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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오스코텍(039200) 자회사 제노스코가 기업상장(IPO)을 추진하면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비가 바닥나 IPO를 통한 투자 유치가 기업 명운을 좌우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 측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연구개발비는 약 350억원이지만, IPO 외에는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업계와 시장에서는 IPO 외에도 투자 유치 방법이 있지만, 회사 측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레이저티닙과 세비도플레닙 외 3개의 파이프라인 모두 임상 1상에 들어가지 않은 전임상 단계로 기업가치도 너무 부풀려져 상장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공모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사진=제노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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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미승인 가능성도...IPO 외 투자 유치 어렵다?제노스코 IPO를 두고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제노스코 측은 IPO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노스코 관계자는 “IPO를 통한 투자 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약개발 기업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며 “올해와 내년 두 개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에 진입해야 하는데, 임상 개발 비용이 없으면 제노스코의 신약개발 경쟁력은 상실된다. 신약개발 연구원 등이 사실상 퇴사해야 하고, 그러면 회사는 폐업 수준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제노스코는 렉라자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취하는 시기가 2026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구개발비를 아끼고 아껴 사용했고, 마일스톤을 받게되는 2026년까지 자금 공백기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제노스코는 IPO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가 길어지면서 미승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제노스코 관계자는 “IPO가 불발되면 폐업 위기를 맞게 되는데,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면서 “IPO 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오스코텍이 지원하는 방법 등이 있지만 오스코텍 지분희석 등 기업가치 하락, 주주들의 반발 등으로 여의치 않다. 나스닥 상장도 비용 측면에서 어렵고, 오스코텍과의 미국회사와 한국회사 간의 합병도 법률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와 시장에서는 IPO만 고집하는 것은 회사 측의 이기심일 뿐,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벤처캐피털 바이오 심사역은 “기술적으로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 렉라자 권리 등을 오스코텍으로 전부 넘긴 다음 오스코텍을 대상으로 유상증자하는 등 펀드레이딩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제노스코가 펀딩을 할 때 오스코텍이 풋옵션을 받아주는 등 신용보증을 해주는 방식도 있다. 주주들이 오스코텍 통한 투자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하지만, IPO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굳이 IPO만을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회사의 욕심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IPO를 통해 유치한 자금은 유상증자나 다른 방법으로 유치한 투자금 대비 좀 더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다”며 “유상증자 등 다른 투자 유치의 경우 좀 더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IPO 아니면 투자 유치에 답이 없어 회사가 폐업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은 순수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오스코텍과 다르다는데...주요주주-파이프라인 모두 연관제노스코는 오스코텍과 다른 잠재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보도자료를 통해 “각각 독자적인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며 차세대 글로벌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며 “2015년 레이저티닙의 기술이전 성공을 계기로, 양사는 각자의 신약 개발 역량과 연구진의 전문성을 재확인해 독립적인 연구개발 전략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논의했다.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된 신약개발 포트폴리오로 각 사의 강점을 살린 R&D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노스코 파이프라인 4개 중 렉라자와 세비도플래닙 등 2개가 오스코텍과 같은 후보물질이고, 나머지 2개는 임상 1상 진입도 이뤄내지 못했다. 사실상 제노스코의 기업가치는 렉라자와 세비도플래닙에 집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제노스코의 나머지 두 개 파이프라인인 RCOK2 억제제와 TPD 파이프라인 역시 오스코텍이 400억~500억원을 투입해 확보했다고 밝힌 만큼 모든 파이프라인이 오스코텍과 공동 운명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노스코는 주요 주주인 오스코텍을 제외하고 유한양행(000100)과 메리츠증권이 지분 투자를 했는데, 이들 기업 모두 렉라자와 관련이 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라이센스 인 했고, 제노스코의 유일한 외부 유치였던 100억원대 투자는 메리츠증권이 단행했다.
 | 제노스코 파이프라인.(자료=제노스코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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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기업가치가 6000억원?...5000억이었던 오름테라퓨틱보다↑또 다른 논란은 제노스코가 설정한 기업가치가 최소 6000억원이라는 사실이다. 제노스코 관계자는 “공모 하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는 6000억원 정도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월 상장한 오름테라퓨틱의 당시 기업가치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상장 당시 오름테라퓨틱의 가치는 5000억원 미만이었다.
오름테라퓨틱은 TPD 플랫폼을 활용해 2023년 11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을 선급금 1억 달러(1312억원), 총 1억8000만 달러(2362억원)에 기술이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버텍스파마슈티컬스와 최대 9억3000만 달러(1조3000억원, 3개 타깃 각각 최대 3억1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플랫폼 기술을 입증했다.
하지만 오스코텍에 이미 가치가 반영된 렉라자를 제외하면 제노스코 가치를 평가할만한 파이프라인이나 기술력 입증이 안 됐다는 평가다. 오스코텍과 공동개발한 세비도플레닙은 면역혈소판감소증을 적응증으로 개발했지만 임상 2상에서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류머티스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한 임상 2상에서도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 외 파이프라인인 ROCK2 억제제는 특발성 폐섬유증과 대뇌해면기형 치료제로 개발 중이지만 임상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제노스코는 오스코텍과 다른 신약개발 기업이라고 주장하지만, 렉라자를 빼놓고서는 제노스코의 가치를 입증할 만한 것이 없다”며 “기술이전 성과 없이 아직 비임상 단계인 파이프라인만으로는 가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2건을 기술이전 한 오름테라퓨틱보다 기업가치를 높게 설정했다면 IPO 승인을 받더라도 공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