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최대주주가 된 KB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지분 처분을 권고받았다. 단기간 안에 대규모 물량이 계속 나올 경우 투자자의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리스크 노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금산법 24조. (자료=금산법 법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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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3월 10일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27.97%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이 추진했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실권주를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이 모두 떠안은 여파로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위반이다. 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는 행위를 하려면 사전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감자, 유상증자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대규모 지분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는 금융위에 사후 승인을 받으면 된다”며 “사후 승인을 받더라도 장기간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내에 해소해야 한다는 요건을 받게 된다. KB증권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산법 규정에 따라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 보유 지분을 20% 이하로 줄여야 한다. 다만 20% 밑으로 지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의 지위가 유지될 경우 추가 조건이 생긴다. 일정 기간 안에 기존 대주주(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보다 낮은 지분을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이날 기준 KB증권을 제외한 대주주는 관계회사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7.44%)다. 브리짓라이프라이언스와 창업주 손 회장(4.45%)이 보유한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을 다 합쳐도 11.89%에 불과하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KB증권이 3개월 내에 12% 이하로 지분율을 내리는 요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KB증권은 장외매도 및 장내매도를 통해 18.78%까지 지분율을 줄인 상태다. 금융당국의 권고 사항을 맞추려면 2개월 만에 6% 이상 추가로 매도해야 한다.
KB증권은 손익과 관계없이 매각을 강행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이 인수한 신주 가격은 주당 2만8620원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주가는 지난 1일 주력 파이프라인 EC-18의 췌장암 환자 대상 호중구감소증 임상 2상을 자진 중단한다는 악재가 터지고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2만4000원대를 횡보 중이다.
특히 엔지켐생명과학이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매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적대적 M&A로 판단되는 이사의 선임 및 해임시 의결권 출석주주 80%, 발행주식 75% 이상 확보 △이사의 수 9명에서 7명으로 축소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해임시 각각 200억원, 100억원의 퇴직보상금 지급 등이 담긴 정관변경에 성공했다.
엔지켐생명과학 관계자는 “KB증권은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내매도를 무리하게 하면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서 KB증권에도 손해다”면서 “KB증권이 오버행 이슈도 잘 알고 있어서, 엔지켐생명과학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