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2022년 한 해 동안 진행됐던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1’은 3년 전인 2020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 1~55위를 차례로 다뤘다. ‘블록버스터 톺아보기 파트2’는 지난해 새롭게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렸거나 3~4년 내로 그에 상응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약물을 하나씩 발굴해 다룬다. 이른바 신흥 블록버스터로 떠오른 약물의 탄생과정과 매출 전망 등을 두루 살펴 본다.[편집자 주]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의 편두통 치료제 ‘너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를 편두통 예방제로도 쓸 수 있도록 2021년 5월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제공=화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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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화이자의 편두통 예방 및 치료제 ‘너텍(Nurtec)ODT’(성분명 리메게판트, 유럽제품명 바이두라)가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기존에 널리쓰던 아세트아미노펜 등 트립판 계열의 약물과 달리 너텍ODT는 흔히 게판트게열의 약물로 통한다.
너텍 ODT는 2020년 미국에서 편두통 치료 적응증으로 승인받은 ‘칼시오닌유전자관련펩티드’(CGRP) 수용체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다. 편두통 발생시 CGRP가 신경세포 말단에서 발생하는데 게판트 성분의 물질들은 이들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5월 너텍ODT의 편두통 예방 적응증을 확대 승인하기도 했다.
사실 너텍ODT는 미국 바이오헤이븐 파마슈티컬스(바이오헤이븐)이 발굴한 물질이며, 회사와 화이자가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개발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 화이자가 바이오헤이븐을 총 116억 달러(당시 한화 약 14조8000억원) 규모로 인수하면서, 너텍ODT에 대한 모든 권리를 획득하게 됐다.
바이오헤이븐에 따르면 너텍ODT의 매출은 2021년 4억6200만 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2020년 3월 시장에 첫 출시 이후 분기별 매출이 30~50% 사이에서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2021년 3분기 매출은 1억 3600만 달러로 직전 분기보다 46% 증가한 바 있다.
특히 너텍ODT는 2021년 4분기 사실상 게판트 계열 약물 중 제형에 관계없이 가장 많은 1억 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게판트 계열 중 경구용 약물로 개발된 미국 애브비의 ‘유브렐리’(성분명 유브로게판트)가 있지만, 같은 기간 유브랠리는 1억8300만 달러의 매출로 2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밖에는 피하주사형 항체 치료제로 개발된 게판트 계열 약물 중 미국 일라이릴리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과 암젠의 ‘에이모빅(성분명 에레누맙)’. 이스라엘 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 덴마크 룬드벡의 ‘바이엡티(성분명 앱티네주밥)’ 등은 순서대로 2021년 4분기동안 1억6200만 달러, 9000만 달러, 8600만 달러, 24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애브비의 CGRP 억제 방식의 경구용 약물 ‘큐립타’(성분명 아토게판트)가 FDA로부터 2021년 9월과 10월에 편두통 예방과 치료 적응증을 차례로 획득했다. 너텍ODT에 이어 2번째로 편두통 예방과 치료 등에 모두 쓸 수 있는 경구용 CGRP 약물로 승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2022년 너텍ODT와 큐립타의 매출 경쟁 결과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이자에 따르면 2022년 2분기 너텍ODT의 매출은 1억9400만 달러였다. 회사는 지난해 해당 약물로 총 8억 2500만~9억 달러 사이의 매출을 올릴 수 있으리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애브비의 큐립타도 너텍ODT의 매출을 무섭게 따라 잡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만 출시된 큐립타는 지난해 분기별로 6000만~1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는 너텍ODT와 큐립타를 필두로 한 CGRP 계열의 약물이 기존 트립판 계열의 편두통 치료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연매출 10억 달러에 근접한 너텍ODT와 함께 미국 시장에서만 3~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큐립타 등이 관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화이자는 지난해 5월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진행한 너텍ODT의 글로벌 임상 3상의 성공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 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에 따르면 너텍ODT의 국내도입 시기는 약 2024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