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올해 사업계획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글로벌화’입니다. 이제까지는 국내 대형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거래를 많이 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주요 딜을 글로벌로 진행해 딜의 몸집을 키울 겁니다.”
|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사진=인벤티지랩) |
|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는 최근 경기도 중원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15년 설립된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스피어(미세구체)를 활용한 약물전달기술에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역학)를 적용한 플랫폼을 개발했다. 50㎛ 크기 미세구체를 통한 약물전달방식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제까지는 주사제를 통해 몸에 들어가는 미세구체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아 혈중 약물 농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인벤티지랩은 1㎜보다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유체의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인 마이크로플루이딕스를 적용해 미세구체의 크기를 일정하게 생산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이것이 인벤티지랩의 핵심플랫폼인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IVL-드럭플루이딕’이다.
인벤티지랩은 IVL-드럭플루이딕 플랫폼 기반의 자체개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해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인벤티지랩의 매출 11억원 중 약 10억원이 IVL-드럭플루이딕 기반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이전에서 나왔다. 2021년부터 시판 중인 동물의약품 듀라하트 SR-3 주사액(심장사상충 예방 및 치료제)은 같은 기간 제품 매출 수익으로 5500만원을 냈다.
IVL-드럭플루이딕은 이미 허가받은 의약품을 자체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해 약효지속성을 높인 제형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적 진입장벽은 높은 반면 의약품 허가 리스크는 작다. 이 같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기업공개(IPO) 혹한기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김 대표는 “특수제형 주사제로 제형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효과가 유지되는지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나 신약개발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허가 단계가 비교적 간소화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처럼 약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업은 미국 제약사 알커머스다. 국내에서는
펩트론(087010)과 지투지바이오도 유사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인벤티지랩이 올해 기술이전 성과를 낼 후보로 손꼽는 약물중독치료제 후보물질 ‘IVL3004’은 시장 규모가 48억 달러(약 5조9000억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 자체도 혈중유효약물농도(PK)가 들쭉날쭉해 개량신약은 물론 제네릭(복제약)을 만들기도 어려웠다”며 “인벤티지랩은 IVL-드럭플루이딕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의도한 대로 미세구체 입자를 제어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 재현성도 좋아 수율이 높기 때문에 개량신약이 개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오벤처임에도 우수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기술에 다들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에는 JW중외제약,
대웅제약(069620),
비씨월드제약(200780) 출신 연구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정훈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상무도 2015년 시드 투자부터 프리(Pre)IPO 단계까지 네 차례나 투자에 참여할 정도로 인벤티지랩을 눈여겨보고 있다.
흑자전환 목표시점은 2년 뒤인 2025년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대웅제약, 위더스제약에 기술이전한 약들이 2025년즈음 출시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점부터 로열티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며 “회사의 또 다른 한 축인 ‘IVL-진플루이딕’ 기술에 기반을 둔 사업은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계획으로 여기서 성과가 나오면 흑자전환 시점은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글로벌화’도 흑자전환으로 가기 위해 달성할 과제 중 하나다. 최근 호주 인체연구 윤리위원회(HREC)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은 약물중독 치료제 IVL3004는 유력한 후보다. IVL3004는 알코올 중독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비비트롤’(성분명 날트렉손)의 부작용을 줄인 개량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 인벤티지랩의 IVL-드러그플루이딕 기반 자체개발 개량신약 파이프라인. 파이프라인별 기술수출 현황을 볼 수 있다. 위더스제약과 2021년 체결한 IVL-3001과 IVL-3002 계약의 경우 생산 계약이기 때문에 기술수출로 집계되지 않는다. (자료=인벤티지랩) |
|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기술이전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공개된 기술이전 사례만 21건에 달한다. 특히 스웨덴 제약사 카무루스는 IVL3004의 경쟁약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알코올 중독 치료제 부프레노르핀을 자사 주사제 데포 기술이 적용된 장기지속형 주사제 ‘부비달’로 개발했고, 1억5100만달러(한화 약 1800억원)에 미국 권리를 브래번으로 기술이전했다.
부비달은 임상 2상 단계에서 기술이전됐고 IVL3004는 아직 임상 1상 단계에 있음은 감안해야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토대로 IVL3004의 기술이전 규모를 가늠한다. 부비달 상업화 이후 매출규모도 상당하다. 2021년 유럽 매출액은 5억9400만 스웨덴크로나(약 711억원)였다.
김 대표는 “약물중독 치료제 외 전립선암 치료제도 글로벌 기술이전을 위해 여러 글로벌 파트너사와 논의 중”이라며 “기존에 국내 기술이전이 완료된 치매치료제, 탈모치료제도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많아 (글로벌 기술수출이) 유리하고, 동물의약품의 경우 2020년, 2022년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들이 문제없이 글로벌 사업화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