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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정요 기자] “박상훈 대표가 말하는 걸 홀린 듯이 듣게 된다. IR이 끝나면 ‘이건 된다’는 생각이 든다.” “VC투자업에 발을 들이고 처음으로 들은 IR이 박 대표 발표였다. 처음엔 모든 대표들이 이렇게 발표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아니더라.”
경력 연차가 다양한 복수의 바이오 벤처캐피탈(VC) 투자자가 치매 신약 개발사 일리미스테라퓨틱스에 대해 하는 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시리즈 B 조달이 계획했던 규모보다 두 배로 오버부킹(overbooking) 됐다. 아직 전임상을 시작하지 않은 후보물질 뿐이지만 차별화된 기전이 주목받아 투자 전 기업가치(프리밸류)도 직전 라운드의 두 배로 상승했다.
 | 박상훈 대표(사진=일리미스테라퓨틱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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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프리밸류 450억원→900억원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2년 만에 진행하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900억원의 프리밸류를 책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직전 라운드에서 인정받은 450억원의 프리밸류 대비 두 배로 기업가치가 올랐다. 높은 가격에도 투자하겠다는 VC가 줄을 섰다. 당초 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열기가 뜨거워 600억원까지 룸(room)을 확장했다. 현재 예상투자금은 500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투자파트너스, 에스앤에스인베스트먼트, LB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투자자로 나섰고 멀티클로징으로 진행한다.
납입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어찌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최근 경색된 바이오 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쏠리는 관심은 주목할 만 하다는 평가다. 알려진대로 600억원이 전액 납입된다면 포스트밸류는 1500억원에 달한다. 최근 거래소에서 IPO를 시도하는 바이오텍에 상한선으로 제시한 기업가치에 벌써 도달하게 된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에 투자한 한 VC 투자자는 “600억원은 이번 펀드레이징에서 조달하고자 하는 최대치의 금액으로, 만약 조달에 성공한다면 IPO 시도 시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다. 다만 IPO를 위해서는 필요한 마일스톤들을 달성해야하기에 그 사이 시장환경에 따라 사업계획도 변동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번 투자금으로는 후보물질 ‘ILM01’의 전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당장 전임상 데이터도 없는 상태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배경에는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릴리와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내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직전 펀딩은 2023년 클로징한 200억원 규모 시리즈 A였다. 당시엔 후보물질도 없이 ‘컨셉’ 뿐이었는데도 450억원의 프리밸류를 인정받았다. 투자유치에 앞서 2022년 8월 세계적으로 저명한 네이처 의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논문을 낸 것이 주효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시드 12억원, 프리A 80억원, 시리즈 A 2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 B 라운드 600억원까지 합하면 누적 892억원을 외부 조달하는 셈이다.
기존 주주는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 KTB 네트워크), 아주IB투자, 컴퍼니K파트너스, 데일리파트너, 산업은행, 스틱벤처스, 쿼드자산운용, GS벤처스, LSK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NH투자증권 등이다.
카이스트 교수 2인·박상훈 대표 공동창업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가,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넘도록 과학계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가장 많은 연구가 축적된 바이오마커는 아밀로이드베타(A-베타) 침적물(플라크)이며 이 외에도 타우단백질 엉킴, APOE4 유전자 등 다양한 가설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시장에선 에자이-바이오젠의 ‘레켐비’와 일라이릴리의 ‘키썬라’가 각각 2023년과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허가를 획득해 알츠하이머성 치매(AD) 치료제로 처방되고 있다. 둘 다 A-베타 플라크를 타깃하는 단일항체 치료제다. 특이점은 인지능력 향상 자체가 아닌 A-베타 감소능 입증으로 신약허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바이오마커 기반 신약이 최선이라고 알려졌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뇌내 Fc수용체 활성화로 인해 뇌부종, 뇌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발견된다. 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면 신약가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점쳐진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주목받는 배경이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한 논문에는 A-베타를 타깃하는 단일항체에 기존 Fc수용체 대신 Gas6수용체를 붙여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Gas6 라이간드는 TAM(TYRO3, AXL, MERTK)수용체에 의존적인 대식작용으로 A-베타 플라크를 특이적으로 제거하며 마우스 모델에서 부작용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TAM수용체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뿐 아니라 성상교세포(Astrocyte)에서도 발현되어 두 종류의 세포가 협력작용해 우수한 아밀로이드베타 감소 효력을 보였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박상훈 대표가 정원석, 김찬혁 카이스트 교수들과 2021년 8월 공동창업했다. 박 대표는 포스텍 생명과학 학사를 나와 동대학 면역학 석·박사를 졸업했다. 아주IB투자 투자심사역,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투자팀장, 에스엘바이젠 CBO 겸 에스엘백시젠 CFO, 아밀로이드솔루션 R&D 전략이사를 거친 이력이다. 박 대표는 앞서 몸담았던 아밀로이드솔루션에서도 투자유치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