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바이오벤처 1세대 지엔티파마가 최근 기업회생(법정관리) 신청으로 세계 최초 다중표적 뇌 신경세포 보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 뇌졸증 치료제인 넬로넴다즈 개발에 제동이 걸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엔티파마는 이번 기업회생 신청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한 부채조정을 위한 것이 아닌 법인인감 관리 미흡에 따른 우발채무 등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인 만큼 신약 개발 일정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엔티파마는 예정대로 내년 하반기 넬로넴다즈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이사. (사진=지엔티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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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인감 관리 미흡으로 인한 부외부채 등 없어”16일 제약·바이오와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지엔티파마는 지난달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지엔티파마가 감사인인 회계법인으로부터 지난해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회계법인은 지엔티파마 경영진의 법인인감 사용기록에 대해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부외부채(숨겨진 부채)와 우발채무가 없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엔티파마는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되면 법원에 의해 모든 채권자가 채권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 만큼 드러나지 않은 법인 인감 부외부채와 우발채무를 확인할 수 있어 의견거절 사유 해소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엔티파마는 이미 법인인감 관리 미흡으로 우발채무 이슈가 있는 기업이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해 해소한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자사는 그동안 감사인의 의견거절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각적으로 면밀하게 검토했다”며 “그 결과 법인인감 관리 미흡으로 인한 우발채무 이슈는 기업회생 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명확하고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가 진행하려는 기업회생 절차는 자본감소나 출자전환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상황에서 회사의 가치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인이 지적한 법인인감 관리 미흡으로 인한 부외부채 또는 우발채무가 없었다는 것을 재차 밝힌다”며 “자사는 확실하게 의견거절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오벤처 1세대로 창사 25년만에 주식 상장 추진지엔티파마는 현재 넬로넴다즈를 포함한 3개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신약 1호인 넬로넴다즈는 국내에서 뇌줄증 임상 3상과 심정지 임상 2상 등록을 완료했다. 지엔티파마는 올해 4분기 임상의 주요 결과를 확인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엔티파마는 임상 주요 결과에 따라 내년 하반기 넬로넴다즈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뇌졸중 치료제 넬로넴다즈는 염증성 대식세포에서 뇌세포 간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신경 수용체인 ‘N-메틸-D 아스파르트산염(NMDA) 수용체 활성을 억제하고 동시에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신물질이다. 뇌졸중 후 뇌 신경세포의 사멸을 방지하는 세계 최초 다중표적 뇌 신경세포 보호 약물이다.
지엔티파마가 지난 2월 개최된 2023 국제 뇌졸중 컨퍼런스(ISC)에서 공개한 임상 2상 결과 넬로넴다즈를 투여받은 환자들은 플라시보에 비해 장애가 개선됐다. 특히 고용량(총 5250mg)의 넬로넴다즈를 투여받은 중증 뇌졸중 환자에서 장애 개선 효과는 더 뛰어나게 나타났다.임상 2상은 발병 후 8시간 이내 혈전 제거술을 받은 중등도 이상 뇌졸중 환자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재 뇌졸중의 표준 치료법은 막힌 뇌혈관의 재개통을 위해 발병 후 4.5시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혈전제거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개통 후에도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 독성의 발현으로 뇌세포가 사멸하기 때문에 여전히 수많은 환자는 장애와 사망에 이르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가 NMDA 수용체 또는 활성산소 가운데 하나만을 대상으로 한 단일표적 뇌세포 보호 약물을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했지만 부작용과 약효 부재로 모두 실패했다. 지엔티파마가 과학정보통신부 등의 지원을 받아 발굴한 넬로넴다즈는 안전성이 검증된 NMDA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억제제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활성산소 제거 작용으로 뇌졸중 후 뇌세포 사멸을 줄이는 최초의 다중표적 뇌세포 보호 약물이다. 넬로넴다즈는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은 뇌졸중 치료제이기도 하다.
신약 2호 크리스데살라진은 건강한 성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모두 완료하며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 지엔티파마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루게릭병에서 약효 검증을 위한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우사한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치매)에서 약효가 입증돼 ‘제다큐어’(상품명)로 출시됐다. 제다큐어는 국내 1700여개 동물병원에서 처방되고 있다.
신약 3호 플루살라진은 △췌장염 △장염 △관절염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동물 모델에서 약효가 입증됐다. 비임상에서 안정성과 약동학 연구가 완료됐고 임상 제형이 준비돼 최근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지엔티파마는 기업 회생 절차를 통한 의견 거절 사유를 해소한 뒤 주식(주권) 상장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엔티파마는 지난해 9월 주식 상장을 위한 지정감사인을 신청했다. 지엔티파마의 장외 시가총액 규모는 약 3200억원이다.
지엔티파마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는 주권상장을 신청하기 위해 지정감사인의 의견거절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 절차”라며 “현재 진행 중인 기업회생 절차 종료 후 재감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방향과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바이오벤처 1세대인 지엔티파마가 성공가능성이 높은 3종의 블록버스터 신약의 임상 진행 등을 통해 1998년 창사 25년 만에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자사는 이번 지정감사의 지적사항을 명확하고 근본적으로 치유해 건전한 재무구조와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신약 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