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올해 1월 초 독일 제약사 머크는 독일 소재 mRNA(메신저 리보핵산)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앰프텍(AmpTec)을 인수했다. 제약업계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한 mRNA 기반 백신·치료제 개발에 머크도 뛰어든 것이다. 톱 5위권 제약사임에도 코로나19 국면에서 화이자, 존슨앤존스, 아스트라제네카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머크가 mRNA 기술을 뒤늦게 확보하기 위해 관련 업체를 인수했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지난해 6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그룹에 있던 영국의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국의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를 330억원에 인수하려고 했다. 이 인수합병 제안은 길리어드의 거부로 흐지부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사됐다면 사상 최대의 인수합병건으로 기록되는 동시에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모두 보유한 거대 제약사의 탄생을 낳으며 세계 제약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사건이었다.
코로나19 펜데믹(전세계 감염병)과 mRNA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급부상이 ‘빅파마의 성장경로’인 인수합병(M&A)을 자극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감염병과 혁신 기술(mRNA)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기업의 내부 연구개발(R&D)역량을 뛰어넘는 다양한 ‘짝짓기’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공동연구와 라이센스 인·아웃(기술수출입), 인수합병 등 다양한 형태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가운데 국내는 특히 인수합병에 대해 무풍지대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제약 바이오산업의 인수합병 거래건수와 거래액 모두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8년 기준 국내 인수합병 거래액은 20억달러(2조2500억원)로 미국(1171억달러, 131조7400억원), 영국(1134억달러, 127조5600억원), 일본(879억달러, 98조8900억원)의 2%수준에 그쳤다. 외부자원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내부화하는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수합병은 국내 제약 바이오업계의 아킬레스건인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방안이기도 하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글로벌 빅파마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이라며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글로벌 빅파마의 연구개발(R&D) 투자나 임상비용을 감당할 수준이 안 돼 대기업 주도의 인수합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1위 제약사 화이자의 2019년 연구개발비는 9조1200억원으로 같은기간 국내 상장된 제약 바이오기업 113곳 전체 연구개발비 2조7000억원의 3.3배에 이른다.
※mRNA 백신
세포의 DNA 정보를 전달하는 mRNA를 이용한 백신. 병원체를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생성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 노출시 이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개발 시간이 짧다. 모더나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mRNA 백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