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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세계 각지에는 3억명 가량의 시각 장애인이 있다. 국내도 25만명 정도가 시각을 잃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등 개인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기는 늘어나지만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로 여겨진다. 이들에게도 교육의 기회가 필요하고 취업의 가능성을 열어놔야 했다.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도 맛볼 필요가 있다. 닷 워치로 시작해 닷 패드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 그래픽 장치를 개발한 김주윤 닷 대표의 창업 배경이다.
 | 김주윤 닷 대표가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5’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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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실패, 그리고 얻은 창업 핵심 교훈김주윤 대표의 창업 동기는 2010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회과학 전공으로 입학한 김 대표는 공부보다는 창업에만 매달렸다. 그는 “학생 때부터 손정의, 잡스 같은 창업가들을 정말 좋아했다”며 “이들에 대한 자서전과 기사를 다 찾아 읽었다. 혁명적인 것을 내놓아 세상을 바꾸는 아이돌 스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운명을 바꾼 만남이 있었다. 수업을 듣던 중 무거운 점자 성경책을 들고 다니는 시각장애인 친구를 보게 된 것이다. 다른 학생들의 책보다 2배 이상 크고 무거웠고 그나마 점자책으로 나온 책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모든 사람이 누리는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시각장애인들은 왜 받지 못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 김 대표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김 대표는 시장 조사를 통해 더욱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점자 기기 시장은 10년간 가격 변동이 전혀 없었고 기존 점자정보단말기는 50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에 무게만 2~4kg에 달했다.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며 혁신은 정체돼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창업을 꿈꿨지만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닷 창업 이전 김 대표에게 세 번의 창업 실패 경험이 있었다. 그는 “첫 번째 창업은 2011년에 했다”고 말억했다.
첫 번째는 드림링커스(Dream Linkers)였다. 드림링커스는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 출신 인도 엔지니어와 함께 창업한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 플랫폼이었다. 그는 “드림링커스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처럼 이력서를 깔끔하고 관리가 간편한 UI로 보여주는 플랫폼, 일종의 링크드인을 꿈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가 결혼 후 인도로 돌아가면서 8개월 만에 무산됐다.
두 번째는 미국 유학생과 유학 희망생을 연결하는 멘토링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학생 비자 취업 문제 등 법률적 복잡성에 부딪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트럭 공유 플랫폼 ‘웨곤(Wagon)’이었다. 2013년 세 개 도시에서 시작한 서비스로 ‘트럭계의 우버’를 지향했지만 기존 트럭 렌탈 서비스와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
KBS 창업대회 우승...세계가 주목한 혁신연이은 실패에도 김 대표는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트업은 실행력이 전부로 일단 실행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어 “스타트업은 변수들이 너무 많다”며 “내부, 외부적인 영향으로 망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실행해보면서 감각을 익혀야 한다. 그러다 보면 회복탄력성이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세 번의 실패를 겪은 김 대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간절한 소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트렌드를 쫓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류 보편적인 문제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김주윤 닷 대표가 지난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25’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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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 김 대표는 두 명의 대학 동창과 함께 경기도 용인에 원룸을 얻었다. 성기광 공동대표를 비롯해 총 5명이 숙소 생활을 하며 점자 리더기 기술 분석부터 시작해 닷을 설립했다. 그는 “저는 창업을 배웠으니까 시장 크기는 어떻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보이니 어떻게 가야 할 지가 보였다”고 회상했다.
닷의 이름이 크게 알려진 계기는 2014년 말 KBS ‘황금의 펜타곤 시즌 2’에서 우승하면서 였다. 1억원의 상금을 받으며 회사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타임(TIME), BBC, 포춘, 메셔블 등 해외 유력 매체들이 닷의 이야기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닷은 현재까지 500개 이상의 기사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가장 저렴한 시각장애인용 기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김 대표의 말처럼 닷의 기기는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은 10의 1로 낮추고 크기는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여 혁신을 이뤘다. 이후 닷패드까지 연이어 성공하며 닷은 한국 정부로부터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