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인
코아스템켐온(166480)이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치료제 생산시설 신축에 나선다. 완공 후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루게릭병 치료제 ‘뉴로나타-알’의 생산량이 현행 대비 2배 늘어난다. 최근 뉴로나타-알의 마지막 환자 등록을 마친 코아스템켐온은 생물학적제제허가신청(BLA) 승인 후 한국 및 미국에서 치료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막바지 준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코아스템켐온은 안정적인 치료제 생산을 위해 187억원을 투자해 충북 오송에 공장을 새로 짓는다고 공시했다. 코아스템켐온 관계자는 “뉴로나타-알 임상 3상 스케줄에 맞춰 생산능력(CAPA)을 늘리는 동시에 후속 파이프라인 연구를 위한 시설 확보를 위해 제조시설 확충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축공장은 코아스템켐온이 기존에 보유한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공장부지에 지어진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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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CAPA 가동시 뉴로나타-알 매출만 1000억 ‘훌쩍’2015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2020년엔 미국 FDA로부터 3상 IND 승인을 받은 뉴로나타-알은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치료제다. 국내에서는 임상 2상 후 조건부 승인을 받아 2014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코아스템켐온의 뉴로나타-알 매출은 1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약 4%를 차지했다.
ALS는 현재 근본치료제 없이 증상완화제 성격의 치료제인 △사노피의 ‘리루텍’ △미쓰비시다나베의 ‘라디컷’ △아밀릭스 파마수티컬즈의 ‘렐리브리오’ 세 가지 약물이 FDA의 허가를 받았다. 반면 국내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은 뉴로나타-알은 시판 후 조사(PMS) 데이터에서 수명연장 효과가 67개월로 기존 약물(렐리브리오 10개월)보다 길게 나타나 향후 FDA 3상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뛰어난 효능으로 출시 이후 시장 장악력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조건부 허가 당시부터 지금까지 뉴로나타-알은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은 경기 용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용인 공장의 연 CAPA는 300로트(Lot)다. 이는 환자 한 명당 연 5번씩 투약하는 현재의 임상 3상 프로토콜 기준으로 연간 120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오송에 공장을 신축하면 이곳에서 600로트를 생산, 연간 총 240명분의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물량 전부를 오송 GMP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향후 미국에서 필요한 물량도 일부 수급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설비, 시스템을 국내 식약처 및 미국 FDA 규정에 맞도록 반영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 5회 투여시 환자 1명당 지불해야 할 국내 약가는 2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뉴로나타-알을 투여하는 국내 환자를 연 평균수치인 30명으로 가정하고, 나머지 물량은 연 5억원의 약가가 예상되는 북미 시장에 공급된다고 하면, 최대 CAPA로 공장을 가동했을 때 뉴로나타-알 단일 품목으로 연간 약 1110억원의 매출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뉴로나타-알은 코아스템 창업자인 김경숙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개발해 직접 생산하고, 자회사인 코아스템바이오가 국내 유통 및 영업을 담당하고 있어 매출 대부분이 회사 몫으로 인식된다.
뉴로나타-알은 주로 ALS 초기 환자들에게 투여가 권유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매년 900명의 ALS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쟁약물 대비 높은 약가 탓에 회사측은 뉴로나타-알의 연간 투여 환자 수가 당장 200명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9년 기준 국내에서 뉴로나타-알을 투여한 환자 수는 외국인 환자를 포함해 70명에 불과했다.
| ‘뉴로나타-알’ 시술환자 추이(자료=코아스템켐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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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수가 산정 및 美 BLA 승인시 자체공장 증축”임상 3상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의 수가협상을 통해 뉴로나타-알의 접근성이 높아지거나, FDA 시판허가를 받아 미국 수요가 생기면 생산공장 증설도 검토할 예정이다. 연간 북미에서 발생하는 ALS 신규 환자 4500명 중 유효 구매환자가 최소 1000명이라고 가정하면 증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권광순 코아스템켐온 대표이사(사장)는 “임상 3상 결과 및 기술이전 추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미국 현지에 뉴로나타-알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있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뉴로나타-알의 보존기간을 일주일로 늘리는 냉장보존제를 통해 국내 생산해 미국으로 배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체 생산시설 확보 결정은 향후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기존 용인 GMP 공장은 한림제약 부지 내 생산시설 일부를 코아스템켐온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던 것이어서 제약이 따랐다. 코아스템켐온 관계자는 “이제까지는 수요가 늘어나도 증축은 불가능했다”며 “자체 생산시설을 확보하면 증축뿐 아니라 세포외소포(EV)나 다른 치료제 생산설비를 함께 구축할 수도 있고, 연구 주제에 맞게 시설용도변경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뉴로나타-알 이후 차기 파이프라인 준비를 하는 데에도 오송 GMP 공장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송 GMP 공장에서는 뉴로나타-알 외에도 현재 전임상 단계에 있는 시신경척수염 치료제 ‘CE211NS21’, 특발성폐섬유증 치료제 ‘EV231LU20’를 생산할 계획이다.
오송 공장 완공 목표시점은 2024년 8월이다. 완공 후 식약처의 제조업허가, GMP 인증 등이 요구되므로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됐을 경우 실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8~9개월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전 뉴로나타-알 임상 3상 마지막 환자 등록을 마친 코아스템켐온은 내년 4월 환자 투약을 모두 마치고 그해 연말까지 FDA에 BLA 신청을 목표로 한다. 완공 및 가동시점은 BLA 신청 후 허가 기간까지 염두에 둔 일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제조소인 용인 GMP 공장과 신규 제조소인 오송 GMP 공장의 비교동등성시험을 거쳐 생산하고자 하는 뉴로나타-알의 생산이 동등함을 입증해야 한다”며 “비교동등성 이전 장비 및 시설의 적격성평가, 무균공정 등 밸리데이션, 시험법 세팅 등이 필요하므로 규제기관에 제조소 변경 신청 및 심사를 고려했을 때 2025년 2분기부터 본격 가동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