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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초기 바이오텍으로서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혼자 부담하지 않고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형태의 리스크 헷징이 중요하다. 올 연말 두 가지 사업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파트너사인 오스코텍으로부터 임상 1상 투약시작에 따른 마일스톤 기술료 수령과 녹십자와 공동개발하던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이전(L/O) 성사다. 다양한 성과를 토대로 상장 기업가치 2000억~2500억원에 도전하려 한다.”
코스닥 예심 청구를 앞둔 카나프테라퓨틱스의 이병철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연초 기술성평가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아픈 경험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기평 재심사 결과 반 년 만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 |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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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대표, 제넨텍에서 ADC 연구한 이력 카나프테라퓨틱스는 이병철 대표가 2019년 2월 설립했다. 이 대표는 서울대학교 생물학 학사, 카이스트 생물공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에서 생물물리학 박사를 졸업했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으로 단백질 공학을 연구했고 제넨텍(Genentech)에서 HER2 타깃 항체약물접합체(ADC) 연구를 진행했다. 유전체 회사인 23앤드미(23andMe)에서 신규 항암타깃을 연구했고 산텐(Santen)에서 연구 디렉터를 지냈다.
글로벌 연구소에서 경력을 쌓은 이 대표는 국내에 돌아와 창업을 선택하면서, 작은 바이오텍이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왕성한 공동개발 전략을 택했다. 회사는 설립 6년 만에 동아ST, 오스코텍(039200), 롯데바이오로직스, 유한양행(000100), 녹십자(006280)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누적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 건수는 5건, 계약금은 144억원, 총 기술이전 금액은 7748억원을 달성했다.
동아에스티에 기술이전한 항FAP 및 IL-12 변이 타깃 이중항체 ‘KNP-101’은 50% 권리만 이전하면서 총 계약규모 2030억원에 계약금 50억원을 수령했다. 오스코텍에 기술이전한 EP2 및 EP4 이중저해제인 ‘KNP-502’는 총규모는 비공개했고 계약금 20억원을 수령했다. 유한양행과의 SOS1 저해제 ‘KNP-504’ 계약규모는 2080억원, 계약금 60억원은 공동개발사인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절반씩 수령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녹십자와의 ADC 계약규모는 모두 비공개에 부쳤다.
이 대표는 “비록 국내 딜이지만, 조기 기술이전을 통한 효율적인 자본 운용이 바이오텍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약물 개발 성공 확률이 높지 않기에 바이오텍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연구개발해야 한다. 반면 국내 신약개발사가 투자받는 규모는 작기에 파트너사 확보가 당사 전략의 키(key)였다. 다음은 글로벌 기술이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 | 카나프테라퓨틱스 파이프라인 현황(자료=카나프테라퓨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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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연말~2026년 상반기 기술수익 예상 카나프테라퓨틱스는 고분자물질인 이중항체 신약부터 저분자물질인 합성신약, 나아가 이 둘을 링커로 묶은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까지 개발한다는 폭넓은 역량이 돋보인다.
