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신약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어요. 이제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들(CRO)도 글로벌 임상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본격적으로 해야 합니다.”
| 윤문태 씨엔알리서치 대표(사진=씨엔알리서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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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문태 씨엔알리서치 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씨엔알리서치는 1997년 설립된 국내 1호 CRO이자 작년 매출 340억원을 기록한 업계 1위 회사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셀트리온 등 주요 제약·바이오사 120여곳을 고객사로 뒀고 지금까지 1600여건에 달하는 임상을 수행했다. 현재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윤 회장은 “그 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국내 임상은 국내 CRO들과 많이 진행하면서도 글로벌 임상에서는 글로벌 CRO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기술유출 가능성, 임상 비용증가, 소요시간 증가 등 글로벌 CRO 이용시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내 CRO들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윤 회장도 “최근 글로벌 CRO와 국내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우리를 찾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CRO들은 수십년간 글로벌 임상 경험을 쌓아온 글로벌 CRO들을 따라잡기 위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제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을 위한 도약을 해야 할 때다. 그는 “국내 CRO들이 아직 세계시장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의 글로벌 임상이 늘고 있는 만큼 국내 CRO도 전문인력을 보강하고 글로벌 표준의 임상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임상을 보다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게 수행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임상 경험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아웃 계약을 체결하려면 임상 대상에 백인이 포함돼 있어야 유리하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미국, 호주 등에서 임상을 진행해온 배경”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임상과 비교할 때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에 그는 “건강인 대상 1상 임상의 경우 국내에서 다인종, 다국적 임상을 진행하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지 않아도 미국 FDA나 유럽 의약품청이 인정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글로벌 임상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 조직과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씨엔알리서치도 지난 2년간 이 부분에 집중했다. 윤 회장은 “우리는 글로벌 대표 CRO 네트워크인 ‘어크로스 글로벌’의 국내 유일한 파트너사”라며 “이 멤버십을 통해 해외 거의 모든 지역의 임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씨엔알리서치는 미국, 유럽 임상을 위해 글로벌 CRO인 ARG그룹, 바이오라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에는 베이징에 아시아 전역의 임상을 관할하는 지사를 설립했다.
윤 회장은 “국내 임상환경에서는 국내 CRO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제 글로벌 임상 환경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매우 중요해지는 상황”이라며 “국가적으로도 국내 신약개발 기업들이 국내 CRO들과 함께 파트너로 발맞춰 갈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