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래픽= 챗 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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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민지 기자] 10월 마지막 주(26~30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6)에서 발표된 항암 신약 임상 결과와 루닛(328130)의 글로벌 연구협력 소식이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와 보로노이(310210) 등은 난치성 암을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에서 유효성 신호를 확인했다. 루닛은 미국 서밋 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차세대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 개발을 위한 인공지능(AI) 바이오마커 발굴에 나섰다.
에이비엘·보로노이, ESMO서 항암 신약 성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지난 23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SMO 2026에서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를 잇달아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미국 노바브릿지 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개발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지바스토미그’(ABL111)의 임상 1b상 추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바스토미그는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클라우딘18.2(Claudin18.2)와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4-1BB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이중항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Grabody-T)가 적용됐다.
임상 1b상에는 8㎎/㎏ 투여군 31명과 12㎎/㎏ 투여군 40명 등 총 71명이 참여했다. 회사는 유효성과 안전성, 장기 추적 결과를 종합해 8㎎/㎏을 후속 임상 개발 용량으로 선정했다.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8㎎/㎏ 투여군 29명 가운데 23명에게서 종양이 일정 수준 이상 감소해 객관적반응률(ORR)은 79%로 나타났다. 종양이 줄거나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은 환자 비율을 뜻하는 질병통제율(DCR)은 97%였다.
클라우딘18.2 발현율이 75% 이상인 환자군의 객관적반응률은 82%였다. 발현율이 1~74%인 환자군에서도 75%를 기록했다. 현재 허가된 클라우딘18.2 표적 치료제의 투여 대상이 되기 어려운 저발현 환자에게도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에이비엘바이오와 노바브릿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지바스토미그의 글로벌 허가용 임상 3상 설계를 협의했다. 양사는 임상 설계의 주요 내용에 대한 의견 조율을 마친 상태다. 지바스토미그는 앞서 FDA로부터 희귀의약품과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보로노이도 자체 개발한 HER2 표적항암제 ‘VRN10’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다. VRN10은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HER2 변이와 과발현을 표적으로 한다.
유효성 평가가 가능한 HER2 변이 고형암 환자 12명 중 5명에게서 부분반응이 확인됐다. 변이 부위별로는 티로신 인산화효소 영역(TKD) 변이 환자 5명 중 2명, TKD 바깥에서 변이가 발생한 비TKD 환자 7명 중 3명이 부분반응을 보였다. 특히 HER2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3명은 모두 부분반응을 나타냈다.
HER2 표적 항체·약물접합체(ADC) ‘엔허투’를 포함해 일곱 차례 치료받은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서도 폐 병변이 56.1% 감소했다. 뇌 병변의 크기도 함께 줄었다.
한편 이번 ESMO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와 보로노이 외에도 신라젠, 리가켐 바이오사이언스, 알테오젠 등 국내 기업들도 이중항체와 표적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루닛, 美 서밋과 ‘이보네시맙’ 바이오마커 발굴 의료 AI 기업 루닛은 지난 26일 미국 바이오기업 서밋 테라퓨틱스와 차세대 면역항암제 이보네시맙 개발을 위한 AI 바이오마커 연구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밋 테라퓨틱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항암 신약 개발기업이다. 중국 아케소로부터 이보네시맙의 미국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 일본 등 주요 지역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보네시맙은 암세포의 면역 회피에 관여하는 프로그램화된 세포사멸 단백질-1(PD-1)과 종양의 혈관 생성을 촉진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동시에 억제하는 이중항체다. 면역세포의 항암 작용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원리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해 소세포폐암과 담도암, 방광암, 삼중음성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등 여러 암종에서 임상 3상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공개된 비소세포폐암 임상 3상에서는 기존 표준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보다 전체생존기간(O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한 결과가 제시됐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서밋 테라퓨틱스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하고 이보네시맙과 자사가 개발 중인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병용하는 글로벌 임상시험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밋 테라퓨틱스는 이보네시맙 연구에 루닛의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 IO’를 적용한다. 루닛 스코프 IO는 병리검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헤마톡실린·에오신(H&E) 염색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해 종양미세환경의 특성을 파악하는 기술이다.
양사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보네시맙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을 가려낼 바이오마커를 탐색한다. 환자별 치료 반응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임상시험 설계와 환자 선별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루닛의 AI 병리 기술이 암 진단을 넘어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에 적용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에 발표 당일인 26일 루닛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0% 오른 1만469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