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진희 기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 급성장세를 거듭하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한국의 차세대 미래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데일리의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 ‘팜이데일리’에서는 한국을 이끌어 갈 K-제약·바이오 대표주자들을 만나봤다. 글로벌 진단키트업체를 꿈꾸는 ‘에스엘에스바이오’가 이번 주인공이다.
이영태 에스엘에스바이오 대표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신뢰의 혁신가’로 통한다. 단순히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관계자들을 충분히 설득해 변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내는 게 주특기이기 때문이다. 평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사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 같은 경험을 거름으로 바이오사를 창업해 현재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 이영태 에스엘에스바이오 대표. (사진=에스엘에스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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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제약·바이오는 거리가 멀었다. 연세대 상경대학을 졸업한 그는 1977년 한국산업은행에 들어갔다. 그렇게 은행가로 성장할 줄 알았던 이 대표의 삶은 미국 썬더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마치며 확 달려졌다.
1984년 그는 대웅릴리를 통해 제약·바이오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고, 경영인으로서 성장 토대를 닦았다. 대웅릴리는 당시 미국 제약·바이오사의 한 축이었던 일라이릴리와
대웅제약(069620)의 합작사였다.
이 대표의 경영수완을 눈여겨 본 윤영환 대웅제약 회장(당시 대표)은 그를 1994년 자신의 옆으로 불러들였다. 윤 회장의 무한신뢰를 받은 김 대표는 불과 4년 만에 상무에서 부사장까지 오르게 됐다.
이 대표는 업계에서 화제의 중심이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던 독일 제약·바이오사 바이엘도 마찬가지였다. 바이엘은 1997년 그에게 바이엘진단사업 사장 자리를 제의했고, 이 대표는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그는 바이엘진단사업의 매출액을 재임 4년간 무려 4배로 키웠다. 외환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빌려야 했던 시기에 만들어낸 성과라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당시 진단기기는 구입해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업계가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 이 대표는 렌탈이라는 개념을 국내 업계 처음으로 진단기기에 적용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고, 바이엘은 이 대표에게 더 큰 중책을 맡겼다.
2002년 바이엘 치료제사업부와 약국영업사업부, 진단사업부, 동물약품사업부 4개 부문을 바이엘 헬스케어(BHC) 코리아로 통합하면서 수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당시 자국 경영인을 두고, 한국 출신을 대표로 발탁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2005년 잠시 휴식에 들어갔지만, 업계에서는 이 대표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국내외 제약·바이오사 관계사들이 의약품 품질관리와 신약개발지원 서비스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가 역할을 해주길 요청했다. 2007년 이 대표가 에스엘에스바이오(당시 에스엘에스)를 설립한 이유였다. 회사가 자리잡기까지 10년간 그는 사내이사로서 지원자 역할을 했다.
회사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이 대표는 2017년부터 직접 키를 잡았다. 에스엘에스바이오가 본격적인 성장세를 탄 시기다. 2017년에 6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87억원으로 42.6%나 커졌다.
제약·바이오의 핵심인 원천기술은 뛰어난 연구개발(R&D) 인력으로 보강하고 있다. 실제 전체 70여명의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연구인력이다.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생화학과 박사 출신인 김종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 회사의 연구개발을 이끌며, 이 대표를 지원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 대표이며, 16.5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캐쉬카우(현금창출원)인 의약품 품질관리와 신약개발지원 사업을 기반으로 진단키트에 재투자해 사세를 키우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진단키트 제품을 출시하는 2022년이 에스엘에스바이오의 새로운 도약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