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이데일리 프리미엄 기사를 무단 전재·유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형사 처벌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 팜이데일리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히 대응합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큐리언트(115180)가 국제 결핵치료제 개발기구 TB얼라이언스에 넘긴 부룰리궤양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2상이 8부 능선을 넘었다. 추적관찰 및 확장임상 종료 시점이 2026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몸값이 크게 오른 우선심사권(PRV·Priority Review Voucher) 수령 및 상업화 시점이 임박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룰리궤양 치료제 ‘텔라세벡’(Q203)의 성인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환자 투약이 종료됐다. 지난 7월 말 첫 환자 투약이 시작된 지 5개월 만이다. 40명에게 텔라세벡 300㎎을 28일간 매일 투여한 TB얼라이언스는 1년간의 관찰기간을 거쳐 200명을 대상으로 한 확장임상을 진행하게 된다. 확장임상에서 약효가 확인되면 조건부 허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텔라세벡은 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사이토크롬bc1 복합체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개발하던 것을 큐리언트가 도입했다. 현재 텔라세벡은 부룰리궤양은 물론 결핵, 한센병 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 큐리언트의 기술수출 계약 총괄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지난 2023년 2월 큐리언트는 국제 결핵치료제 개발기구 TB얼라이언스에 한국과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을 제외한 텔라세벡의 개발 및 상업화 글로벌 독점권리를 기술수출했다. TB얼라이언스는 임상기간이 결핵보다 짧은 부룰리궤양으로 먼저 허가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부룰리궤양의 임상 2상이 8부능선을 넘은 것이다.
부룰리궤양은 마이코박테리움 울세란스균 감염이 피부 속 세포와 모세혈관, 피하지방을 파괴해 일어나는 피부괴사 질환으로, 아프리카, 호주, 남미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주로 팔, 다리에 감염되는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팔, 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 있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난치성 질환으로 치료가 진행될수록 통증은 심해지는데 지금까지 개발된 치료제로는 완치까지 약 6개월의 꾸준한 항생제 투약이 요구돼 미충족 수요가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텔라세벡은 치료기간을 크게 줄이고 다양한 항생제의 복합처방 외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받고 있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동물실험에서 텔라세벡을 투약할 경우 2주면 완치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에서는 4주 투약을 프로토콜로 진행하고 있는데 기존 치료제의 투약기간을 감안하면 굉장히 기간을 단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영리 국제기구인 TB얼라이언스에 기술수출을 한 만큼 선급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회사는 기술수출 계약 당시 큐리언트의 권리로 남겨놓은 PRV 수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령시 매매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PRV의 가치는 현재 1억 달러(1500억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부룰리궤양은 열대 소외질환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PRV 발급대상으로 지정한 질환이다. PRV는 1년 이상 걸리는 신약승인 검토 기간을 6개월로 줄일 수 있는 권리로, 제약사들로 하여금 열대 소외질환 등 중저소득국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병의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FDA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PRV는 일종의 바우처로, 이를 수령한 회사는 제3자에 양도할 수 있다.
| PRV 공급과 가격 추이 (자료=큐리언트) |
|
큐리언트는 부룰리궤양의 미충족 수요가 높은 만큼 PRV 수령 가능성을 거의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2026년부터 점차 PRV 공급은 줄어드는데 비만치료제 개발 붐으로 PRV 수요는 늘어나 PRV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FDA가 열대 소외질환 분야를 제외한 PRV 발급 프로그램을 이미 종료했거나 점차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중보건위협대응 질환 관련 PRV는 2023년 종료됐고, PRV 발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희귀소아질환 PRV도 2026년 종료 가능성이 언급된다.
큐리언트 관계자는 “2015년 3억5000만 달러(5000억원)에 육박하던 PRV 가격이 공급이 늘어나면서 한때 1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상승하는 추세”라며 “최근 PRV 딜들은 1억5000만 달러(2200억원) 선에서 이뤄지고 있다. PRV는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회사가 PRV를 수령하게 된다면 그때의 현금흐름을 감안해 매매 여부 및 매매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