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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술특례 논란 “취지 무색” VS “과거보다 기술력 낮아”
  • 올해 37개 바이오 기업 증시 상장 추진
  • 12개 기업 성공, 12개 기업은 상장 실패
  • 상장 실패 기업 지난해(6개) 보다 많아
  • 세계 최고 기술력 보유한 기업들도 탈락
  • 업계, 심사 까다롭고, 위원들 전문성 문제 제기
  • 거래소, 과거 대비 기술 수준 낮아...옥석가리기 필요
  • 등록 2021-12-15 오전 7:30:00
  • 수정 2021-12-17 오후 3:51:23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바이오 벤처 기업들의 코스닥 상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도 수십 개 기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시는 기업이 속출했다. 또한 기술성 평가 통과 후에도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탈락하거나 자진 철회하는 기업도 다수 발생하면서 업계 내부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고 익숙하지 않은 분야가 많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바이오 기업은 37개사에 달한다. 이 중 상장에 성공한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HK이노엔, 툴젠, 바이젠셀, 에스디바이오센서 등 12개사다. 12개사는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기술성 평가 탈락, 상장예비심사 탈락 등으로 코스닥 입성에 실패한 기업은 12개사다. △딥바이오 △피노바이오 △스탠다임 △콘테라파마 등은 기술특례상장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했고, △엑셀세라퓨틱스 △노보믹스 △와이바이오로직스 △엔지노믹스 △디앤디파마텍 △오상헬스케어 △셀비온 △이니스트에스티 등은 상장예비심사에서 탈락하거나 자진 철회했다. 이는 지난해 IPO에 실패한 바이오 기업(6개)을 넘어선 수치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매출 또는 영업이익을 충족하지 못해도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대해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와 신라젠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그 이후 이런 상장 루트는 바이오 벤처기업에는 당연한 수순이 됐다.

(자료=한국거래소, 이데일리 재구성)
특례상장 유명무실-전문성 문제 제기도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올해 들어 기술특례상장의 문턱을 높였다는 볼멘소리가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문턱을 높인 것뿐만 아니라 상장 여부를 관장하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스탠다임은 지난 9월 기술성 평가 관문을 넘지 못하며 코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이 회사는 최근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사 딥파마인텔레전스(DPI)가 선정한 ‘AI 신약 발굴 분야 선두 기업 TOP 33’에 포함됐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SK케미칼(285130), 한미약품(128940), HK이노엔(195940) 등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고객사일 정도로 국내 최고 AI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세포치료제에 꼭 필요한 배지(세포 밥)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엑셀세라퓨틱스도 상장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애브비, 다이치 산교, 이뮤노메딕스만 보유한 3세대 ADC(항체약물접합체) 플랫폼 기술을 개발한 피노바이오도 기술성 평가에서 고배를 마셨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기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었다. 수익성과 사업성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했다”며 “바이오 벤처들의 IPO가 밀려들면서 심사기간도 길어지고, 심사 기준도 까다로워졌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거래소는 실적과 사업성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옥석가리기라는 측면에서 이해는 가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고 특례상장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바이오투자 벤처캐피털(VC) 심사역도 “올해 들어 거래소가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기술이전 사례가 나와도 기술성 평가나 상장예비심사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상장 준비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보다 기술 수준 낮아, 옥석가리기 중요”

반면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과거 상장된 기업들보다 기술력이 낮기 때문에 생기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 기술기업상장부 관계자는 “기술특례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기술력이 축적되는 과정이다. 기술의 사업성을 안 볼 수가 없다. 신약개발 기업들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꼼꼼하게 따진다”며 “그 부분에서 통과를 많이 못하다 보니 심사 기준이 높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과거와 현재 기술특례 기업들을 비교하면 과거 기업들의 기술력이 더 좋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은 사업적으로 투자한 게 많다 보니까 옥석가리기가 되지 않고 상장 시장에 들어온다”며 “바이오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 부담이 거래소에서 많이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심사위원들의 전문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장에 실패한 기업들의 방어적 측면의 논리라고 생각한다. 평가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분들이 하고 있다.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고 있어 전문성이나 안목이 높다”며 “AI 기술의 경우 2년 전에는 특별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기술이 됐다. 과거 대비 보편적인 기술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본 기술로 기술특례로 청구한다면 어폐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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