결한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의 만료일은 오는 10월 7일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단순 실언이 아니라 계약 종료나 해지 가능성을 미리 시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이게 과연 단순한 말실수일까”라며 “계약 결과에 대한 스포일러는 아닌지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회사가 공동연구는 계획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계약 해지 가능성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최 대표가 평소 공개 석상에서 말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발언이 주가와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소 화법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덜어주는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도 “최 대표가 왜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표이사가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시장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다는 것과 이로 인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 약력
△1966년 9월 28일 출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생화학 석사·박사
△1990년 9월~1992년 5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1992년 5월~1997년 10월 LG화학 바이오텍 연구원
△1997년 11월 펩트론 설립
△1997년 11월~현재 펩트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