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코스닥 시장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는 신약개발사들은 최대주주가 어느 정도 자금력이 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매출을 일으킬 제품 없이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신약개발사가 자금난에 빠질 경우 최대주주가 흑기사로 나서줄 수 있는지 여부가 상장 성패를 가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의 최우선 판단기준인 ‘개인투자자 보호’와 일맥상통한다.
예심철회와 통과, 그 간극7일 제약바이오 업계는 항체 면역항암제 개발사 이뮨온시아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예비심사’ 통과가 화제다. 앞서 예심을 자진철회한 앰틱스바이오(항진균제 신약개발), 레드엔비아(심장질환 약물재창출), 레메디(방사선 의료기기)와 이뮨온시아(면역항암제 개발)의 차이점은 신약개발사로서 임상 2상 단계까지 R&D를 진행시킨 것, 기술이전 이력이 있는 것, 그리고 든든한 최대주주를 가졌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을 최대주주로 둔 것의 효익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상장 후 대규모 주식물량이 출회하는 오버행(Overhang) 이슈가 없다. 단순 재무적투자자(FI)에 그치지 않고 67%의 지배지분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를 쉽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어 이뮨온시아가 상장 후 자금문제에 직면했을 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더라도 이 ‘주주’가 유한양행이라는 점이다. 든든한 ‘쩐주’가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리스크를 상쇄시켜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 (사진=이뮨온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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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뮨온시아는 지난 2022년 기술성평가를 탈락해 한차례 상장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 이 때 기존 FI 중 메리츠증권·화재·캐피탈 3사가 보유한 물량은 모두 풋옵션(Put-option) 행사로 유한양행에 매각했다.
현재 이뮨온시아의 주주는 유한양행 외 BNH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티그리스인베스트먼트, 대경인베스트먼트, 한양증권 등으로 파악된다.
이뮨온시아는 PD-L1 타깃 단일항체 면역항암제의 임상 2상을 자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 외 중국 3D메디슨에 기술이전한 CD47 타깃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비임상 단계 파이프라인까지 살펴보면 이중항체 및 비공개 타깃대상 파이프라인도 존재한다. 유한양행, 와이바이오로직스(338840), 프로젠과 공동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회사는 작년 두번째 기평 도전에서 SCI평가종보와 이크레더블로부터 A, BBB 등급을 받아 통과했다. 예심 청구 후 5개월만에 심사를 통과했으며 앞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후 수요예측에 돌입하게 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한 바이오 VC는 “PD-L1, CD47은 올드한 타깃이라 경쟁사가 너무 많지만, 국산화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을 것”이라며, “제일약품의 온코닉테라퓨틱스, 유한양행의 이뮨온시아, 동국제약의 동국생명과학처럼 자금력을 가진 제약사가 최대주주인 곳은 무리없이 상장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쩐주’의 존재감이뮨온시아 이후 예심결과를 대기 중인 곳은 제노스코다. 코스닥 상장사 오스코텍(039200)이 5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단일 최대주주가 있어 오버행 우려는 덜었지만, 유한양행-이뮨온시아의 케이스와는 상반되게 제노스코-오스코텍은 ‘쪼개기 상장’ 논란이 불거져 예심 승인이 미지수다.
최대주주로서 유한양행과 오스코텍은 체급 차이가 있다. 유한양행은 국내 전통제약사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곳이다. 영업이익도 500억원대다. 오스코텍은 작년 매출로 34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연도 49억원에서 586% 늘어난 수준이다. 영업적자는 26억원으로, 직전연도 326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라 자회사를 재정적으로 도와줄 수준은 아니다.
오스코텍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레이저티닙’의 기술료 덕분이다. 미국 보스턴에 소재한 자회사 제노스코와 공동개발해 2016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했다. 유한양행이 2018년 미국 존슨앤드존슨 자회사 얀센에 재이전해, 작년 미국 FDA에 리브리반트+레이저티닙 병용요법으로 폐암 신약허가를 획득했다. 얀센은 6일(현지시간) 영국에서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얀센과의 기술 딜은 총규모 1조3000억원 가량이며 나아가 매출에 따른 로열티가 별도로 발생한다. 유한양행, 제노스코, 오스코텍은 기술이전 수익을 6:2:2로 나누는 구조다.
제노스코는 성공한 글로벌 신약의 원개발사라는 입지로 기술성평가도 AA·AA라는 최고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과연 거래소가 상장 예심을 승인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제노스코는 오스코텍의 100% 미국자회사로 2000년 출발했다. 오스코텍은 치과의사 김정근 박사가 창업한 회사로, 초기엔 임플란트 등이 주된 사업내용이었다. 제노스코 역시 미국에서 치과용 이식재,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 등 사업을 펼치려 설립했지만 이후 2008년 LG화학 출신 고종성 박사를 현지법인장 및 R&D 총괄로 영입하며 현재의 신약 R&D 회사로 거듭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제노스코와 오스코텍은 현재 주된 매출기반이 동일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핵심 R&D 인력인 고종성 박사가 상장 후에도 회사에 남아 있을지 의문이라 거래소 입장에서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