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진원생명과학이 당초 목표보다 유상증자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216억원 줄자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에 떼놓은 몫을 줄였다. 회사 측에선 필수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인 만큼 부족한 자금의 절반 가량은 일단 자체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는 자회사 VGXI 대여금 반환, 추가 자금조달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진원생명과학(011000)이 계획을 전한 유상증자의 신주발행가액이 최근 1만9750원으로 확정됐다. 예정했던 2만3500원보다 16% 낮아진 수치다. 이에 진원생명과학이 유상증자로 조달하려는 자금 규모가 1353억6000만원에서 1137억6000만원으로 216억원 감소하면서 자금 사용계획에도 변화가 생겼다.
할당 몫이 줄어든 건 오롯이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비다. 진원생명과학은 당초 미국 자회사 VGXI의 위탁생산(CMO) 설비 신규 증설에 총 908억2300만원,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에 총 413억7700만원 등의 투입을 계획했다. 하지만 조달 가능한 자금이 줄자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연구개발비를 211억4000만원 줄였다.(나머지는 발행제비용 감소분)
세부적으로 보면 △코로나 백신으로 개발 중인 ‘GLS-5310’ 관련 임상 3상 기관비용 91억6300만원을 포함해 검체 분석·분리·보관·배송비 총 47억9400만원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 중인 ‘GLS-1027’ 관련 임상 2상 연구비 10억원을 포함해 3상 연구비 36억8300만원, 임상용 생산비 25억원 등 61억8300만원이다. 모두 제품 개발에 필수로 쓰이는 돈이다.
일단 진원생명과학은 부족한 코로나 백신 개발비 91억6300만원, 코로나 치료제 개발비 1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만 공개했다. 나머지 부족한 자금 114억3700만원 조달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진원생명과학은 부족한 자금을 자회사 VGXI가 상환할 대여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VGXI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나 DNA 백신 등의 원료로 쓰이는 플라스미드 DNA(pDNA) 생산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현 500L인 플라스미드 DNA 생산능력을 7500L로 늘리기 위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완공 예상시점은 1차 2022년 초, 2차 2022년 말이다.
그동안 진원생명과학은 VGXI에 생산시설 증설 자금을 빌려줬다. 액수는 현재까지 총 671억1800만원이다. 이번에 유증을 통해 조달하는 자금도 VGXI에 추가로 빌려주는 것이다. 대여금 만기는 모두 3년이다. 즉 진원생명과학은 빠르면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대여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내년 필요한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비는 확보할 수 없다.
하지만 진원생명과학은 내년 대여금 일부가 상환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현지에서 JP모간을 주간사로 선정해 자금조달을 추진 중이어서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로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액 상환까지 가능할 수 있다. 부족한 자금은 이를 활용해 충당할 수 있다”며 “딜은 2022년 1분기 내 클로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사 측은 기대대로 대여금이 상환되지 않아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겨뒀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대여금 상환이 안될시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 묻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