동아에스티와는 이중항체 신약을 5:5 권리로 공동개발 중이고 오스코텍, 유한양행에는 합성신약을 기술이전했다. 녹십자와 공동연구 중인 초기 ADC 물질발굴 연구는 이후 녹십자가 기술도입을 할 수 있는 옵션이 설정된 계약이며,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롯데바이오로직스와는 신규 링커-페이로드에 관한 ADC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스코텍에 기술이전한 EP 및 EP4 이중저해제 고형암 치료제 ‘KNP-502(OCT-598)’은 올해 연말 미국 임상 1상 투약을 시작한다.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공개할 수 없으나 관련해서 추가 마일스톤 유입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 기술료 수령을 통한 매출 실현 외에도 카나프테라퓨틱스가 발굴한 물질의 첫 인체대상 개념검증(PoC)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이 대표는 또한 “녹십자와 공동개발 중인 이중항체 ADC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기술이전 옵션행사에 필요한 요건을 만족하는 후보물질을 도출했다. 연말까지 신규 기술이전(L/O) 실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는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공동으로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SOS1 저해제 고형암 치료제 ‘KNP-504’의 환자 투약이 시작됨에 따라 추가 마일스톤 유입도 내다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구체적인 사업성과는 카나프테라퓨틱스가 올 8월 기술성평가를 통과하는 근거가 됐다. 앞서 회사는 올 1월 기평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으나 당시 평가를 진행한 두 곳의 심사기관이 각각 A, BB로 이견이 큰 점수를 준 탓에 재심사를 진행했고, 두번째 심사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 | 이병철 카나프테라퓨틱스 대표가 서울시 용산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임정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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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바이오로직스 미국 ADC 생산시설 플랫폼 공동개발…신규 페이로드, 친수성 링커 미국 바이오텍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제넨텍에서 ADC를 연구한 이 대표지만, 카나프테라퓨틱스를 창업하면서 곧장 ADC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외려 가장 먼저 ADC에 뛰어든 제넨텍의 실패를 본 탓이었다.
이 대표는 “제넨텍은 2016년을 거치면서 ADC 사업을 모두 접었다. (저는) 2010년 제넨텍에 합류했는데, 당시 제넨텍은 시애틀제네틱스(Seagen)가 개발한 ‘mc-vc-PAB-MMAE’라는 세포독성 페이로드를 도입해 항체 8개에 이를 붙이고 용량 증량 임상 10개를 동시에 진행하는 과감한 전략을 택했다. 이 페이로드를 사용하면 성공할거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B세포 림프종 대상 1개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업계가 ADC의 가능성을 본 것은 이후 2019년 다이이찌산쿄의 ADC 유방암치료제 ‘엔허투’가 임상 2상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인 이후다. 엔허투를 따라 토포이소머라제1(이하 토포1) 저해제인 ‘엑사테칸’ 계열 페이로드를 활용한 연구개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대표는 “(카나프테라퓨틱스를) 창업하던 당시에는 MMAE는 성공확률이 낮다고 생각했고, 토포1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며 “이제는 선행 연구 케이스가 많이 쌓였고 모두가 토포1을 사용하는 와중에 신규 페이로드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당사도 이에 도전 중”이라고 했다. 이어 “국내는 저분자화합물의 강점이 있기 때문에 ADC에 붙일 단단위(single-digit) 나노몰라(nanomolar) 효능이 강한 저분자물질이 있다면 ADC 페이로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사는) 고분자물질, 저분자물질, 그 융합이라고 할 수 있는 ADC까지 모두 할 수 있다”며 “링커의 경우에는 친수성을 증가시켜 약동학적 측면을 개선시켰다. 약효는 개선시키고 독성 프로파일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효과”라고 말했다.
친수성 링커의 장점은 또 있다. 이 대표는 “기존 ADC 의약품은 대부분 동결건조 형태로 완제의약품(DP) 생산시설이 복잡하고 의료현장에서 의료진이 직접 조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당사의) 친수성 링커를 이용하면 액상제형으로 프리필드 시린지(pre-filled syringe) 형태가 가능하다. 나아가 고농도로 농축해 주사량을 2~3㎖ 정도로 낮춰 피하주사(SC)제형까지 시도하려는게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카나프테라퓨틱스는 2019년 시리즈 A에서 70억원, 2020년 9월 시리즈 B에서 240억원, 2022년 7월 시리즈 B 브릿지로 41억원, 2023년 12월 시리즈 C로 230억원, 2024년 11월 시리즈 C 브릿지로 35억원을 투자받아 누적 투자유치금은 616억원에 달한다. 마지막 비상장 투자 포스트밸류는 1240억원이다.
이 대표는 “상장 시가총액으로 2000억~2500억원에 도전하려 한다. 수요예측을 통해 밴드 상단을 넘는 게 희망사항이다. 빠른 시일 내 예비심사를 청구해 연내 상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