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성 바이오플랫폼 센터장]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다시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갈수록 빈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불행하게도 상당 부분 들어맞아 떨어지는 형국이다. 실제 최근 28주간 글로벌하게 15만명이 넘는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 1주일새에는 세계적으로 3만9000여명의 환자가 생기면서 확산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부분 코로나19 백신을 맞은지가 오래되서 예방효과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변이한 전파력이 강한 ‘KP.3’가 코로나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가 예상보다 빨리 확산하자 우리 정부도 코로나 치료제를 선제적으로 추가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구매예정인 코로나 치료제는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재유행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국내 바이오벤처인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3년간의 연구끝에 개발에 성공한 코로나 치료제 ‘제프티’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제프티는 임상시험을 통해 정부가 구매하려는 팍스로비드 대비 탁월한 약효와 안전성이 입증된 바 있다. 특히 제프티는 팍스로비드 대비 코로나의 12가지 증상을 2일이나 단축시키는 효능을 임상에서 증명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통합 임상시험(2상, 3상 결합)’의 성공적 임상결과를 정리, 질병청에 긴급사용승인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가 긴급사용승인 요청을 한 지 1년 반 가까이 흘렀지만 정부는 여전히 허가에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단계 하향에 따라 경증 및 중등증 환자에게는 긴급사용신청이 힘들고, 기존 임상에서 대상자 수가 적으니 추가임상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 권유대로 긴급상용승인을 목표로 한 대규모 임상2상을 이미 진행한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정부의 달라진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임상2상을 위한 환자규모는 대개 60~120명 수준이지만 정부 의견을 반영, 회사는 사실상 임상3상 규모인 300명을 대상으로 제프티 임상2상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결국 제프티는 임상2, 3상을 병합해서 실시한 셈이다. 그럼에도 코로나 대유행이 끝나자 정부는 그간의 태도를 180도 바꿔 임상3상을 해야 제프티의 허가를 내줄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인 ‘제프티’ 제품 사진. 회사 제공 |
|
정부 정책을 믿고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회사의 사활을 걸어온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로서는 기약없는 제프티의 상용화에 크게 좌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정부가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 허가를 내줄지 알수 없어, 이 회사는 울며겨자먹기로 제프티 임상3상 실시까지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제프티가 이번 코로나 재유행에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우리 국민은 또다시 팍스로비드를 주요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제프티 대비 약가가 몇배 비싼 팍스로비드는 국민과 정부에도 상당한 금전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팍스로비드의 상업 판매가는 5일치 기준 1390달러(약 188만원)에 달한다. 2024년 5월부터 코로나 위험단계가 관심으로 변경되면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무상이지만 일반 건강보험가입자는 5만원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팍스로비드의 보험약가 등재가 이루어질 경우 환자는 20만~30만원 가량에 달하는 적지않은 금액을 지출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 부담금을 합하면 환자당 100만원이 넘는 약가를 팍스로비드를 구매하는데 써야한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팍스로비드는 37개의 병용금지 약물로 인해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처방에 있어 상당한 한계가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제약으로 인해 실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실제 팍스로비드 처방률은 30%선에 머물렀다.
정부를 믿고 과감하게 투자, 성과를 냈지만 정부 외면에 사장될 위기에 처한 제프티는 정부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들게 하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 재유행이라는 명분이 생긴 상황이기에 정부는 이번에야말로 제프티 허가에 적극 나서,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정부의 언행일치는 신약개발에 매진하는 K바이오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