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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에이티넘 부사장 “변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바이오 VC 집중조명]⑦
  • 등록 2025-09-21 오전 9:00:42
  • 수정 2025-09-23 오전 9: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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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시장이 계단식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정체기(plateau)였다면 이제는 급변의 시기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이들은 뒤에 남겨지게 된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저성과’ 바이오텍의 대거 상장폐지가 예고된 상황에 역으로 수백억원대 펀딩에 성공하는 곳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어느 때보다도 엣지 있는 기술, 탄탄한 데이터를 가진 곳에 돈이 쏠리고 있다. 이제는 과연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이데일리는 바이오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VC)들을 시리즈로 인터뷰해 투자 인사이트를 구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바이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시장을 선행해서 변모(pivoting)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항체-약물접합체(ADC) 링커 기술로 세계적 유명세를 얻은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도 태동은 항생제였고, 알테오젠도 초기 사업모델은 현재의 피하주사(SC) 제형병화 플랫폼과는 차이가 있었다. 국내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시장을 읽고, 적절하고 재빠른 변화를 거쳐 현재의 성숙기에 접어들 수 있었다.”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바이오 부문 대표(부사장)는 이와 같이 말했다. LG화학(옛 LG생명과학)에서 13년 재직한 후 2016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벤처캐피탈 투자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쌓은 그의 투자 철학에 대해 들었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에이티넘, 바이오 투자 포트폴리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1988년 설립한 하우스다. 바이오 투자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다. 1세대 바이오벤처캐피탈리스트로 꼽히는 황창석 사장의 주도하에 리가켐 설립연도인 2006년부터 시작해 총 6번 투자하며 동반성장했다.

현재 바이오 투자 심사역 수는 황 사장, 곽 부사장을 포함해 여섯 명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대표적인 바이오 투자 회수 사례는 고바이오랩, 큐로셀, 엑소코바이오 등이다. 투자 멀티플이 가장 컸던 곳은 고바이오랩으로, 멀티플 6.5배를 기록했다.

곽 부사장은 “한번 투자한 기업에 대해 여러 펀드로 후속 투자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업A에 대해서도 초기 투자 펀드의 수익률이 더 좋을 수 있다”며 “펀드출자자 입장에서는, 모든 펀드에 출자한 게 아닌 이상, 상이한 수익률에 불만을 느낄 수도 있어 기업별 수익률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회수를 기대하는 포트폴리오로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유빅스테라퓨틱스, 이노보테라퓨틱스, 파인트리테라퓨틱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넥스아이, 지투지바이오 등을 꼽았다. 동국제약에 납품하는 가정용 미용기기 회사 메딕콘에도 투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는 6명의 바이오 전문 투자심사역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있다. 곽 부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포트는 인공지능 신약개발 회사 스탠다임 하나다. 최근에도 50억원 규모의 펀딩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20억원), 인터베스트(10억원), LB인베스트먼트(10억원), 카카오벤처스(10억원)와 함께 참여했다.

곽 부사장은 “초기부터 투자해서 사후관리 역량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펀드’ 바이오 드라이파우더 1300억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010년대 초반부터 ‘원펀드’(One fund) 전략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정 분야 투자 목적의 프로젝트 펀드를 여럿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블라인드 펀드를 하나 조성해 전방위적으로 투자하는 형태다.

지금 운용 중인 것은 2023년 말에 결성한 86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다. 전체 운용자산(AUM)의 25%인 2200억원을 바이오 예산으로 편성했고 현재 40%가 남아있어, 바이오 투자 드라이파우더(현금여력)는 약 1300억원이다.

곽 부사장은 “작년에 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600억원 정도 투자할 것 같다. 가진 현금으로 2027년 상반기까지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한 해에 신규 투자하는 회사는 3~6개 사이이며 후속 투자도 많다”고 말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의 수는 40개로 유지하려는 편이라 펀드 사이즈에 비해 포트폴리오 개수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 때 ‘돈 버는 바이오’가 강조되며 의료기기에 투자 관심이 몰리기도 했지만,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의료기기보다 신약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신약과 의료기기 비율이 8:2다.

곽 부사장은 “(당사의) 바이오 심사역들은 제약사 출신으로, 약물 데이터를 검토하는 것에 전문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신약의 가치가 의료기기의 가치보다 크며, 의료기기 시장은 글로벌 대형사들의 독과점 체제가 큰 것에 반해 제약 시장은 점유율을 뚫고 들어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기도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자기준은 신약이라면 약이 될지 안될지, 의료기기는 상업적 성공가능성이 있는지를 본다. 약은 계열 내 최고(Best-in-class) 전략이라면 기존 파이프라인 대비 유효성 증가 또는 부작용 감소를 보고, 의료기기는 미충족 수요인 통증의 감소, 환자 편의성 증진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 분야

곽 부사장은 “신약은 항암제, 면역질환 치료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쪽에 관심이 있다. 눈여겨 보는 차세대 모달리티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인 RNA 에디팅, 그리고 이중항체다. 그 외 의료기기는 에스테틱, 진단은 암 조기진단을 본다”며 “다만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동물 모델에서 사람으로 중개(translation)가 어려운 영역이라 투자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미국, 중국 등 해외 투자기업 발굴(sourcing)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주변에서 저에 대해 ‘깐깐하다. 이 정도 데이터면 투자해도 되는데 안한다. 보수적이다.’ 그런 평가를 한다”며 “관심분야 내에서 분산투자, ‘깔아놓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제일 잘 할 만한 회사에 투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바이오는 변동성이 큰 영역이다.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임상실패, 기술반환 등 돌발변수도 많다”면서 “일희일비 하는 사람에게는 힘든 영역이다. 좌절하지 않고 본질적인 가치를 보자는 사명감을 가지고 투자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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