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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성공 DNA]④복제약 회사에서 유통 대부된 ‘노바티스’
  • 제약 바이오 업게 시총 9위...2019년 2위까지 올랐던 ‘노바티스’
  • 루센티스부터 킴리아 등 시장 선도 약물 두루 보유..."직접개발 NO"
  • 노바티스 "'개발·유통 판매' 권리 확보 총력"...유전자 및 디지털 치료제도 정조준 中
  • 등록 2023-03-21 오전 7:30:56
  • 수정 2023-03-21 오전 8:12:19
이 기사는 2023년3월21일 7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구독하기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들은 공통적으로 연간 수십 조원 이상의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성장을 위한 통 큰 인수합병(M&A) 전략을 적극 펼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팜이데일리는 ‘빅파마 성공 스토리’를 통해 이들이 성장 가도를 달리는 비결을 집중 조명한다. 총론편에서는 시가총액(시총)이 높은 10대 빅파마와 변화하는 제약바이오 시장을, 후속으로 진행될 각 편에서는 1000억 달러 이상 시총을 기록 중인 빅파마들의 성장 과정과 신규 성장 동력(모멘텀)을 집중 해부한다. 이를 통해 빅파마로 거듭나기 위한 K-바이오의 전략을 재점검하는 단초를 제공하길 기대해 본다[편집자 주].

스위스 노바티스는 안구건조증과 같은 대중적 약물부터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와 같은 첨단 신약까지 폭넓은 질환을 넘나드는 종합 제약기업이다. 3월 기준 평균 시총 230조원 안팎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중 시종 9위에 올라 있는 빅파마다.

복제약(제네릭) 시장을 주름잡던 노바티스는 직접 신약개발 보다, 가능성 있는 약물을 기술이전 받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무엇보다 첨단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를 흡수해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를 통해 노바티스는 빅파마 중에서도 신물질 분석 및 확보 능력에 있어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공=REUTERS)


‘화학·백신’ 접고 ‘복제약·신약’ 사업에 총력

1800년대 중반 스위스에서 설립된 시바(CIBA)와 가이기(GEIGY)가 합병해, 1970년 시바-가이기가 설립됐다. 이후 1996년 시바-가이기와 산도스가 합병해 탄생한 양사의 제약 부문이 지금의 노바티스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

시바-가이기는 염색 및 염료 추출 회사로 시작된 화학기업이었지만, 1996년 제네릭 전문 기업이던 산도스를 합병했다. 2000년대 초반 제약기업으로 거듭나려던 노바티스는 관련 사업을 매각했다. 2005년 독일의 헤셀(Hexal)과 미국 이온 랩(Eon labs)을 인수한 산도스는 세계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로 거듭났다. 현재도 노바티스의 독립적인 자회사로 남아 있다.

이후 노바티스는 2006~2009년 사이 신성장 동력으로 백신 및 혈액 검사 전문 미국 카이론(Chiron)을 합병했으며, 중국 백신 회사인 ‘쯔장 티안위엔 바이오파마슈티컬’ 지분을 85% 인수했다. 하지만 노바티스는 2014년 독감백신 부문을 2억7500만 달러 규모로 호주계 CSL리미티드에, 그 외 백신 사업 부문을 2014년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매각했다.

노바티스 백신개발 부문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빠르게 성장하던 백신 예방 접종 시장을 노리던 노바티스가 사업성 있는 물질 발굴이 어렵다고 판단한 뒤 관련 사업 부문을 정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며 “대신 시장 선도할 타사의 첨단 신약 후보나 기술 플랫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체질개선은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떡잎 알아보는 능력은 빅파마 1위 ‘노바티스’

노바티스는 시장 선도 약물을 선정해 흡수하는데 있어 빅파마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일례로 최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시한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우비즈’의 오리지널약인 ‘루센티스’(성분명 베바시주맙) 역시 노바티스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회사는 로슈로부터 약물의 글로벌 유통권만 보유하고 있다. 또 2019년 안구건조증 분야 시장 선도 약물인 ‘자이드라’의 세계 유통 및 판매권을 34억 달러 규모로 원개발사인 일본 타케다로부터 기술이전받았다.

특히 노바티스는 개발 단계에서 주목한 물질로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다양하다. 2017년 4월 노바티스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진으로부터 ‘티사젠렉류셀’이라는 신종 치료제에 대한 개발 권리를 기술 이전받았다. 해당 물질은 같은 해 8월 미국에서 재발성 거대 B세포 급성 림프구성 치료제로 승인돼, 킴리아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혈액암 완치라는 말과 함께 최초의 CAR-T 치료제 킴리아의 등장으로 노바티스가 크게 주목받았다”며 “2018년 CAR-T가 유럽 등 각국으로 시장을 뻗어나가면서 노바티스의 가치를 높이 평가됐고 주가에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시총 1위 자리를 오래 유지 중인 미국 존슨앤존슨(J&J)을 제외하면 그 외 10대 빅파마는 신약개발 성과 등에 따라 자주 변동되고 있다. 노바티스는 이런 킴리아의 성공 등에 힘입어 2019년 말 시총 기준 2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외에도 노바티스는 2018년 21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 엔도사이트를 통해 ‘177Lu-PSMA-617’을 확보했다. 4년 뒤인 지난해 4월 해당 물질은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 대상 최초의 방사성 리단드 치료제로 미국에서 승인됐으며, 현재 제품명은 ‘플로빅토’다.

바이오 신약 개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잘하는 자회사 산도스를 두고, 그 밖의 시장 선도 신약을 떡잎이나 열매 단계에서 큰돈을 주더라도 확보하며 유통 체인을 늘려온 게 노바티스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가 초기 단계부터 신약개발을 진행하기 보다 기술이전이나 유통 판매권 도입에 치중해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유통망 갖춘 노바티스..“유전자·디지털 치료제 정조준”

2020년부터 노바티스는 차기 성장 동력으로 ‘세포·유전자 및 디지털’ 치료제 사업 전략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3년간 회사가 건당 3억 달러 내외로 인수한 기업은 △‘엠블리오텍’(게임기반 디지털 치료제 개발) △베데레 바이오(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제 개발) △애브로바이오(고셔병 유전자치료제 개발) 등 약 10여 곳에 이른다. 계약을 통해 개발권을 확보한 물질은 20~30여 종으로 알려졌다.

국내 전통 제약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과 세계 유통망을 확보한 노바티스에게 개발 및 유통 권리 확보는 최적의 사업 모델이다”며 “국내에선 유한양행(000100)도 이 같은 방식을 차용해 해외 약물을 대리 판매해, 전통제약사 중 매출 1조를 최초로 돌파했다. 하지만 내수시장에 국한된 판매에는 한계가 있고, 유통하는 약물도 노바티스와 같이 혁신적인 약물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약은 아니지만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가 진단 키트로 확보한 자금력으로 메리디안 인수를 단행한 것처럼 노바티스의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른 K-바이오가 노바티스의 방식을 차용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은 아니더라도 아시아 등 기타 시장에서 유통 돌파구를 마련하고 이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약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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