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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가 전하는 아트테크]NFT로 인해 앞으로 변화할 미술시장의 미래
  • NFT가 불러온 다양한 질문들
  • “미술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길로 이끄는 NFT”
  • 등록 2021-12-18 오전 8:22:14
  • 수정 2021-12-18 오전 8:22:14
[이상미 이상아트 대표] 1765년 스코틀랜드의 기계공학자 제임스 와트(1736~1819)는 증기 기관에 응축기를 부착해 효율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당시 영국에서는 면직물의 수요가 급증하던 상황이었다. 제임스 와트가 이루어낸 증기 기관의 개량으로 면직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 후 증기 기관은 더 발전했고 영국과 세계는 점차 산업화의 길로 들어섰다.

인류는 300년이 안 되는 세월 동안에 증기 기관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을 지나고,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에 이어서, 인터넷이 주도한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의 3차 산업혁명을 거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3D 프린팅, 블록체인 등 실제와 가상이 통합돼 문화,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했다. 4차 산업혁명의 목적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 있다.

NFT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에서 발현된 기술이다. 지난 칼럼들을 통해 NFT의 개념과 시초부터 급성장하는 NFT 미술시장을 살펴봤다. 미술시장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NFT 미술품 판매 사례를 통해 NFT가 예술가에게 어떤 기회를 제공하는지와 더불어 디지털아트의 가치를 탐구했다. 미술시장에 열풍을 불러온 NFT에 관한 다양한 논쟁을 점검하기도 했다. 끝으로 NFT로 인해 변화할 미술시장의 미래에 대해 짚도록 하겠다.

◇ NFT 미술시장의 확장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결합어로써, 오늘날 우리가 사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찾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몸은 오프라인에 있지만, 정신은 스마트폰을 통해 메타버스로 진입한다.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들과도 손쉽게 소통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삶 속에서 우리의 문화적 소비 역시 자연스럽게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한다. 이때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들을 자산화해서 메타버스로 옮기는 기능을 하는 것이 NFT이다.

비플의 ‘에브리데이즈’ 연작의 첫 번째 작품. (사진=washingtonpost)
디지털 콘텐츠의 소비가 많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정작 창작자들에게 수익이 가지 않으면,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올 수 없다. 2010년대 이후로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급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에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왜 유튜브로 몰려들어 양질의 영상을 쏟아냈을까?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진출한 이유는 창작에 대한 가치를 돈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영상 조회 수가 늘어나게 되고, 이를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 유튜브 말고도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SNS 채널이 있었지만, 창작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렇기에 1천 명의 구독자를 갖추고 연간 시청 시간이 4천 시간을 넘는 채널에 광고를 게재하고,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제공하는 유튜브에 크리에이터들이 몰려든 것에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보상만을 바라고 유튜브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만, 수익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유튜브가 오늘날 같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NFT 미술시장에 다수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모여들어 투기 열풍을 불러온 측면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NFT 미술시장이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NFT 미술시장은 앞으로 더 확장하리라고 본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불러온 팬데믹으로 동결됐다가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술시장에 NFT는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유동적인 예술-금융 교환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지털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아트는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예술 분야였지만, NFT로 통해 자산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사고팔 수 있기에 재테크의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실물의 미술품이 희귀성을 지니는 것처럼 디지털 예술품에 대해서도 희소가치를 부여하고 소유권을 제공하는 NFT 미술시장은 더 성장할 거로 전망한다.

NFT의 가치를 실물 세계와 가상 세계에서 각각 비교해 설명해주는 이미지(사진=wikimedia)
◇ NFT가 쏘아 올린 예술에 관한 질문들

NFT가 쏘아 올린 예술에 관한 질문은 계속 늘어나며, 우리들의 궁금증 또한 더해만 간다. 진보적인 면과 보수적인 면이 공존하는 미술시장에서 NFT 미술품은 진정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또한, NFT는 현대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NFT가 발판이 돼 기존 예술 시장에서 소외된 유색인종 예술가나 예술 권력에서 배제된 재능 있는 예술가를 떠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 기술에 무지하고 갤러리의 후원을 받지 못하는 원로 작가가 NFT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은 존재할까? 표절이나 무단 복제된 작품이 NFT 시장 내에서 유통·판매되었을 경우 저작권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NFT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미술품 소장과 거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새로운 시장의 탄생인가? 아니면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게 투기 광풍으로 부풀어 오른 신종 디지털 거품인가? 쉬이 답할 수 없는 물음들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NFT 미술시장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은 1935년에 지은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복제본은 ‘아우라’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를 일컫는다. 벤야민은 유일한 원본에서만 아우라가 나타나는 것이므로 사진이나 영화같이 복제성이 있는 작품에는 아우라가 생겨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원본성이라는 가치가 생성되는 NFT는 디지털 예술품에 아우라를 부여할 수 있을까?

1826년 등장한 사진이 미술 작품으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 지는 1960~1970년대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만들어진 지 200년 가까이 된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은 것은 불과 50~60년 정도로 파악할 수 있다. 150년의 세월은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9,107만 5천 달러(1,082억 5천만 원)에 판매된 제프 쿤스의 ‘토끼’, 9,030만 달러(1,073억 원)를 기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에 이어 4만 2,329이더리움(약 785억 원)으로 현존하는 예술가의 작품가 3위를 기록한 비플의 NFT 작품 ‘매일 : 첫 5,000일’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정작 미술계에선 작품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오히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됐고, 미술사적인 가치는 전무하며 NFT를 띄우기 위한 투기 목적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사진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미술계가 NFT를 쉽게 예술로 인정하지 않을 걸로도 이해할 수 있다. 미술사에서는 새로 등장한 사조가 등장할 때마다 앞선 사조를 전복하기 위해 무수한 논쟁이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NFT 미술품이 진정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선 앞으로 남아있는 진통 또한 상당할 것이다. 아무런 고통 없이 새로운 예술을 순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NFT 자산을 취급하는 NFT마켓 오픈시의 예술 분야 카테고리. (사진=opensea)
◇ NFT는 미술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까?

NFT는 미술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까? 먼저 예술가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NFT를 통해 신진작가들과 기존 예술가들의 숨통이 그나마 트일 거로 보인다. 특히 영상, 사진 등을 비롯해 디지털아트를 하는 작가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물론, 여기에는 예술계의 구조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국가나 민간의 단체에서 예술가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예술가 개개인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금세 도태되기 때문이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동시대 미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목적과 방향성을 정하고 가야지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다. 자신의 작품을 NFT를 통해 구현하거나 판매를 시도할 수도 있다. NFT를 통해 자신이 창작해낸 저작권을 지키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NFT를 통한 미술시장과 디지털아트의 가치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변화이다. 그래서 아직은 저작권법이나 제도적인 면에 있어서 보완해야 할 지점도 눈에 띈다. 예술계 내부에서도 NFT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성찰은 아직까진 부재하다. 누군가 나서서 쉬이 무엇이 정답이라고 외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NFT를 통해 감지되는 변화들은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비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있는 기존 미술시장은 너무나 보수적이고 거대한 울타리가 쳐져 있다. 미술계에 막 진입한 신진작가들을 비롯해 전업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과 다름없다. 미술시장의 변화를 NFT가 해낼 수 있다고 말하면 과언일까? 물론 여기에는 NFT 미술품으로 변화를 끌어내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도전이 중요하다. NFT 미술시장으로 나설 예술가들을 지지한다. 그들이 기술의 변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더 나은 예술을 만들어내길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예술가들은 NFT를 활용해 어떤 새 예술품을 선보일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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