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임상 1상 후 진행한 추가 임상에서 부분관해(PR)를 확인한 후 임상 2상 환자 모집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임상의와 환자들을 설득할만한 데이터가 나왔다는 걸 인정받은 셈입니다.”
|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제공= 에이비온) |
|
신영기
에이비온(203400) 대표는 지난 1일 이데일리와 만나 회사가 개발 중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ABN401’ 임상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ABN401은 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c-MET)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다. 임상1상과 2상을 통합 진행하는 심리스 방식(seamless clinical study)의 글로벌 임상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비온은 임상 1상을 마친 후 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임상에서 부분관해(PR)를 확인, 최근 임상에 속도가 붙었다. 환자들이 믿고 참여할만한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임상 참여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 대표는 “임상 1상을 통해 알게 된 ABN401의 적정 용량은 800㎎이었다. 좀 더 많은 환자들도 해당 용량에서 효과를 보는지 알고 싶어 ‘파일럿 익스펜션(Pilot Expansion)’이라는 추가 임상을 진행했다. 8명에 투약했는데, 여기서 PR이 나온 것이다. 이후 임상의들이나 환자들이 크게 관심을 보이면서 임상 2상 환자 모집과 투약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률 1위이며, 폐암 환자의 약 85%가 비소세포폐암으로 알려진다. 그 중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양성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비율이 아시아인에서 약 50%, 서양에서 약 18%다. 현재 1차 치료제로 쓰이는 EGFR 표적 치료제(타그리소·레이저티닙)는 1년 정도 복용하다 보면 환자의 3분의 1 가량은 약물저항성이 생긴다. MET 돌연변이나 단백질 과발현 등으로 내성이 생겨 기존 약을 먹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EGFR 변이 내성 환자 중 절반 이상에서 c-MET 변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병용투약이 중요하며, 여기서 안전성 확보가 관건이다. 병용은 이미 있는 약물이 나타낼 수 있는 부작용에 새로운 약물의 부작용까지 더해질수 있어 노년 환자에게 무리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ABN401은 임상 1상에서 높은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 용량 증가 시험에서 16명의 모든 환자에게서 중증(Grade 3) 이상의 이상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처음 모집된 환자 모두 중단 없이 임상 1상을 마쳤다. 이 임상에서도 PR이 2건 확인됐다. 임상 2상은 최소 40명 환자 모집을 대상으로 ABN401을 단독 투여한다., 약물 복용 후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RR)’을 평가할 예정이다. 연내에 임상 중간 결과를 도출할 계획이다. 다른 치료제와 후보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임상도 추진 중이다.
ABN401의 경쟁 약물로는 노바티스의 캡마티닙(Capmatinib)과 독일 머크의 테포티닙(Tepotinib)이 있다. 모두 2020년 c-MET 저해제로 승인받았으나 독성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진 못했다. 캡마티닙은 c-MET 치료제 특징인 ‘퀴놀린 링 구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신장 독성이 나오는 단점이 있다. 테포티닙은 약물이 체내에서 잘 사라지지 않아 예상치 못한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 등이 제기된다. ABN401은 이들과 약효는 비슷하지만 안전성과 내약성에서 우수한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 약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약을 투여하다가 끊으면 단백질 시그널이 증가하면서 암 전이가 더 빨라진다. 이 때문에 오래 투약할만한 약, 에이비온의 ABN401처럼 중증 이상의 부작용이 나오지 않는 약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온은 임상전략 컨설팅 기업 메디라마와의 협업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에비이온은 지난해 6월 메디라마와 ABN401의 글로벌 임상 2상 개발을 총괄하는 계약을 맺었다. 특히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18년 간 항암제 연구개발 디렉터를 역임하며 임상 개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두 회사는 ABN401의 글로벌 2상 임상을 3년 이내에 완료하고 인허가 도전에 가능한 데이터를 생성한다는 목표로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 진전에 따른 기술이전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에이비온은 ABN401 가치를 1조원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쟁사인 미국의 터닝포인트테라퓨틱스가 지난 2021년 중국 바이오 기업 자이랩에 c-MET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중화권 권리를 3억3600만달러(당시 한화로 약 3900억원)에 기술이전 했다. 중화권(중국과 홍콩, 마카오) 시장이 전 세계 시장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는다면 ABN401의 가치는 약 1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에이비온에 따르면 전 세계 c-MET 시장 규모는 50억 달러(6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20%에 달한다. 회사는 임상2상 중간결과를 발표를 통해 유효성 데이터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하면 기술이전 논의에 대한 성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