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더믹 극복을 위해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당 16.5달러에 구매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과도 약 19.5달러의 단위 가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구매했다. 화이자는 미국 행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비용을 받지 않았지만 모더나는 15억 달러가 넘는 R&D 지원을 받은 상태였다.
질병관리청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운반비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적정한 조달가를 형성해야 백신 개발의 선순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11개월 만에 백신 확보가 가능했다는 게 시사점이다.
미국 정부가 높은 수준으로 백신 입찰가를 결정하면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실적은 크게 뛰어올랐다. 화이자는 올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68% 성장한 매출 335억5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코로나19 백신 매출만 113억 달러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04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모더나는 작년 상반기 7500만 달러던 매출이 올 상반기 62억9100만 달러로 84배 폭증했다. 흑자만 40억100만 달러로 영업이익률은 64%에 달한다. 코로나19 백신 3억200만 도스를 판매한 수익이다. 미국 정부를 비롯한 전세계 각국에서 양사의 백신 가격을 얼마나 후하게 쳐줬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통상 미국은 백신 입찰 가격을 평균 시중가의 80%대로 책정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이 높은 수준의 입찰가는 백신 기업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준다.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해서는 적정한 백신 입찰가 책정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 3가 독감백신이 10여년 간 7500원 대로 고정되는 등 NIP 대상 백신 가격이 10년 동안 연평균 0.5%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입찰가는 미국보다 20%포인트 낮은 60%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독감 백신의 저가 유통 문제로 일부 무료 접종사업이 중단되는 등 언제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까지 초래됐다.
신속심사제도 역시 비상 사태에 발빠른 백신 개발이 가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미국은 지난 1988년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응하는 의약품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시판허가를 내기 위해 FTD제도를 도입했다. 1상 임상시험을 통과한 백신에 한해 생산 준비에 돌입하는 한편, 도중 실패를 하더라도 정부가 손해를 보전해주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전담심사팀 구성 및 맞춤형 컨설팅, 신속심사제도 등 지원이 있었다”라며 “개발 중인 백신 등이 실제 시장 출시될 수 있도록 손실보장제도 등 지원방안을 확립할 필요성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