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물러났던 유전자 분자진단 전문기업 ‘캔서롭’ 대표이사로 2주 만에 복귀해 주목된다. 회사 측에선 배경에 대해 함구하지만 업계에선 사임이 상장폐지 심의 직전 이뤄져 주주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것과 연관이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 CI=캔서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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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캔서롭(180400)은 지난 3일 황도순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왕준·황도순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 사임으로 황 대표 단독 체제가 된지 불과 2주 만이다. 당시 이 대표는 ‘일신상의 사유’를 들면서 자리를 내려놨다. 다만 캔서롭 관계자는 이 대표를 2주 만에 재선임한 이유 관련 “공시 외에 할 말이 없다”며 “설명을 해야 하느냐”고만 했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상징성을 들어 상장폐지 위기와 연결짓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부터 캔서롭 대표를 맡아왔다. 회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이보다 앞선 2017년이다. 당시 자신이 대표 조합원인 명지글로벌바이오조합을 통해 마크로젠으로부터 캔서롭(구 엠지메드)을 인수했다. 이후 2018년 조합이 해산되면서 직접 최대주주로 올라섰다.(지난달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이후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최대주주 등극)
캔서롭의 고난은 2019년 시작됐다. 같은 해 3월 외부 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2018사업연도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아 주권매매가 정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안진은 캔서롭의 해외 소재 기업 회계처리 관련 수익인식 적절성, 금융부채 분류와 측정 등에서 충분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1년간 캔서롭은 구원투수로 이 대표를 등판시키고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다.
그러나 거래 재개에는 실패했다. 2019사업연도에 대해 내부 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을 받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놓여서다. 이후 캔서롭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개선기간인 올해 3월7일까지 전문경영인 영입(황도순 대표), 외부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와 감사로 선임해 이사회 감시 기능 강화 등의 노력에 나섰다. 최근에는 임 대표를 최대주주로 맞이하며 분위기 전환에도 나섰다.
결과는 이번에도 좋지 않았다. 거래소 기심위는 지난달 25일 캔서롭 주권 상장폐지 여부 심사결과 ‘상장폐지’로 심의했다고 공시했다. 이 대표 사임이 결정된 건 해당 결정이 해당 결정 약 일주일 전 이뤄졌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오늘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떠난 것이냐”는 거센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에서 물러났다가 2주만에 다시 선임되는 게 흔하진 않은 일”이라며 “상장폐지 심의와 연관짓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캔서롭 상장폐지가 최종 확정되는 건 오는 22일께다.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전날 공시 기준 20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최돼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심의하고 의결하기 때문이다. 캔서롭 역시 이 자리에서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소명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