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유전자 교정 전문 기업 ‘진코어’은 초소형 유전자 가위 플랫폼 ‘TaRGET’을 개발해 국내외 특허 등록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TaRGET의 기술수출과 이를 활용한 유전자 교정 치료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 (제공=진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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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교정 치료제는 유전자 치료제에 포함되는 개념이지만 치료기전이 전혀 다르다. 유전자 치료제는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이나 각종 리보핵산(RNA) 등 유전물질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이다. 반면 유전자 교정 치료제는 유전자를 고치는 기능을 수행하는 치료제를 말한다. 인체로 직접 주입해 유전자를 고치는 ‘인 비보’(In vivo) 방식이나 생체 외부로 환자의 세포 빼 낸 다음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교정해 다시 주입하는 ‘엑스 비보’(Ex vivo) 방식 등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10여 종이 시판됐지만, 최종 허가된 유전자 교정 치료제 아직 없는 상태다. 미국 버택스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엑스 비보 방식으로 개발한 지중해성 빈혈 치료 신약 후보 ‘엑사셀’애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결론이 오는 12월 나올 예정이다.
‘크리스퍼-캐스9’의 한계, ‘인 비보’ 교정산업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유전자 교정도구가 2012년에 완성된 ‘크리스퍼-캐스(CRISPR-CAS)9’ 복합체로, 앞서 언급한 엑사셀의 유전자 교정 과정에도 사용됐다.
외부에서 유해한 항원이 유입되면 가이드RNA인 크리스퍼가 캐스9과 결합해 항원의 특정 부위로 안내한다. 크리스퍼가 항원에 결합하면 캐스9 단백질은 21개의 염기서열 중 18번째 염기를 정확하게 잘라낸다. 크리스퍼-캐스9 복합체는 이와 같이 면역작용을 담당하도록 진화한 생체 분자 기계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모든 생명체가 이런 분자 기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 센터장을 역임한 김용삼 진코어 대표는 “크리스퍼-캐스9의 교정 성공률은 질환별로 0%인 것부터 90% 수준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20% 안팎이라고 알려졌다”며 “지금도 캐스9만큼 잘 자르는 단백질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크기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는 특허가 없기때문에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일반적인 AAV는 염기수가 4700개 이하의 유전물질을 실을 수 있는데, 크리스퍼-캐스9은 5000개 내외로 이를 초과한다. 이 때문에 인 비보 방식의 유전자 교정 치료제 개발에 사용하기는 전달률이 매우 떨어지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희귀 유전질환 중 ‘레버선천성 흑암시(LCA)’가 있는데 환자 수로 보면 LCA2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환자보다 LCA10 환자가 더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LCA 대상 유전자 치료제로 개발된 노바티스의 ‘럭스터나’는 정상적인 LCA2 유전자를 AAV로 전달한다”며 “LCA10 유전자가 AAV에 싣기에 크기가 커서 노바티스는시장이 작음에도 LCA2를 타깃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진코어가 개발한 초소형 유전자가위 플랫폼 ‘TarGET’의 크기는 3세대 유전자 교정도구인 크리스퍼-캐스9 복합체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왼쪽). 이때문에 TarGET은 전달체로 쓰이는 아데노연과바이러(AAV)의 탑자용량(염기 수 4700개)을 초과하지 않는다(오른쪽).(제공=진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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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유전자가위 진화형 ‘TaRGET’ 특장점 세 가지는?크리스퍼-캐스9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구돼온 것이 캐스12 단백질이다. 진코어 역시 캐스12를 개선해 ‘크리스퍼-CPF1’과 ‘크리스퍼-캐스12F1’ 등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해당 유전자가위들은 순서대로 2020년과 2022년에 국내에서 특허를 등록했다. 미국과 중국, EU 등에서도 관련 특허 30건을 출원한 상태다.
진코어가 내세우는 TaRGET은 크리스퍼-캐스12F1을 활용한 기술이며, 이른바 초소형 유전자가위로 통한다. 크리스퍼-캐스9보타 크기가 3분의 1수준으로 작아, 일반 AAV에 탑재하는 것이 용이하다.
김 대표는 “7000여 종에 희귀질환 중 시장성에 따라 주로 개발되는 적응증이 있다”며 “이런 질환에서 교정성공률이 20% 수준이면 해당 유전자가위가 기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TaRGET의 교정 성공률은 크리스퍼-캐스9과 엇비슷한 평균 20% 수준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유전자 교정 도구의 또다른 이슈는 원하지 않는 유전자를 교정하는 ‘오프 타깃률’(off-target ratio)이다. 김 대표는 “회사가 발굴하려는 안과나 근육 관련 적응증에서 크리스퍼-캐스9의 오프타깃 개수가 90번 나왔지만 TaRGET은 17~20번 정도로 관찰됐다”며 “모든 질환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고, 비교 실험한 데이터로 볼 때 TaRGET의 오프타깃률은 크리스퍼-캐스9 대비 20~30%로 낮았다”고 말했다. 현재 진코어는 TARGET을 활용해 LCA나 뒤센 근이영양증(응) 등과 관련한 후보물질을 발굴을 위한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어 “초소형 유전자가위를 개발하는 기업이 많지만, 교정률이나 오프타깃률 등을 종합할 때 TaRGET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기술이 개발되는 어렵다”며 “이미 알려진 모든생물의 크리스퍼와 캐스 단백질이 연구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 제약사에 3억50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수출한 TaRGET에 대해 “이름만 대면 아는 제약사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해 TaRGET을 선택했다”며 “이를 초석으로 우리 기술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고 추가 기술수출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