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미리 기자]외환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던 계측장비 제조업체는 설립 10년차인 2002년 치과용 디지털 영상 진단기기 전문업체로 옷을 갈아입었다. 약 20년이 흐른 지금 이 회사는 글로벌 강소기업 반열에 올랐다.
바텍(043150)의 이야기다.
| 바텍 현정훈 부회장(사진제공=바텍) |
|
현정훈 바텍 대표(부회장)는 2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바텍은 현재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치과용 3차원 컴퓨터 단층촬영(3D CT) 분야 1위이자 전 세계 1위”라며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의료기기 찾기 어렵다보니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매출 대부분도 해외에서 올린다. 그는 “아시아에 매출이 편중된 국내 여타 의료기기 기업과 달리 전 세계 수출 비중이 고르다”고 강조했다. 실제 바텍은 올 상반기 매출 1600억원을 유럽 457억원, 북미 386억원, 한국 외 아시아 414억원 등에서 올렸다. 한국 매출은 185억원이다.
바텍의 성공은 선제적으로 디지털을 주목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편 게 주효했다. 치과용 영상 진단기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면 필름이 필요없고 영상도 촬영 직후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보다 질 좋은 영상을 빠르게 얻을 수 있어 이점이다. 현 부회장은 “ 글로벌 틈새시장을 찾아 1등을 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시장 진출 당시부터 디지털 엑스레이 시장을 겨냥한 제품만을 출시했다”며 “해외 경쟁사들이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를 포트폴리오 일부 정도로만 취급해 기술 개선에 집중하지 않던 시절 앞선 기술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제품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바텍은 2005년 세계 최초로 파노라마·세팔로·CT 영상을 한 번에 획득할 수 있게 한 기기를 선보인 데 이어 2013년 스캔 시간을 4.9초로 줄이고 방사선량은 75% 낮춘 기기, 2014년 엑스레이 촬영 한 번으로도 2D 파노라마와 3D CT 영상을 동시 구현하는 기기(PaX-i3D Smart)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해당 기술이 담긴 현 주력제품 ‘Green 16’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바텍 부설연구소를 우수기업연구소로 선정한 주요 근거가 될 정도로 혁신성을 인정받는다. 경쟁제품 대비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지만 방사선 노출량은 적은 제품이다.
현 부회장은 “총 종업원 중 연구개발(R&D) 인력이 28%”라며 “이중 석박사 인력이 46%”라고 강조했다. 치과 영상장비 분야 특허 출원 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고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25%에 달한다. 바텍이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내놓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바텍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품질을 지속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동반했다. 현 부회장은 “엑스레이 장비에서 치과 진료에 유효한 영상품질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CT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관계사 레이언스의 고품질 센서를 사용해 장비 자체의 경쟁력도 높였다”고 전했다. 특히 엑스레이 시스템 핵심부품인 디텍터를 관계사 ‘레이언스’를 통해 개발하고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를 두는 등 제품 연구개발부터 제조, 시장 출시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함으로써 품질을 철저히 관리 중이다.
바텍은 글로벌 기업 입지를 지속 확대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의료기기 산업 자체는 안전·신뢰를 중시해 후발주자들의 진입장벽이 높다. 현 부회장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임플란트·교정 등 디지털 기술이 필요한 심미치료 수요가 느는 등 요인으로 치과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치과용 이미징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만 9%”라고 했다. 바텍은 최근 4년간 매출이 연평균 15% 성장해왔다.
한편 현 부회장은 삼성SDI 상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등을 역임하다 바텍 디지털 방사선촬영(DR) 사업본부장, 레이언스 대표 등을 지냈다. 바텍 대표로는 2018년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