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SK케미칼 판교 본사 전경. (사진=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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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그동안 외부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사업에 주력했던 SK케미칼(285130)이 신약 개발에 힘을 주며 수익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6% 수준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로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SK케미칼이 최근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기로 한 사업 기조가 반영된 영향으로,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고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R&D 늘렸더니…영업이익률 6.5%→2.5% 14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의 제약사업은 올해 2분기 매출액 1335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60.1% 급감한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6.5%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4%포인트(p) 하락해 2.5%로 주저앉았다.
SK케미칼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부에서 도입한 약을 유통 판매하는 사업 만으로도 10%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결국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기조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작년부터 외부 제약사들과 공동으로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이익률 하락은 R&D 비용 지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SK케미칼의 자체 개발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골관절염 치료제인 ‘조인스’는 SK케미칼이 2001년 자체 개발한 천연물 신약으로, 올해 2월 누적 매출 7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으며, 은행잎 추출물 기반 혈액순환 개선제인 ‘기넥신’ 역시 핵심 자체개발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현재 SK케미칼이 판매하는 제품 총 63개 중 대부분은 외부 의약품을 도입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실제로 SK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보면 2020년대 이후 사업 기조는 신약 개발보다는 라이센스 계약이 주를 이룬 것으로 나타난다.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 치료제인 ‘테글루틱’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맺었으며, 미라보 헬스케어와 편두통약 ‘수벡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들과의 계약들도 활발히 이뤄졌다. 국내 대표 제약사 중 하나인 유한양행과 협업해 복합 고혈압 치료제 ‘텔암클로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삼천당제약, 동화약품 등과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신약 개발 박차 SK케미칼이 사업 방침을 외부 약품 도입에서 신약개발 쪽으로 바꾼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제약사업의 주요 연구개발활동 중 기타계약 항목을 보면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속해서 3건의 공동연구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10월 애드파마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2월에는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규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치료 옵션이 충분하지 않은 질환 분야를 중심으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설립된 회사로, 자가면역질환과 섬유증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 | SK케미칼 2026년 2분기 보고서 내 제약사업 주요 라이센스 및 기타 계약 현황.(출처=SK케미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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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J2H)과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특발성 폐섬유증(IPF) 관련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공동 개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J2H가 발굴해서 현재 글로벌 임상 2b단계를 준비 중인 MASH 치료제 후보물질 ‘J2H-1702’을 이제부터 SK케미칼이 함께 개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개발 협업 확대는 R&D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SK케미칼이 R&D에 쓴 비용은 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214억원 대비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최근 5년으로 넓혀서 보면 이같은 추세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2021년 383억원이었던 R&D 비용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48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R&D 비용에는 제약사업뿐 아니라 화학사업도 포함돼 있어 제약 사업 R&D 비용만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연구개발 협업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R&D 비용 확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R&D 비용은 미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일 때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SK케미칼은 모두 비용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수익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잡는 업체들은 R&D 투자금을 모두 비용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MASH 치료제 경쟁 도전장 SK케미칼이 자체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며 향후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최근 국내외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MASH 치료제 개발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향후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MASH는 간에 지방이 쌓이면서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는 만성 간질환으로, 그동안 확실한 치료제가 없었으나 미국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레즈메티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두 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잇달아 승인을 받으며 시장 전체가 확 달아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는 4억5000만명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2029년에는 시장 규모가 36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원래 비만과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GLP-1 계열의 위고비가 이미 MASH 치료제로 승인을 받으면서 비만약을 개발하던 대형 제약사들도 이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국내 제약사들도 MASH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128940)은 MSD에 기술을 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외에도 현재 자체적으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작용 신약으로 현재 글로벌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유한양행(000100), 디앤디파마텍(347850), 동아ST 등도 MASH 치료제 개발에 나선 주요 업체들이다.
SK케미칼이 개발하는 MASH 치료제는 경쟁사가 개발 중인 제품과 작용기전이 다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비롯해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 유한양행 등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들은 GLP-1과 글루카곤 등을 겨냥하는 반면, SK케미칼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J2H-1702는 코르티솔 대사를 조절하는 효소인 11β-HSD1을 저해하는 약물이다. 한 마디로 코르티솔 과활성을 조절해 MASH를 치료하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혈당·지방분해·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호르몬이지만, 과다분비될 경우 지방 축적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