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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량신약 vs. 기술수출’, 어느 전략이 최선책일까
  • 등록 2025-09-28 오전 9:10:37
  • 수정 2025-09-28 오전 9: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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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개량신약 vs. 기술수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장기 성장 전략을 놓고 개량신약이 재평가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장기성장 전략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한 축은 한미약품처럼 복합제·서방제 등 개량신약(IMD) 역량을 축적해 현금창출원을 만들고 이를 혁신신약으로 확장하는 경로다. 다른 한 축은 혁신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수출로 성장하는 모델이다. 어느 쪽이 ‘100년 기업’에 유리할까.

개량신약은 기존 의약품의 유효성분·투여경로·복합화·제형 변화를 통해 안전성·유효성·편의성을 개선한 품목이다. 이는 제네릭보다 진입장벽은 높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책정받을 수 있고, 혁신신약 대비 임상 실패 가능성이 낮다.

단순 응용 아닌 혁신 대안

최윤희 법무법인 태평양 전문위원은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 재조명’ 보고서를 통해 “개량신약은 단순한 기술 응용의 산물이 아닌 고령 사회에 적합한 치료 대안을 제공하는 혁신의 결과물로 재평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허가받는 개량신약 면면을 살펴보면 주 1회 복용하는 약을 월 1회 복용으로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약품이 2품목”이고 “하루 두 번 또는 세 번 투약하는 것을 하루 한번 복용하는 것으로 개선한 의약품은 16품목에 이른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투여횟수를 줄이는 서방형 제제는 복약 순응도를 향상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질병 악화를 방지해 장기적으로 입원, 의료비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며 “또 복용 횟수 감소는 인지 기능이 저하된 고령 환자의 일상 복약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키트루다발 돈방석에 앉은 알테오젠 역시 따지고 보면 개량신약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고 볼 수 있다. 알테오젠(196170)이 개발한 ALT-B4는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약물이 몸속에서 천천히 흡수되도록 설계해 효과가 지속된다. 약물 투여 빈도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은 키트루다 SC제형을 시작으로 다이찌산쿄의 위암/유방암 치료제인 엔허투 SC제형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갈 전망이다.

국내 개량신약은 2009년 한미약품 아모잘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52품목이 허가받았다. 이중 34품목이 제제개선을 용법·용량을 변경에 성공했고, 7품목이 새로운 투여경로를 만들어냈다.

현금창출과 R&D 축적이 만든 신약개발 사다리

개량신약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축적과 신약 연구개발(R&D)을 위한 안정적인 현금 창출에 있다. 대규모 R&D 비용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과 우후죽순 출시로 경쟁력을 잃은 복제약 시장 사이에 있는 제약업체들과 대조적이다.

한미약품(128940)과 머크(MSD)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1호 개량신약인 ‘아모잘탄’을 5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아모잘탄은 지난 2023년 국산 전문의약품의 단일제품 최초 누적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최 위원은 “아모잘탄 사례는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 기반의 개량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그 성과가 시장성 및 수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보령(003850)의 고혈압 복합제 ‘듀카브’는 보령이 자체 개발한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에 암로디핀 성분을 결합한 개량신약으로 연간 500억 원 수준의 처방실적을 기록 중이다.

종근당(185750)도 당뇨병 치료제인 ‘듀비에’를 국산 20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후, 혈당강화 효과와 복약편의성을 개선한 당뇨병 복합제 ‘듀비메트’를 개발하여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았다.

유나이티드제약(033270)은 지난 2010년 개량신약 클란자CR을 출시하며 연구개발 중심 기업으로 거듭났다. 유나이트제약은 지난해 매출 2887억원, 영업이익 563억원을 기록하며 알짜 중형 제약사로 자리 잡았다. 유나이티드 제약은 클린자CR정을 40여 개국에 수출 중이고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현지 지사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를 발판으로 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2018년 아보메드(Arbormed)와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항암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최 위원은 “개량신약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임상 및 허가 경험, 자금 회수, 글로벌 네트워크 등이 신약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개량신약 및 신약 연구개발 기술과 노하우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여 R&D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도영 큐비엠 연구위원(이학박사) 역시 “개량신약은 사업적으로 보면 △임상 3상·제형개선·복합화 설계 등 개발 노하우가 사내에 축적되고 △다수 품목으로 현금흐름이 분산되며 △허가·보험·제조·영업 등 의약품 개발과 상업화 전체 과정이 기업의 학습자산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수천억 기술수출도 반환 리스크…개량신약은 교두보로 재평가

반면, 기술수출 모델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

가장 큰 한계가 파트너 의사결정에 크게 연동된다는 점이다. 이는 투자·개발 시계에 ‘헤드라인 리스크’를 만든다.

대표사례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노벨티노빌리티는 지난 2월 미국의 ‘엑셀러린’으로부터 2022년 기술수출한 ‘NN2802’를 반환받았다. NN2802은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다. 엑셀러린은 내부 경영상의 이유로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노벨티노빌리티는 미국 발렌자바이오에 총 8800억원 규모로 NN2802을 기술이전했지만, 발렌자바이오가 2023년 1월 엑셀러린에에 인수되면서 파트너사가 변경됐다.

이 외에도 큐라클(365270), 올릭스(226950) 등이 프랑스 떼아의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과 내부정책 변경으로 기술반환을 겪었다.

다음으로 플랫폼의 본질상 파이프라인 주도권과 가격결정력이 제한되고, 상업화 이후 현금흐름은 마일스톤·로열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GLP-1/FGF21 이중작용항체인 ‘YH25724’의 기술반환을 통보받았다. 유한양행은 2019년 기술수출 당시 YH25724의 기술이전 총 계약규모가 8억7000만달러(1조50억원)에 달한다고 밝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회사의 실제 수령액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5000만달러에 그쳤다.

티움바이오 역시 지난 3월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지로 부터 호흡기질환 치료제 ‘NCE401’의 기술 이전 계약 해지 및 권리 반환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티움바이오는 해당 기술수출에서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더해 150만달러만 수령했다. NCE401가 지난 2018년 기술수출된 이래, 7년의 긴 시간이 희망고문만 안긴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혁신신약 역량 축적 속도가 더디면, 장기적으로 기술수출 외 대체 성장축이 빈약해질 수 있다”며 “성공하면 한 건의 계약이 수천억~조원의 가치를 만들지만, 파트너 의존과 외생 변수가 크다. 특허·경쟁구도·파트너 전략 변화에 따라 매출 인식과 현금흐름 가시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재무·리스크 관점에서 개량신약은 ‘중간위험·중간수익’ 구조인 반면, 기술수출은 ‘고레버리지·고변동성’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이미 개량신약 개발과 관련해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하고 의미심장한 결론을 도출했다.

문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2년 8월 ‘개량신약 허가 제도, R&D 다각화 및 실패 경험의 상호작용과 기술이전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개량신약은 단순한 시장 대체재가 아니라, 기술이전의 교두보로 의미가 있다”며 “제약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일 성공 사례가 아니라, 실패와 다각화를 통해 학습하고 이를 자산화하는 과정”이라며 개량신약 개발 전략을 재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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