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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외치던 노을, 2년 만에 또 주주배정 유증 강행
  • 등록 2025-10-06 오전 9:15:33
  • 수정 2025-10-06 오전 9: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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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인공지능(AI) 기반 진단기업 노을(376930)이 최근 35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에 그간 노을이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내세웠던 주주가치 제고 기조와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래소의 밸류업 우수 사례로 선정된 뒤 대규모 유증?

노을은 지난달 24일 350억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번 유증으로 발행주식총수의 38.8%에 달하는 규모의 신주가 발행된다. 회사는 이번 증자를 통해 중단기 재무리스크를 해소하고 글로벌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존 주주로서는 지분 가치 희석과 단기 주가 부담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노을은 지난해 12월 기술특례상장사 최초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눈길을 끌었던 기업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으로,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 정부가 세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노을은 올해 2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확정해 자율 공시했다. 노을이 설정한 목표 중에는 △신제품 출시 및 주요 선진국 시장 진출 △디바이스 2000대 이상 판매 △2027년 이전 흑자 전환 △글로벌 기업과 계약 2건 이상 체결 △신규 R&D·제품 파이프라인 2건 이상 확보 등이 포함됐다.

이를 위한 실행 계획으로는 △고부가 신제품 출시를 통한 제품 라인업 강화 △전방위적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전략 추진 △신규 매출 계약 400억원 이상 확보 △글로벌 기업과 계약 2건 이상 체결 △제조 혁신을 통한 수익성 증대 △암 진단 분야 신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이해관계자 참여·소통 책임 강화 등 7가지를 발표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발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백서에 우수 사례로 소개된 노을 (자료=한국거래소)
이러한 노을의 밸류업 공시는 한국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백서에 우수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거래소는 기술 상용화 초기 단계인 기업 특성상 재무 목표 대신 영업 목표를 설정해 사업 단계에 맞는 목표를 제시하고, 제품별·지역별 매출 목표와 진단분야별 점유율 목표를 제시해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고 부연했다.

단 밸류업 공시는 자율 공시이기 때문에 이행 여부를 정부에서 확인하거나 강제하지는 않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향이지, 제재하는 방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순 선언으로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노을은 지난달 1일 상반기 이행현황을 자율 공시하며 이행 성과와 실적 개선 추세를 강조했다. 올 상반기 매출이 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0% 증가하고, 영업손실도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117억원에서 감소했다고 알렸다. 유럽, 중동, 중남미 판매를 확대하고 첫 정부 공공조달 사업 참여 및 글로벌 기업과 첫 번째 공급 계약 성과도 전했다. 이와 함께 올 하반기 주요 마일스톤으로 △신제품 CER 첫 판매 △신제품 CBC 출시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 계약 등을 제시했다.

상장 4년 차인데 세 번째 시장성 자금 조달

그러나 시계열을 확대해보면 노을은 설립 이래 연매출 30억원을 넘겨본 적이 없는 회사다. 매출 요건은 2027년부터 적용받게 되기 때문에 당장 상장 유지에 문제는 되지 않지만 저조한 매출이 지속되며 손익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문제다. 노을의 영업손실은 2020년 73억원→2021년 114억원→2022년 156억원→2023년 161억원→2024년 22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본업에서 자체적인 현금창출이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재무활동을 통해 현금을 마련해왔다.

이렇다 보니 노을은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점을 감안하면 외부 자금 조달이 잦은 편이었다. 앞서 노을은 2022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통해 150억원을 조달하고 1년 후인 2023년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486억원을 조달했다. 이번 유증까지 마치면 상장 3년 만에 986억원의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게 된다.

문제는 2023년 유증 이후에도 노을이 뚜렷한 수익성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2년 상장 당시 제시한 매출 전망치(가이던스)와 실제 실적의 괴리도 상당하다. 당시 노을은 2023년 207억원→2024년 440억원→2025년 976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4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 초 제시한 밸류업 공시에서는 ‘2027년 이전 흑자 전환’으로 기재돼 흑자 전환 예상 시기가 지연됐다.

노을은 최근 예상치 못한 주가 급등으로 인해 주주 배정 유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을 관계자는 “당초 전략적투자자(SI)나 재무적투자자(FI)를 상대로 자금 유치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주가가 급등하면서 이들이 전제했던 밸류에이션이 깨지자 발을 뺐다”면서 “다른 자금 조달 루트가 막히면서 유증을 결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유리한 발행가를 산정하기 위해 밸류업 공시를 활용해 주가 부양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올 하반기 빌 게이츠 방한과 같은 이슈 모멘텀은 전혀 예상할 수도 없었고, 긴급히 초대 받은 건으로 타이밍을 노을이 컨트롤할 수 없는 이슈였다”고 해명했다.

밸류업 취지 훼손 않는 유증 되려면…“숫자로 증명해야”

결국 이번 유증이 밸류업 취지 훼손 사례가 되지 않으려면 노을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을은 정식 출시된 제품이 말라리아 진단 솔루션인 ‘마이랩 MAL’(miLab MAL)의 특성상 저개발 국가 위주로 수출돼 수익성을 제고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노을의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노을의 마이랩은 사우디아라비아,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대부분 저개발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경우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지난해 3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수출처를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것은 노을의 수익성뿐 아니라 유동성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노을은 혈구형태 검사 솔루션 ‘마이랩 BCM’(miLab BCM)과 자궁경부암 검사 솔루션 ‘마이랩 CER’(miLab CER) 개발을 완료해 올 하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내년 1분기부터 유럽, 남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노을 관계자는 “유럽, 남미, 북미 등 중고소득국 시장에서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며 “마이랩 주요 제품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2027년까지 획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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