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호 기자]미국이 중국 내 바이오의약품 업체의 거래 과정 및 신약 임상 등에 대한 부정적 속내를 강하게 드러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이전받은 중국산 신약 후보물질의 미국 내 판매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 측의 일방적 견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갈등으로 환자를 위한 최첨단 신약의 다양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일 중국 내 임상만 진행한 뒤 자국 내 판매 승인을 신청한 약물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다.(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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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거듭 우려 표명...中 “전 세계 해가 될 것”지난달 초부터 미국은 중국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업과 임상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상무부가 중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총 33개 기관을 자국이 관리하는 ‘미검증 리스트(UVL)’에 추가했다. 미 당국은 타국의 기관에 대한 통상적인 검증 절차를 진행할 수 없거나 그 합법성을 확인할 수 없을 때, 해당 기관을 UVL에 등록한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타국 기업과 기관의 대한 탄압은 국제 경제 무역질서와 규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9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주로 진행됐거나 중국에서만 진행된 신약 임상의 결과가 불분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튿날 FDA는 중국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공동 개발한 면역항암제 ‘신틸리맙(중국 제품명 티비트)’에 대해 이런 의견을 언급하며 판매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양사는 지난해 8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일라이릴리의 화학항암제 및 화학요법과 신틸리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FDA의 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이 병용요법은 중국 내 50개 병원에서 4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FDA는 “비소세포폐암은 다지역 임상이 필요한 질환이다”며 “이번 사례는 중국의 임상 과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인만 포함된 임상 등 자료 부족에 대한 추가 임상을 요구하며, 신틸리맙의 도입 결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일부 신약 후보물질의 미국 내 판매 전략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스위스 노바티스다. 노바티스는 중국 베이진으로부터 간세포암 대상 면역항암제 ‘티스렐리주맙’의 판권을 사들인 다음 FDA 판매 승인 신청 후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티스렐리주맙 역시 중국에서만 임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中, 무작정 제재하면...신약 다양성 줄일 수 있어”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는 중국에서만 임상을 진행한 약물을 기술이전 받아 미국 등에 출시할 계획이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중국의 주장대로 미국의 일방적인 견제가 이어질 경우 향후 최첨단 신약의 다양성 면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바이오협회가 2019년에 발표한 중국의 바이오산업 최신 동향에 따르면 중국에서 임상 중인 바이오시밀러는 200개 이상이다. 유전자세포치료제인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치료제나 새로운 타깃을 가진 면역관문억제제 등 최첨단 신약 관련 임상 건수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2020년 6월 기준 CAR-T치료제 임상시험 등록 건수는 중국이 356건, 미국이 256 건이었다.
유전자세포치료제 개발 업계 한 임원은 “중국에서 폭넓은 신약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단순히 그들만의 연구가 아니라 국제학술지를 통해 검증받는 사례가 많다”며 “FDA 등 주요국의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향후 환자에게 필요한 신약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허가절차 상의 유연성을 갖출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에서 개발된 신약을 잇따라 허가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 중국 제약사 안텐진이 개발한 경구용 혈액암치료제 ‘엑스포비아(성문명 셀리넥서)’를 품목 허가했다. 지난달 24일에는 베이진의 혈액암치료제 ‘브루킨사(자누브루티닙)’의 판매를 승인했다. 두 약물 모두 이보다 앞서 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신약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 기도입된 약물일 경우 국내에서 승인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희귀질환 치료제 등 최첨단 신약의 경우 필요에 따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중국인만 포함된 임상 여부가 아시아 지역 의약당국의 판단에는 큰 영향을 주진 못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